[E·D칼럼] 녹색에너지의 나라 -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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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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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연 / 주한덴마크대사관 선임상무관 - 에너지·환경분야

안데르센의 나라, 키르케고르의 나라, 레고의 나라, 휘게(hygge)의 나라… 덴마크 하면 쉽게 떠올리는 수식어이다. 이에 더해 최근 우리나라에 알려진 새로운 별명이 있으니 바로 '녹색에너지의 나라'이다. 덴마크는 현재 전력 대비 71%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 녹색에너지 관련 일자리 7만개 이상 창출, 에너지 관련 기술 및 서비스가 덴마크 총 수출액의 약 12%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으니, 녹색에너지의 나라라고 일컬을 만도 하다.

하지만 덴마크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60~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덴마크는 석탄·석유 등 에너지의 99%를 외국에서 수입해 왔다. 에너지 안보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취약한 상태였고, 1973년 석유파동(Oil Crisis)이 전세계를 강타했을 때, 큰 혼란을 경험하기도 했다.

석유파동이 덴마크 사회에 큰 경종(wake up call)이 돼 덴마크 정부는 '차 없는 일요일', '근무 시간 이외 소등하기' 등과 같은 캠페인을 필두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중동의 석유 가격이 제 가격을 되찾고, 덴마크령 북해에 오일과 가스가 잇달아 발견됨에 따라 에너지자립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사그라들 법도 한데,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던 나라들과 다르게 덴마크 정부는 에너지 효율, 에너지원 다양화 등 에너지 자립에 대한 국가 정책을 더욱 심화시켰다.

특히 에너지원 다양화 분야에서는 Black Energy 라 불리는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활발히 논의되었다. 덴마크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의 나라이다. 보어는 양자역학의 상보성 이론을 발표로 양자역학 학파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코펜하겐파'를 만들어, 지금의 원자력발전이 가능하게끔 했다. 또한 1921년 닐스보어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1939년 첫 핵분열 성공, 1957~1960년 로스킬레(Roskilde)에 위치한 리소국립연구소(Risø National Laboratory)에서 3개의 연구용 핵 원자로를 설립, 활발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정도면 원자력 개발 경쟁력이 어느 나라보다 앞서있다 자부할 만하고, 원자력 발전으로 기존 수입 의존의 에너지 발전을 대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덴마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1980년대 스웨덴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과 덴마크 시민사회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됐고, 크고 작은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에 대한 시민사회의 강한 요구를 받아드려 덴마크 의회는 공론화 과정 끝에 1985년 덴마크 내 원자력발전을 금지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정부와 전력 발전사의 협의로 100MW의 풍력발전을 5년 안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덴마크에 넘치는 자원인 바람, 즉 풍력에너지로 눈을 돌린 것이다. 100MW 풍력을 마중물 삼아 이후 정부의 지속적인 풍력발전 개발계획으로 덴마크는 신재생에너지에 박차를 가하고 동시에 자국 풍력산업을 육성시켰다. 실제로 풍력발전 개발계획안은 육상풍력에 중점이 맞춰 있었지만, 덴마크 발전사는 1990년 5MW의 최초 해상풍력단지를 설치했고, 이것이 바로 전세계 해상풍력 역사의 시작이다.

1999년 덴마크 의회에서의 전력시장개편에 대한 협의(전력시장 자유화, 신재생에너지 육성, CO2 절감 등)를 시작으로 정치권을 아우르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는 2012년 9개의 당으로 이루어져 있는 덴마크 의회에서의 초당적 합의로 에너지 협의(Energy Agreement)라는 정치적 에너지 전환의 거대한 사회적 대타협에 다다르게 된다.

에너지 협의는 ▲2020년까지 풍력발전으로 전체 발전 비중의 50% 충당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의 50% 및 전기 소비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 ▲2050년 이후 탈화석연료 사회 달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작년 여름 덴마크 의회는 에너지 협의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더욱 적극적인 정책들을 제시했다. 다양한 정치색을 지닌 정당 간 합의로 인해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적인 에너지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정책 안정성을 가지게 된 셈이다.

안데르센의 나라여서일까? 신재생에너지에 관련한 또 한편의 동화를 읽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덴마크가 만들어온 그들이 자부하는 역사이다. 우리나라와는 정황이 다르기 때문에, 덴마크가 찾은 해법을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왕도는 없다. 다만, 다양한 이웃 국가들의 지난 시행착오를 살피며 현명히 우리의 갈 길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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