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에너지정책의 공론화, 중간평가와 과제
[이슈] 에너지정책의 공론화, 중간평가와 과제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9.03.06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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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정책, 시민참여를 에너지전환의 원칙으로 삼아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원탁에서의 시민주권 획득' 평가
고준위핵폐기물 방안 시급… '제대로된 공론화' 모범 필요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지난 2017년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본지에서도 수차례 언급했듯, 신고리 5·6 공론화는 민주적이면서도 국민적인 관심속에 진행됐다는 사실에서, 우선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리고 신고리 5·6 공론화 이후로도 각계에서의 언급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해서도 공론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원자력계의 반발은, 3월즈음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비롯해 정부의 에너지정책 수립과 집행에 적지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5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에너지정의행동은 '에너지정책의 공론화, 중간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대한 평가, 그리고 향후 에너지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졌다.
이날 발표된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 이영희 가톨릭대학교 교수(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평가를 위한 시론)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진전과 관련,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시민이 공공정책 결정의 주체가 됐다는 점, 엘리트주의 및 전문가주의에 맞섰다는 점, 그리고 탈핵운동의 대중적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첫째, 그동안 정부가, 진정한 의미에서 시민참여를 장려하고, 참여하는 시민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한 적은 거의 없었다. 요식행위 또는 시민동원이 아니었던 것이다. 신고리 공론화는 2016년 겨울에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시민혁명이 원탁에서의 시민주권 획득이라는 방식으로 마무리되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론화 시작 전부터, 그리고 공론화 진행과정에서 보수 매체와 정치인들은 일반 시민들이 과연 에너지문제와 같은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능력이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러한 점에서 전문가주의라는 이름하에 소수의 전문가와 관료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던 에너지 정책결정의 민주화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근래 시민사회운동이 종종 직면하는 가장 큰 장벽이 전문가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전문가독재체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탈핵을 위한 장도 위에 뿌려진 귀중한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론화 대응과정에서 노정된 탈핵진영의 다양한 문제점들이 향후 자기성찰과 전열 재정비, 역량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위한 시민행동 내부의 의사결정체계와 소통방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고, 3개월의 공론화 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 2박3일 종합토론회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한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그 결과 종합토론회 과정에서 탈핵진영은 시민들에게 아마추어적이고, 준비가 덜 돼 있으며, 자신감 없는 것으로 보여졌다.

또한 시민참여단을 설득하기 위해 탈핵진영이 동원한 핵심 담론의 전략적 적절성 문제에 대한 성찰도 필요해 보였다. 탈핵운동이 시민들을 설득하고자 할 때 방법론적으로 숫자와 그래프에 지나치게 의존할 게 아니라 그것이 말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도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숫자와 그래프로 표상되는 계량적 방법론과 인식론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이제 탈핵운동은 과연 어떠한 대안적 방법론과 인식론에 입각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과 더불어 소통해 나가야 할까 진지하게 성찰할 때라고 보여진다.

◎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의 쟁점과 과제) = 핵폐기장 문제로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시작된 것이 1980년대 후반이다. 이후 굴업도, 안면도, 부안 등을 포함해 모두 9차례 논쟁이 있었고, 그 사이 고준위핵폐기물과 중저준위 핵폐기물 정책은 분리돼, 결국 2005년 주민투표를 통해 중저준위핵폐기장 부지로 경주가 지정됐다.

이와 함께 고준위핵폐기물 문제 해결을 목표로 2007년 국가에너지위원회 사용후핵연료 TF, 2013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등이 구성됐으나,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는 아직 해결의 실마리 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3년 발족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출범 이전부터 위원회 위원 구성을 둘러싼 논란이 많았고, 결국 전체 15명 위원 중 9명만 남아 ‘반쪽짜리 위원회’라는 논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최초의 공론화위원회로서의 의미는 갖고 있으나, 역설적으로 공론화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문제가 있을 경우 어떠한 한계가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공론화위원회에서 도출된 권고 보고서를 받은 정부는, 2016년 고준위방폐물 관리계획을 확정하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을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의 반발 등에 맞물려 국회 공청회 조차 진행되지 못했고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함께 고준위핵폐기물 역시 공론화의 목표, 의제, 의견수렴 방식 등 주요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2018년 5월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 준비단’이 구성돼 11월까지 활동했으며, 2018년 11월27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정책건의서를 제출했다. 당초 계획으로는 지난해 연말 또는 올해 초에는 정부의 관련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고준위폐기물은 우리 시대 최대 난제로 꼽을 수 있다. 핵심 쟁점이 될 사안들을 살펴보면 ▲최종처분, 중간저장, 임시저장 등에 대한 법률 용어 문제 ▲핵발전소 별 예상 포화시점 ▲최종 처분장을 지을 것인가 ▲중간저장시설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한다면 집중형인가? 분산형인가? 등을 들 수 있다.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를 둘러싼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제대로된 공론화’일 것이다. 과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1년반 동안 활동했지만, 또다시 공론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요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추후 추진될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는 ‘제대로된 공론화’의 모범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에너지정책에서 시민참여가 나아갈 방향) = 에너지정책에서 시민참여는 예상되는 갈등의 해소와 수용성 증진 외에도 여러 효과들이 제시되고 있고, 에너지 민주주의를 향상한다는 보다 큰 목적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는 ▲공론조사·공론화 ▲시민참여 에너지계획 ▲리빙랩 ▲ESTEEM ▲이익공유 등이 제시되고 있으며, 이같은 방법들은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갖고 있기에 선택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에너지 분야는 다양한 행위자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 중심이 아니라, 기술을 둘러싼 법·제도·정책·문화 등 사회적인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에너지전환의 주체 형성과 상을 공유할 필요성이 적극 제기되고 있으며, 다른 대안적 운동과 보다 적극적으로 연계를 시도해야 한다.

에너지정책의 개선을 위해서는 시민참여를 에너지전환 정책의 분명한 원칙으로 삼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의 주체로서 시민참여의 범위와 수준 등을 재검토하고 상향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도 하향식·예산투입형 사업으로만 진행될 경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충분한 전환적 성과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산업 생태계 조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에너지시민이 넓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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