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메이저의 저탄소 행보 - ②
글로벌 석유메이저의 저탄소 행보 - ②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9.05.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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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통해 전력시장에 진출하는 석유 메이저


석유사업 보다 수익성 낮지만 성장 잠재력·수익성 보완 측면서 매력
풍부한 해상유전 경험·자본력 앞세워 규모경제 가능한 ‘해상풍력’ 주목

 

▲발전시장 강자 ‘재생에너지’

최종에너지 시스템의 ‘전기화’가 진행되면서 향후 전력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신흥국의 경제성장과 도시화, 최종에너지 소비 부문에서의 화석연료 대체, 디지털화 등이 에너지 시스템의 전기화를 견인하고 있다.

전기화라는 용어는 과거에 주로 신흥국이나 농촌·낙후 지역의 전력 보급률 향상의 관점으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수송·산업·건물 각 부문에서 에너지 소비를 전기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으로 확장됐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이행 수단의 하나로 전기화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전기 소비를 확대하는 동시에 필요한 전기를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로 공급함으로써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디지털 기술 혁신도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를 촉진할 것이다. 2030년까지 ICT의 전력 수요는 현재의 약 4배로 늘어나고 그 중 1/3 가량인 2500TWh가 ICT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ICT 부문의 전력 수요는 가정·난방 등 기존 에너지원을 전기로 대체하는 수요가 아니며 ICT로 분산전원을 적용하기 쉬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

미래 최종에너지 수요 가운데 잔기는 가장 많이 증가할 전망이다. 2050년 전기 수요는 2015년 대비 약 2배로(연평균 2.0%) 늘어나는 반면 전기 이외 에너지원은 19% 증가(연평균 0.5%)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IEA에 따르면 2017∼2040년 최종에너지 수요의 총 증가량 2885Mtoe 중 전기가 가장 많은 40%를 차지하며 같은 기간 최종에너지에서 전기 비중은 19%에서 24%로 확대됐다. 소비 부문별 전기화 추이를 살펴보면 전기차 주행 확산에 따른 수송 부문과 냉난방 소비 증가 등에 따른 건물 부문의 전기 사용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신규 전력설비 재생에너지가 주도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신규 발전소 건설의 경우 재생에너지가 이끌고 천연가스가 뒷받침 하게 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가 한층 강화되는 동시에 기술혁신에 따른 지속적인 비용 하락, 에너지저장장치(ESS) 도입 등에 힘입어 전력 시장은 점점 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수력 포함 재생에너지는 2040년 세계 발전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예상이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주요 발전원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2040년 이전에 설치용량 기준으로 석탄을 추월, 가스에 이어 2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치용량이 확대되는 가운데 발전량에서 풍력과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6%에서 2040년 21%로 대폭 확대된다.

가스 발전은 석탄 대비 친환경, 유연한 가동성, 낮은 투자비 등의 장점으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응하기 쉽고 온실가스 감축에도 유리해 신설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용량 기준 최대 발전원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RE100’ 이니셔티브와 같이 최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자사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경향도 풍력이나 태양광 설비투자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 ICT 기업들을 중심으로 GM, BMW 등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이니셔티브 참여가 확산되고 있으며 RE100 동참 여부와 별개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력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인 이들 기업들은 전력구매계약, 인증서구매, 자가설비를 통한 직접생산 등의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소비를 확대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기업은 이미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했으나 다수 기업은 수년에서 10년 이상의 장기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 세계 시민사회의 친환경·저탄소 에너지 소비 확대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소비를 늘리며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이행하는 동시에 기업가치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종합에너지 회사로 업그레이드

석유사업 대비 재생에너지의 수익성은 낮은 편이지만 향후 성장 잠재력과 수익성 보완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IRR(내부수익률)이 5∼9% 수준으로 석유·가스 상류부문 IRR보다 낮지만 초기 건설단계에서 대규모 자본지출 이후 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가면 15∼20년가량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잇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유가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민감하게 변화하는 일부 고비용 프로젝트보다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리스크 헤징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수백MW∼1GW급의 대형 프로젝트 개발이 확대되고 있는 해상풍력은 석유 메이저들이 풍부한 해상유전 개발·운영 경험과 자본력을 앞세워 규모의 경제를 잘 실현할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쉘, Equinor(구 Statoil)는 유럽 내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 중이며 미국, 브라질 등지로 확대하고 있는데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중동, 북아프리카, 중남미 등 일조량이 풍부한 신흥국의 대규모 태양광 개발도 현지 네트워크를 앞세워 경쟁우위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유틸리티 사업에 진출하며 단순 석유회사를 넘어 ‘석유·가스·전력’을 아우르는 종합에너지 회사로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쉘은 “우리는 더 이상 석유회사가 아니라 큰 범주에서 광범위한 에너지 회사”라고 강조하며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전기차·수소 충전 사업에 투자하며 에너지 시스템의 전기화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노르웨이 (구)Statoil의 경우 Equinor로 사명까지 변경하면서 석유회사가 아닌 재생에너지 포함 종합에너지 회사로의 전환 의지를 천명했다.

토탈은 유틸리티 사업 확대해 2022년까지 가스·전력 고객을 현재의 4배로 확대하기 위해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를 합쳐 10GW의 발전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사라진 석유기업

2000년대 시가총액 톱10의 단골이었던 메이저는 2018년 3월말 기준으로 10위 내에 하나도 없다. 20위권으로 늘려도 엑손모빌(12위)과 쉘(15위) 2개사뿐이다.

지난 2009년 엑손모빌과 페트로차이나가 나한히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20위 내 총 7개 석유기업이 포진했던 것과 상당ㅎ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던 2014년 6월 이전인 2014년 3월말 기준으로 보더라도 톱10에는 엑손모빌 1개 기업만 포함됐다.

오늘날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권은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ICT 기업들이 대거 차지하고 있다. 2018년 3월말 기준으로 1∼5위까지 모두 ICT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시가총액 순위 변화를 ‘공급자+화석연료’ vs ‘소비자+재생에너지’ 구도로 에너지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해석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시가총액 상위 20위내 12개사가 RE100에 참여하고 있다. 시장가치가 높은 기업들에게서 ‘에너지 소비자로서 자발적 선택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데 최근 재생에너지기반 분산형젂원 시스템이 확대되는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RE100에 참여하지 않지만 Berkshire Hathaway는 자회사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삼성도 2020년까지 일부 해외사업장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궁극적으로 에너지 시스템이 소수의 대형 공급자가 주도하는 중앙집중식, 즉 ‘원자재(화석연료) 기반 수직적 구조’에서 다수의 시장 참여에 기반한 분산형 전원, 다시 말해 ‘기술(재생에너지) 기반 수평적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