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 칼럼] ‘혁신’과 ‘근본’
[E·D 칼럼] ‘혁신’과 ‘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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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0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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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웅 / 강원대학교 에너지자원·산업공학부 교수(자원개발특성화대학 교수협의회 회장)

지난 1월 29일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관한 브리핑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예비타당성 면제대상 사업의 추진을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했음을 발표했다. 당초 많게는 약 42조원에 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종 23개 사업에 대해 24조1000억원 규모이며 이 중 지역의 산업경쟁력 제고와 지역주민 생활환경 개선 사업에 약 13조원이, 지역과 지역을 잇는 교통·국가기간망 사업에 약 11조원이 투자될 전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 재정 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역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으나 분명한 것은 대규모 고용이 발생하는 SOC사업을 통해 그동안 부진했던 일자리 지표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18년 기준 약 430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재정총량으로 볼 때 결코 작지 않은 예산이 예비타당성 조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확정됐다는 점에서 예타 심사를 신청해 1차 기술성 심사를 통과하고도 본 심사에서 최종 탈락함으로써 예산 확보가 불투명해진 신규 에너지인력양성사업의 기획위원 중의 한사람으로서 착잡한 심정인 것 또한 사실이다.

단순한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정책적 판단에 의한 국가 재정지원사업을 예타면제 대상으로 선정하는 만큼 예비타당성조사의 절차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포함되는 대규모 신규사업에 대해 경제성과 재원 조달방법 등을 검토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예타 심사는 그 어느 평가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심사를 통과하는 확률도 높지 않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자원개발특성화대학사업이 2019년 2월부로 일몰될 예정인 가운데 자원개발특성화대학사업을 운영해오던 대학과 기관에서는 그동안 힘겹게 마련해 온 에너지자원개발 관련 교육 인프라의 유지, 자원사업분야 고조기 시 예상되는 인력수요 증가에 대한 대비, 학령인구 감소 시대의 우수학생 유치 방안 마련, 4차 산업혁명시대의 미래 전략자원 확보를 위한 전문가 양성, 그리고 다가올 북한광물자원개발 시대를 준비하는 교육인프라의 구축 등의 논리로 꾸준히 신규 자원개발특성화대학사업을 요청해 왔으며 산·학 협력기반의 에너지기술 분야 인력양성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에너지 인력수급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로 2018년부터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주도로 진행된 ‘미래 에너지산업 창의융합 인재육성사업’내의 한 부분으로 참여하면서 예타사업으로 추진해왔고 지난 해 기술성 심사를 통과함으로써 에너지자원인력양성사업의 존속을 내심 기대해왔다.

그러나 올 초 들어 본 사업은 최종적으로 예타 통과에 실패함으로써 에너지자원인력양성은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됐다. 현재 정부가 준비 중인 제6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 또는 제4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의 목표 및 추진 전략과 동일한 흐름의 내용으로 구성된 예타 신청사업이었기에 이의 탈락은 쉽게 이해될 수 없었으나 이번 SOC사업을 위주로 편성된 예타면제대상사업의 선정을 보면서 어쩌면 풍선효과로 인해 우리가 신청했던 예타사업은 이미 통과 불가로 결정돼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명확하지는 않으나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사유는 사업내용의 혁신성 부족이라고 한다. 인력양성사업에서 요구하는 혁신성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술의 혁신은 과학기술발전을 통해 가능하겠지만 혁신적인 교재와 혁신적인 강의 환경, 그리고 혁신적인 전문인력의 배출은 어떻게 정량화해야 하는가.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에서 에너지자원 분야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부분은 고부가가치의 친환경 미래에너지 기술, 4차 산업혁명 선도 기술, 중소벤처 주도의 혁신 성장 등인데 여기서의 혁신이란 키워드를 인력양성사업에서도 동일한 잣대로 강조할 수는 없다. 근본을 기초로 하지 않는 혁신은 사상누각이다. 인력양성은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다뤄야 하는 백년지대계이다.

철강산업과 ESS에서 핵심소재로 알려진 바나듐 개발, 미세먼지 및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청정화력발전 기술, 안전한 원자력시설 해체 기술, 에너지전환시대의 전략자원 확보, 한반도 신경제 대응 북한광물자원 확보 기술 등은 에너지자원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교육의 정상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혁신성과 사업성의 잣대로 예타 통과 불가라는 고배를 마신 에너지인력양성사업이야말로 예타면제 대상 사업이어야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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