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상반기 전기업계 ----- (1)한전민영화
2003상반기 전기업계 ----- (1)한전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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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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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접근방식이 경제논리에서 정치논리로 변화
한전의 시책에도 정치논리가 덧칠해지는 상황 야기

현대 사회의 특성을 드러내는 키워드 중의 하나는 변화이다. 지금의 반년은 예전의 일년보다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전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지는 ‘2003 상반기 전기업계’라는 제목으로 지난 6개월 간의 전기업계 흐름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2003년도 상반기에 전기업계의 흐름을 결정한 외부 환경은, 참여정부 탄생으로 표상되는 정치적 변화와 불황 심화로 대표되는 경제 여건의 악화, 이 두 가지 사항으로 거칠게 수렴할 수 있다.

전기업계 흐름의 내적 요인에서는 한전의 민영화 유보, 원전 수거물 처리장 후보지 관련 갈등이 가장 큰 사건들이다.

2003 상반기 전기업계를 되돌아보기 위해 반년동안 일어난 일을 다시 거론하는 일은 장황한 사건 일지에 불과할 터이므로 전기업계 흐름의 근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회는‘한전의 민영화’이며 2회는‘원전 수거물 처리장’이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 정치가들의 언행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말이 한전의 민영화에 그대로 적용된다. 한전의 민영화와 관련된 과정을 살펴보면‘민영화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안 되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이 좀더 실감난다.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1998년 7월 공기업 민영화 시책이 발표되면서 가시권 안에 들었다. 1999년 1월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이 확정 발표돼 민영화의 길닦이가 시작됐으나 좀체 진척되지 않았다. 정부의 계획추진과는 달리 한전 직원들은 지위 불안을 염두에 두고 반대한 탓이었다. 2000년 12월‘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의결됨으로써 민영화 길닦이는 진척됐다. 2001년 3월 발전자회사 분할에 관한 한전의 주주총회가 개최됨으로써 민영화는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듯했다. 이후 이 다리에 올라선 것은 발전사들이었다. 한전 본사는 여전히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제자리걸음이었다. 2002년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고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네트워크 산업의 민영화는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2003년 상반기, 민영화의 길닦이는 어떻게 됐는가? 민영화와 관련된 발언들을 살펴보자.

‘배전 분할과 관련한 문제점으로는 전기요금 체제 개편에 따른 요금인상, 구조 개편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 지역간·계층간 전기요금 격차 및 서비스 차별 등이 존재한다’ (전국전력노동조합이 2003년 1월에 펴낸 <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의 문제점과 정책대안>이라는 정책자료집)
“차기 정부(노무현 정부)는 현정부의 한전 민영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되 시기 및 방법의 일부 조정을 있을 수 있다.”(정권 인수위원회의 입장에 관한 산업자원부의 1월 27일 발표)

“철도산업과 전력산업은 대선 공약 사항이다. 그 때문에 밀고 나가려 해서도 안되고 기존 정부의 방침을 고수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원점에서 다시 토론하고 검토하는 자세로 임하자”(4월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민영화를 재검토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한다”(5월 1일 일간지에 게재한 한전노조의 광고)
“한전의 배전분할은 애초의 2003년 4월에서 2004년 5월로 1년 연기하겠다. 배전분할 이후에도 공기업의 형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민영화 여부를 판단하겠다”(2003년 6월 2일 윤진식 산자부장관 기자 간담회)

이런 발언의 흐름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민영화를 하지 않은 방향으로 선회한 뒤 그걸 대세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이 곧 민영화 철회라는, 작년부터 전기업계 일부에서 추론해 왔던 사항이 올 상반기에 가시화된 것이다.

이런 과정에 동원된 논리는 무엇인가?

