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분석]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9.05.07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데 대해 SK이노베이션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양사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질 위험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소송전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갈등의 시발점과 핵심이 무엇인지 양 측의 주장을 정리한다.

 

 

▲LG화학

“핵심기술·인력 빼가는 것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


SK이노베이션, 2017년 이후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 다량 유출

2017년부터 2년 만에 전지사업 전 직군서 핵심인력 76명 빼가

직업 선택·전직 자유 존중돼야 하나 영업비밀 유출은 심각한 위법 행위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을 SK이노베이션이 거저먹으려 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29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소송에 대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불과 2년 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고 이 가운데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현재도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LG화학의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에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핵심 공정기술 등과 관련된 LG화학의 주요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사지원 서류에는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은 물론 프로젝트 리더,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 전원의 실명도 기술하도록 돼 있었다는 것이다.

LG화학에 따르면 예를 들어 직원 A의 입사지원 서류에는 전극 제조 공정 관련 프로젝트 내용이 당시 상황과 배경, 목적에서부터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개선 방안과 성과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 내용이 모두 기재돼 있었다.

이를 위해 입사지원 인원들은 집단적으로 공모해 LG화학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으며 또한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은 이번 법적 대응에 앞서 2017년 10월과 지난 4월 두 차례 SK이노베이션 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임도 경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자제 요청에도 SK이노베이션이 핵심인력 채용과정에서 유출된 영업비밀 등을 2차전지 개발 및 수주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이러한 행위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출된 LG화학의 영업비밀 등을 이용해 선두업체 수준의 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약했고 이러한 점들이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한 배경이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LG화학 핵심 인력을 대거 빼내가기 전인 2016년 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0GWh에 불과했으나 지난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그 증거로 보고 있다.

LG화학 측은 “이번 사안은 개인의 전직의 자유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LG화학의 2차전지 핵심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영업비밀을 유출해간 심각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LG화학은 연초 대법원에서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 양사 간 기술 역량 격차 등을 모두 인정해 이례적으로 장기간에 해당하는 ‘2년 전직금지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이 LG화학의 승소를 최종 확정했다.

LG화학은 그동안 2차전지에 들인 노력을 SK이노베이션이 거저먹으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LG화학은 1990년대 초반부터 막대한 투자를 통해 2차전지 분야를 집중 육성해 오고 있다. 지난해 전사 연구개발비로 1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이 중 전지분야에만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에 비해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배터리 등 전사 연구개발비가 2300억원에 그치는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LG화학이 전지 한 분야에 투자한 연구개발비가 SK이노베이션의 전체 연구개발비를 상회할 만큼 양사간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LG화학 CEO 신학철 부회장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고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경쟁사 영업비밀 필요도 없고, 이직 직원도 자발적으로 온 것”

 

경쟁사와 기술개발·생산방식 많이 달라 경쟁사 영업비밀 필요도 없어

특정업체 직원 ‘빼오거나 배제한적’ 일체 없어… 공개채용에 자발적 지원

지난 1996년부터 25년간 조 단위 이상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 갖춰

근거 없는 이슈제기 계속한다면 법적 조치 등 강력 대응해 나가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LG화학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개발기술 및 생산방식이 다르고 이미 핵심 기술력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어 경쟁사의 기술이나 영업비밀이 필요 없고, 따라서 LG화학이 주장하는 형태인 빼오기 식으로 인력을 채용한 적이 없고 모두 자발적으로 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근거를 들어 “경쟁사가 비신사적이고 근거도 없이 SK이노베이션을 깎아 내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강력하고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996년부터 배터리 개발을 시작해 그 동안 조 단위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이미 자체적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기업과 설계와 생산 기술 개발 방식의 차이가 커 특정 경쟁사의 영업비밀이 필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LG화학이 제기한 인력 빼오기를 통한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배터리 핵심소재 하나인 양극재의 경우 해외 업체의 NCM622를 구매해 사용하는 경쟁사와 달리 SK이노베이션은 국내 파트너와 양극재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을 통해 성장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NCM 622 기술을 양산에 적용하고 2016년 세계 최초로 NCM 811 기술 개발 및 이를 2018년 양산에 적용한 것은 이러한 기술 연구 개발에 따른 성과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과 강점을 잘 알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SK이노베이션과의 계약을 늘리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생산 공정방식에서도 전극을 쌓아 붙여 접는 방식인 경쟁사와 달리 SK이노베이션은 전극을 먼저 낱장으로 재단 후 분리막과 번갈아가면서 쌓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접착공정을 없애 생산단계가 줄어 성능과 마진에서 경쟁사에 비해 기술적 우위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외 배터리 업계 중에서는 유일하게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차별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사 인력을 빼와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해 사업을 성장시켰다는 주장은 일체의 근거도 없으며 사실과도 전혀 다른 허위 주장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인력 빼오기 논란과 관련 공개모집 방식의 경력직 채용을 통해 많은 구성원을 신규로 채용해 왔지만 회사가 먼저 개별 구성원을 직접 접촉해 채용하는 이른바 ‘빼오기 식’ 채용이 아니라 공개채용을 통해 자발적으로 지원한 후보자들 중에서 채용해 왔다며 인력 빼가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LG화학이 제시한 문건은 후보자들이 자신의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정리한 자료로 SK이노베이션 내부 기술력을 기준으로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어 모두 파기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경력직 구성원들이 혹시라도 전 직장의 정보를 활용하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전 직장 정보 활용금지’ 서약서를 지원 시 채용 후 두 번에 걸쳐 받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에는 최고 채용 취소 조항도 들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LG화학이 5명의 전직자에 대한 법원 판결을 영업비밀 침해와 연결시켜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전직자들이 당시 경쟁사와 맺은 2년간 전직금지 약정 위반에 대한 판결’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있는 것처럼 오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자사에 대한 견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지난 2011년에도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 제조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으나 2014년 서울지방법원이 특허 非침해 판결을 내리면서 종결된 바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션은 이번 이슈 제기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해 나가는 경쟁업체에 대한 전형적인 방해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임수길 홍보실장은 “전기차 시장은 이제 성장하기 시작한 만큼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업계 모두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밸류체인 전체가 공동으로 발전해야 할 시점에 이런 식의 경쟁사 깍아 내리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가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면 고객과 시장 보호를 위해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