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메이저의 저탄소 행보 - ①
글로벌 석유메이저의 저탄소 행보 - ①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9.05.20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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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메이저들이 청정에너지를 찾아 나서고 있다


BP 등 유럽 기업 중심 전기차 충전·재생에너지 등에 수십억 달러 투자
주유소에 급속 충전기 설치… ‘주유+충전’ 가능한 연료 공급 플랫폼 구축

20세기 주력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석유를 앞세워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최강자로 굴림해 온 석유메이저들이 청정에너지 투자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BP, 쉘, 토탈 등 유럽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업부 신설, 인수합병 등을 통해 전기차 충전과 재생에너지 등에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 경영연구원은 최근 ‘석유 메이저, 저탄소행 여정 시동’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변국영 기자>

 

▲저탄소 투자

에너지 전환에 따라 석유 및 전력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신흥국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세계 석유소비 증가세는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으며 친환경 자동차 기술 혁신이 가속화하면서 석유 수요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선진국(OECD)의 석유소비는 이미 2000년대 중반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전환된 가운데 전기차 판매 급증, 배출규제 강화에 따른 연비개선 등 자동차 산업의 기술 혁신이 빨라지자 석유 시장에서는 이른바 ‘수요피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셰일오일, 오일샌드 등 비전통오일 생산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유가 변동성은 커지고 시장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미국은 셰일오일 생산에 힘입어 ’지난해 8월 원유 생산량이 1090만bpd를 기록, 러시아와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등극했다.

최종에너지 소비에서는 전력 사용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향후 신규 발전설비 건설은 풍력과 태양광이 주도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시스템의 ‘전기화’가 진전되면서 전력소비 증가와 더불어 발전설비 건설 수요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6년 풍력과 태양광을 합친 신규 용량은 이미 석탄과 가스를 합친 용량을 넘어선 가운데 향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강화, 비용경쟁력 향상 등에 힘입어 신규 발전설비는 재생에너지가 주도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오일머니가 전기차 충전과 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로 향하고 있다. 최근 대형 석유기업들은 인수합병, 벤처투자 등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청정에너지에 쏟아부으며 ‘탈화석연료’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5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 BP, 쉘, 토탈 등 유럽 메이저들은 연간 10억∼20억 달러의 자본지출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저탄소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일부 메이저가 석유 소비의 최전선인 자신들의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트렌드에 동참하고자 하는 석유업계의 입장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동, 중남미 등 산유국 국영기업들도 태양광이나 풍력 사업에 뛰어드는 등 대형 석유기업들의 청정에너지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석유기업들은 저탄소 행보의 일환이자 사업다각화 방안으로 LNG, 가스화력발전소 등 천연가스 사업 비중도 대폭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에너지분야 외에도 석유부문 수직 계열화 측면에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석유시장 위협하는 전기차

석유 최대 소비처인 자동차 시장의 친환경 기술혁신이 가속화함에 따라 수요둔화 우려가 커지며 이른바 ‘수요피크’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소득 향상에 따른 자동차 구매 증가 등으로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석유 소비증가가 선진국 수요 감소를 상쇄하면서 적어도 향후 10∼15년간은 세계 석유수요가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공통된 시각이다.

이와 달리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성장 속도에 관한 입장 차이로 2030년대 이후 석유 수요가 지속 늘어날 것인가, 혹은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석유기업들과 전망기관들은 최근 1년여 사이 전기차 보급 전망은 상향하는 동시에 석유 수요피크 시기는 앞당기는 모습이다. 즉, 수요피크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혁신적인 연비개선과 함께 전기차의 빠른 확산으로 자동차용 석유 수요부터 2030년 전후에 먼저 정점을 찍고, 전체 석유수요도 2040년 이전에 정점을 찍은 후 점차 감소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적으로 배출규제 강화에 따른 연비개선의 수요 감소 유발효과가 전기차의 수요 대체 효과보다 더 빨리 더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수송용 이외 부문의 경우 발전용 수요는 2020년대부터 감소하고 석유화학 원료용 수요는 장기적으로 지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짧은 주행거리, 비싼 가격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있지만 각국의 정책적 노력 속에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인 가운데 2017년 세계 전기차 판매는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했다.

더욱이 내연기관 판매·운행 금지 계획을 발표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웨이(2025년), 독일(2030년), 영국·프랑스(2040년) 등 유럽을 필두로 내연기관 판매 금지 계획을 발표했으며 중국 역시 도입 시기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전기차 주도권 경쟁과 배터리 비용 하락,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등 자동차 기업들의 혁신 노력 역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 생산을 축소·중단하고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라인업 강화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으며 신생 전기차 기업들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자동차업계 내 전기차 개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Byton, NIO, Xpeng Motors 등 중국 스타트업들은 제2의 테슬라를 꿈꾸며 투자 유치를 통해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NIO의 경우 중국 자동차사 최초로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배터리팩 가격은 하락하고 주행거리는 증가하면서 전기차 소유 비용은 2020년대 중반 이후 내연기관차보다 더 저렴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속 미래 모빌리티 혁명을 가져올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기술이 상용화 되면 전기차 시장을 한 단계 더 빨리 확장시킬 것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유지보수가 쉽고 디지털 기기 탑재·구현이 용이해 자율주행 기반 차량공유 서비스에 더 적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기차 시대 대비

20세기 초 포드가 개발한 가솔린 동력 ‘모델-T’를 시작으로 자동차 산업 발전을 등에 업고 주력 에너지원의 자리를 꿰찼던 석유는 전기차가 주도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가 다가오면서 입지 약화가 불가피해 질 것이다.

IMF는 과거 석유가 석탄을 대체했던 과정에 비유하면서 “전기차 보급 확대로 말미암아 석유가 매장량은 풍부하고 수요는 탄력적인 특성을 보이는 지금의 석탄의 길을 뒤따라갈 것”이라고 묘사했다. 세계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 비중은 1960∼1970년대 50% 수준에서 현재 30%대 초반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40년에 가면 20%대 후반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전기차 운행이 늘어나면서 2040년경에는 전기차가 수백만bpd의 석유 수요 감소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메이저는 기존의 충전 네트워크 인수와 동시에 주유소에도 충전소를 설치해 나가며 충전 서비스를 통한 전기차 가치사슬에 진입하고 있다. BP, 쉘 등은 유럽에서 전기차 충전 읶프라 운영업체들을 인수하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 등에서도 벤처투자나 자동차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차세대 충전 시스템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주유소에도 급속 충전기를 설치, ‘주유+충전’ 모두 가능한 연료 공급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연료에 상관없이 운전자들을 자신들의 고객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쉘은 자신들의 주유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소 충전설비 파일럿 운영도 추진하고 있다.

공간적으로도 ‘가정-사무실-길거리-주유소’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며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을 선도해 나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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