한전 노조의‘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의 문제점과 정책대안’은 그 내용의 대부분이 경제논리에 의해 채워져 있다. 한전의 민영화를 시작한 김대중 정권은 IMF라는 상황에서 한전 문제에 경제적으로 접근하게 됐고 이에 따라 한전 노조도 경제적인 대응 논리를 개발했다. 말하자면 1998년 공기업 민영화가 거론된 이후 금년 초까지 5년여에 걸쳐 한전 민영화 접근방식은 경제논리였다. 물론 예전에도 정치논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전 노조, 민주교수협 등에서 한전을 민족자산으로 규정하고 이를 민영화할 경우 재벌이나 외국기업에 넘어가게 된다는 주장을 폈는데 이는 정치논리였다. 정치논리가 민영화 논쟁에서 일정부분 개입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민영화 접근 방식의 주류는 경제논리였다.

그러나 지난 4월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민영화를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청와대는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대통령의 발언이 어떤 경제적인 근거에 의한 것인지 설명이 없었던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채 3일이 지나기도 전에 한전 노조가 일간지에 대통령의 민영화 재검토 발언을 지지하는 광고를 게재한 것 자체가 바로 한전의 민영화 문제가 정치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현저한 예이다. 광고는 캠페인인데 캠페인이야말로 정치 혹은 정치논리의 일반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6월 2일 윤진식 산자부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한전의 배전분할은 애초의 2003년 4월에서 2004년 5월로 1년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배전분할 1년 연기라고 보도했으나 사실상 그 내막은 배전분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전기업계에서는 배전분할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는 사실을 산자부는‘1년 연기’라는 정치적 수사를 구사하고 있다.

그걸 발표하는 시점도 정치적이다. 산자부의 말대로 배전분할 시행이 2003년 4월 시행으로 예정돼 있었다면, 한전에서는 2002년도에 사업부제 형식으로 회사가 경영될 것이라면서 그 준비를 해 왔다는 사실을 참고할 때, 그 철회의 발표는 그 이전에 해야 한다. 그런데 6월에 이르러서야‘4월 시행 예정’의 일을 1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정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때늦은 해명에 해당된다.

이어서 산자부 장관은“배전분할 이후에도 공기업의 형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민영화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향후 1년 동안의 재검토는 무시되고‘1년 후부터 재검토를 고려해 보겠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과 산자부 장관의 발언이 서로 어긋난다. 이런데도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민영화 철회’라는 목적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정치논리로 한전 문제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민영화 철회라는 목적이 결정돼 있으면 그 수단, 즉 과정에 관한 대통령과 산자부 장관의 말이 어긋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한전의 시책에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보다 더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런 문제에 관한 진지한 성찰 없이 현 정부가 한전 문제를 정치논리로 접근했고 그 영향은 이미 한전에서도 가시화돼 있다.

그 대표적인 사항이 바로 한전의 윤리경영이다. 윤리경영은 말 그대로 한전에서 비리를 없애고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 윤리경영을 유난히 강조했다. 윤리경영 실천대회를 본사와 각 지사에서 개최했다.

한전에 비리가 있다면 그것이 임직원의 윤리 의식 제고로 제거될 수 있는가? 한전의 내부 사정에 깜깜한 외부 초빙 인사가 윤리경영실천대회에서 한 시간 가량 강연한다고 해서 한전이 투명한 회사가 될 수 있는가?

윤리경영을 위해 실천대회를 하는 것은 정치적이다. 비리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전에 비리가 있다면 그 구조적인 원인을 진지하게 파악해 내야 한다. 이것이 경제논리다. 그렇지만 한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경영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한 마디로 말해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그 이벤트에 의해 취합된 내용이 무엇이든 한전은 정치판에서 늘 보는 이벤트를 개최하여 스스로의 문제에 접근한 것이다.

한전이 자신의 논리에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난다면 한전의 앞날을 위해 바람직한 것일까? 2003년 상반기를 보내며 전기업계가, 특히 한전 자신이 깊게 되새겨보아야 할 문제이다. 무엇보다도 한전 문제에 관해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산자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의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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