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산업부는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및 안전관리 대책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골자만 말하자면 화재사고 예방을 위해 ESS 설치기준 등 안전기준 강화하겠다는 것이고, ESS 화재 원인은 다음 달 초 밝힌다는 것이다.
ESS 화재에 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로서 당연한 일인데 이번 발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원인 조사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출범하고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당초 계획대로 라면 벌써 조사 결과가 나왔어야 하는데 또 다시 미뤄졌다. 정부는 “원인 조사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 말대로 아직까지 원인을 못 밝히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물론 ESS 화재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축적된 노하우가 없다보니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측면이 있다. ESS에 대한 기술적 통계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잘못됐다고 공식화 하지 못하는 분위기인 것도 일정부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것보다는 화재 원인을 어느정도 파악했으면서도 산업적 측면 등을 고려해 선뜻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러다보니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지도 못하고 기술표준을 만들어 앞으로의 사고에 대비하자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도 사고 원인 발표는 미룬 채 ESS 설치기준 및 KS기준 등 ESS 시설에 대한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ESS KS표준 제정, ESS 구성품 KC인증 도입 등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말만 한 것이다. 발표 자체도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과 비판에 떠밀려 내놓은 ‘궁여지책’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렇다보니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만 떨어지고 있는 꼴이 됐다.
ESS는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핵심 분야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간헐성을 해결하는 주요 수단일 뿐 아니라 향후 에너지신산업의 핵심인 배터리 산업과도 직결돼 있다. 당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미래 에너지산업을 위해서도 이번 기회에 ESS 안전성을 위한 확실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발표를 계속 미루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