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3일 (가칭)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구성에 착수하면서, 고준위방폐물 처분 방안 마련을 위한 발걸음이 시작됐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원전지역·환경단체·원자력계·갈등관리 전문가들이 참여한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을 운영한 바 있다.
정부도 밝혔지만, 지난 2016년 7월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국민, 원전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은, 구성 과정에서의 잡음에 따라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 채 출범했고, 활동 자체에 대해서도 모르는 국민들이 태반이었다. 따라서 본지도 수차례에 걸쳐 그러한 상태에서 수립된 계획은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제시한 바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방폐물 처분 문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원전을 가동하는 모든 국가들이 해결해야 할 난제다. 여러 측면에서 중저준위방폐물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시민단체의 의견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얘기되고 있는 '심층처분'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원전전문가는 지난달 25일 고준위방폐물 토론회에서 "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은 폐기물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것에 불과하며, 아직 어느 나라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고준위방폐물의 심층처분은 화재, 지진, 지하수 침투 등 여러 측면에서 위험하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마치 사고가 나기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다. 그리고 이제 사회적인 합의 속에 고준위방폐물 처분 방안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릴 때가 왔다고 여겨진다.
또한 도출된 결론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행보가 최우선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해 적지 않은 사안에서 공론화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더해야 할 것, 그리고 해서는 안 되는 것 등 배운 바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섰다. 과거 '부안사태'와 같은 가슴아픈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첫걸음이 중요하다. 그리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을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