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소맥'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나?
[특별기고] '소맥'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나?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19.05.20 0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중탁 / 한국전기연구원(KERI) 나노융합연구센터장

'소맥(소주+맥주)'이 부드러워지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유난히 회식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이러한 탓에 고기집에서 회식을 할 때면 다양한 주종이 등장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보편화된 것이 소주와 맥주를 일정비율로 섞어 마시는 소맥문화이다. 심지어 방송을 보면 외국인들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맥주를 그냥 마시자니 배가 부르고 소주를 마시자니 부담되고, 그리고 회식자리를 보다 화기애애하게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도 소맥을 이용한다. 그리고, 그냥 소주와 맥주를 섞는 것이 아니고 나름의 도구를 사용하여 맛있는 소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즘 많이 쓰는 방법 중에 젓가락 하나를 소맥 잔에 넣고 한손으로 고정한 후에 나머지 하나의 젓가락으로 소맥잔 속의 젓가락을 세게 치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 마치 카프치노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미세한 기포가 만들어지고 이내 소맥의 맛은 부드러워진다.

※사진-1 : 출처: Google (http://oneday01.tistory.com/265)

혹시 여기에도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을까? 숨어있다면 어떤 내용일까?

액체 속에 공간이 만들어져 거품이 생기는 현상을 캐비테이션(Cavitation)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캐비테이션 현상은 배의 추진기(프로펠러) 따위의 뒷부분의 정압(靜壓)이 물의 증기압보다 낮아져서 생기는 수증기의 거품 또는 그런 현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현상은 추진기의 효율을 떨어뜨리거나 추진기 파괴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왜 소맥에 젓가락을 넣고 다른 젓가락으로 세게 치면 거품이 생기는 걸까? 이는 액체 속에서 젓가락이 마주칠 때 발생하는 음파(acoustic wave)에 의한 캐비테이션 현상 때문이다. 이를 'acoustic cavitation'이라고 부른다.

숟가락을 컵바닥에 내리치는 것도 마찬가지의 원리다. 따라서, 젓가락을 꽉 고정하고 다른 젓가락으로 세게 치거나 숟가락을 컵바닥에 세게 내리칠수록 음파가 강해지기 때문에 그만큼 거품이 미세하게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초음파의 기능

이러한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안경을 끼고 다니시는 분은 한번 쯤 안경점에서 징징거리는 장비에 안경을 잠시 넣었다 빼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초음파 세척기(ultrasonic cleaner)다. 초음파 세척기는 초음파를 발생시켜 물체 표면과 만나면 표면에서 거품이 발생하면서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현상을 이용하는 초음파 세척기는 나노입자를 다루는 연구자들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는 비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반데르발스힘에 의해 서로 뭉치려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아래 그림과 같이 초음파 웨이브가이드(ultrasonic waveguide)가 장착된 혼쏘니케이터(horn sonicator)를 활용하여 서로 엉겨붙은 입자를 떼어내는 시도를 한다.

아래 그림과 같이 초음파는 일정 진폭과 주기로 압축과 팽창을 하면 진행하게 되는데 이러한 초음파가 뭉친 입자표면에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포(bubble)이 생기고 커진 기포는 어느 순가 펑하고 터지면서 엄청난 온도(5000 ℃)와 압력(>1000 atm)이 발생하여 뭉쳐있는 입자를 서로 떼어놓게 된다.

※사진-2 : 출처: http://nempc.engr.wisc.edu/ScaleUpSystemThrust.html

소맥과 나노테크놀로지의 연관성
- 과학기술은 호기심과 관찰에서 비롯된다

한국전기연구원의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스마트하게 이용해서 기술적으로 유용하고 재미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탄소가 육각형 모양으로 배열되어 전기가 통하는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 등의 나노카본소재를 이용해 전기가 통하는 필름이나 섬유, 패턴 등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입자형태의 나노카본소재를 용액 상에 잘 분산해야 하는 데, 이때 앞서 설명한 초음파를 이용한 캐비테이션 현상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재미있는 현상을 이용해 최근에 한국전기연구원에서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도록 하자. 혼쏘니케이터를 이용한 분산기법은 초음파 세척기를 이용하는 방법보다 훨씬 큰 에너지가 물질에 전달되게 된다. 따라서 자칫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물질이 손상되게 된다. 심지어 은박지를 초음파 세척기에 넣고 작동시켜면 은박지가 가루가 되어버린다.

여기에서 필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혼쏘니케이터의 초음파 웨이브가이드 프로브(probe)를 액체 깊숙이 담그지 않고 액체 표면에서 0.5cm 정도만 담궈서 나노카본소재를 분산하는 기법을 고안해 냈다. 비눗물에 혼쏘니케이터 프로브를 넣고 작동시켜보면 깊숙하게 담그면 초음파가 그대로 비눗물에 전달되어 거품이 별로 나지 않는다. 하지만 표면에 얕에 담궈 작동시키면 마치 소맥에서 거품이 나는 것처럼 미세한 거품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끔씩 술자리에서 이런 실험도구로 소맥을 제조(?)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그래핀을 제조할 때 보다 큰 크기의 그래핀을 제조할 수 있다. 왼편 그림에서 오른쪽 이미지를 보면 마치 종이장이 갈기갈기 찢어진 것처럼 잘려 나간 것을 볼 수 있고 왼쪽은 그에 비해 손상이 많이 가해지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혼쏘니케이터 프로브를 얕게 담궈 작동할 경우 초음파의 강도가 약해지고 액체표면으로부터 주입된 공기에 의해 발생하는 기포에 의해 그래핀이 파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연히 발견하였지만, 2014년 네이쳐 자매지인 ‘사이언티릭 리포트’에 논문이 게재되었으며, 아직도 실험실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팁(tip) 중에 하나다.

※사진-3 : 참고문헌: J. T. Han et al. “Extremely Efficient Liquid Exfoliation and Dispersion of Layered Materials by Unusual Acoustic Cavitation” Sci. Rep. 4, 5133; DOI:10.1038/srep05133 (2014).

소맥의 제조 원리와 나노테크놀로지에도 적용된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은 호기심과 관찰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