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전기요금 3000원, 할인이 '찜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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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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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연 / 주한덴마크대사관 선임상무관 - 에너지·환경분야

덴마크 에너지 전환 보도, '이면' 살펴보지 않은 '반쪽' 정보

3살 딸을 포함하여 세 가족인 우리집 전기요금은 지난해 여름 한 달 빼놓고는 줄곧 3000원 전후였다. 어쩌다 우리집 전기요금을 이야기하면, 주위에선 모두 놀란다. 자연스레 질문은 집에서 불을 켜놓고 사는지, 전기제품이 있기는 한 것인지, 집에서 잠만 자는지 등으로 이어진다. 물론 집에서 불을 켜고, 많지는 않지만 전기제품도 있다. 무엇보다 얼마전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한 딸을 키워오며 지난 2년간 우리집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다.

근본적인 에너지 전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와 자원을 아껴 사용하는 생활양식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우리집으로서는 생활을 단순 소박하게 하는 노력이 있어왔으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늘어났음에도 전기요금의 큰 변화는 없다.

우리나라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박차를 가하면서 독일, 덴마크 사례가 심심치 않게 소개되었다. 덴마크 사례를 접하는 이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 있는데,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그만큼 올리면 전기요금이 올라가지 않겠냐”이다. 최근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은 덴마크는 높은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는 식의 글을 몇 차례 게재한 바 있다. 그러나 어느 언론에서도 그 이면을 살펴보려고 하지 않아 반쪽짜리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실제 덴마크는 전기 생산비가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80~1990년대부터 시작한 신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원가(LCOE)가 지속해서 감소한 결과다. 덴마크에서 가장 최근에 진행한 해상풍력단지 최종 입찰가는 49.9/MWh(약 6만3500원)이다. 육상풍력의 균등화발전원가는 이보다 더 낮아 MWh당 약 3만8500원 정도 수준이다. 이 정도면 기존 석탄발전이나 원자력발전 대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른 우리나라 균등화발전원가 - 원자력: 6만4510원/MWh(80% 이용률 기준), 석탄: 8만1220/MWh)

실제 지난 가을 덴마크의 전력망사업자인 Energinet(에네르기넷)에 방문했을 때, 현재 덴마크는 기존의 석탄발전소를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육상풍력을 새로 만들고 운영을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며, 많은 석탄발전소가 경제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줄고 있는 추세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덴마크 전기요금, 특히 가정용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비싼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정용은 우리나라 보다 약 3배 비싸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약 1.6배 수준이다. 덴마크 전기요금 구조(2016년 기준)를 자세히 살펴보면, 세금 및 부가가치세가 59%, 녹색에너지기금(PSO, Public Service Obligation)이 약 12%로 구성돼 있다. 실제 발전에 대한 시장가격은 9%, 송배전관리유지에 대한 비용은 20%다. 즉, 신재생에너지 조성을 위한 기금을 포함해 정부에서 정한 세금이 전기요금의 약 70%인 것이다. 이는 1980년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블랙에너지의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효율 기술 및 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시키기 위한 덴마크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었다.

이같은 정부 정책은 효과를 거뒀다. 1980년부터 2015년까지 덴마크 GDP 성장률은 70%임에 반해, 에너지 사용량은 마이너스 8%를 기록했다. 보통 경제가 성장하면 에너지사용도 늘어나기 마련인데, 덴마크는 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이른바 ‘에너지 디커플링’에 성공했다. 가정 및 산업계의 에너지사용 절감효과와 함께 에너지효율 산업은 덴마크 대표 산업 분야로 성장했으며, 댄포스(Danfoss), 그룬포스(Grundfos), 락울(Rockwool)과 같은 세계적인 에너지효율 기업을 길러냈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가 발전 전체의 70%를 차지하면서 블랙에너지를 대체하고, 신재생에너지 균등화발전원가가 경쟁력을 갖추자, 덴마크 정부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녹색에너지기금(PSO)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최근 의회에서의 에너지 협약에 따라 향후 전기세금을 줄여 전기요금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다시 우리나라 현실로 돌아와 보자.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많은 경제지표가 올라갔지만, 전기요금 만큼은 이상하리만큼 제자리걸음이다. 재미있게도 우리나라에선 1차 에너지원인 가스가 가공 이후의 전기보다 비싸다. 석탄발전소를 위한 석탄 수입은 면세인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발전용 석탄 면세액은 총 1조2000억원을 넘었다.

우리집 3000원 전기요금의 비밀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바로 지난 2016년 말 누진제를 3단계로 개편하면서 만들어진 이른바 ‘전기요금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덕이었다. 월 200kWh 이하로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가구에 매달 전기요금을 최대 4000원씩 깎아주는 할인제도 덕을 우리 집이 톡톡히 보고 있다. 확인한 바에 의하면 2017년 총 할인액은 4000억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당장 내가 할인을 받는 것은 좋지만, 왠지 기분이 찜찜하다. 공짜 점심을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까? 내가 내지 않은 그 점심값을 혹시 3살 된 내 아이와 그 친구들 세대에게 떠넘기는 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에너지와 각종 자원을 아끼고 순환시키는 것은 나와 다음 세대를 위한 마땅한 투자다. 투자에 따른 재원, 정책, 산업 여건을 큰 틀에서부터 마련하는, 발빠른 준비가 바로 우리 세대가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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