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에너지 분야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필요충분조건
[E·D칼럼] 에너지 분야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필요충분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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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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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과학의 달이라고 불리는 4월을 맞이하여, 과학사 및 과학철학 분야의 오래된 고전으로 알려진 '과학혁명의 구조'를 다시 한 번 펼쳐 들었다. 토마스 사무엘 쿤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등장시켰는데, 이는 과학 분야에서의 새로운 개념이나 이론이 구성원들의 객관적 관찰을 통해 축적된 점진적 진보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비선형적이고 거의 혁명에 가까운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에 따라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쿤은 기존 패러다임으로 설명되거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많아짐에 따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들이 나타나 경쟁을 하게 되고, 그 중에 하나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구성원들에게 받아들여져 정상과학으로 인정받고 자리 잡는 과정을 전환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러한 그의 철학을 기반으로 에너지 분야 패러다임 전환이 발생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생각해 보았다.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첫 번째 조건은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적 상황이 도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이 당면한 상황을 살펴보면, 산업화 이후 줄곧 지배했던 기존 패러다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에 직면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정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정적 공급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감축, 안전보장 및 환경보전 등 우리가 풀어가야 할 목적함수에 다양한 제약조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패러다임 전환의 두 번째 조건은 새로 등장하는 패러다임이 이러한 문제들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지난 4월19일,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여기에서 소비구조 혁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믹스, 분산 및 참여형 에너지시스템 구축 등 총 5개의 중점 추진과제들을 제시했다. 또한 기존 재생에너지 3020계획 및 제8차 전력수급계획과 그 궤를 같이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계획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지배적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지는, 그 추진 과정에서 더욱 자세하게 드러날 것이기에, 평가는 아직은 미지수인 것 같다.

패러다임 전환의 세 번째 필요충분조건은 전환되는 패러다임 하에서도 해당 사회의 구성원들이 쌓아온 과거 누적된 활동들이 대다수 보전될 수 있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작년 초(2018년 1월)에 본지를 통해 작성한 칼럼에서 언급했던,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에 있어 사회적 수용성이 중요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란 좁게는 에너지 업계에서부터 넓게는 국민 전체라고 볼 수 있는데, 에너지 분야에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다만,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연스럽게 수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쪼록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충분조건들이 충족되어 우리나라의 에너지 분야의 전환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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