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우리도 '그린프라이싱(녹색요금)' 도입할 수 있나
[이슈] 우리도 '그린프라이싱(녹색요금)' 도입할 수 있나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9.05.23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력 소매시장 개방 전제돼야… 수년 내 도입 쉽지 않다
판매시장 개방 찬반 입장 첨예·전기요금 인상 민감… 사회적 합의 어려운 실정
선진국, 자발적 참여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태양광 발전원가 하락으로 이어져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정부는 재생에너지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전기요금에 추가금액을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그린프라이싱(Green Pricing, 녹색요금)’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중 하나로 수차례 검토했으나 인식 부족 및 전력소매시장 개방 부담 등으로 도입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조·IT 선도기업들의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을 통한 재생에너지 구입 확산과 맞물리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그린 프라이싱 제도, 국내 도입 여건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린프라이싱’ 도입 시동

정부는 재생에너지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그린프라이싱’ 제도 신설을 검토했었다. 그린프라이싱은 소비자가 기존 전기요금에 추가금액(Green Premium)을 자발적으로 지불하고 태양광·풍력발전 등으로 만든 전기를 구입하는 제도다. 공급의무화(RPS), 발전차액지원(FIT) 등 현재까지의 정책은 발전사(전력공급자)가 대상이나 그린프라이싱은 소비자(전력수요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한 제도로 볼 수 있다.

그린프라이싱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보 및 투자재원 확보(정부의 재정 부담 경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소비자의 비용 부담 증가로 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추가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소비자도 편익을 얻게 되는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국내에서도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재생에너지 확산 정책 중 하나로 수차례 검토했으나 제도화하지 못했다. 지난 1990년대 미국, 독일, 호주 등에서 주택용 요금제도에 도입된 이후 공공, 상업, 산업부문까지 참여가 확대됐다. 소비자가 발전·송배전·판매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전력회사의 그린프라이싱 프로그램을 선택하거나 경쟁체제를 갖춘 전력소매시장에서 태양광·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공급사를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태양광·풍력발전사업자와 직접거래 또는 전력판매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구입했다.

그동안 정부는 소비자들의 재생에너지 인식 제고를 기대하는 한편 전력판매시장 개방에 대한 부담 등으로 도입을 보류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하반기 내 그린프라이싱 제도 신설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이와 별개로 국회에서도 관련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의 그린프라이싱 논의는 글로벌 제조·IT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구입 확산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RE100’은 소비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활용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으로 그린프라이싱이 주요 수단 중 하나다. 글로벌 하드웨어·전기자동차 제조기업이 국내 부품기업에 재생에너지 활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무역장벽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 BMW, 폭스바겐 등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에 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해외사업장에서의 재생에너지 도입 방안을 마련 중이나 국내에서는 제도 미비 등으로 재생에너지 활용·조달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미국의 그린프라이싱

지난 1993년 그린프라이싱을 가장 먼저 도입한 미국은 관련제도를 확대해 자발적 재생에너지시장이 정착됐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26%가 주택·공공·산업부문에서 자발적으로 만든 시장이며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시장은 57% 수준이다. 자발적시장의 유형별 구분을 보면 재생에너지인증서(REC) 구입, 그린프라이싱(재생에너지 공급사와의 계약 포함), 전력수급계약의 순이다. 2017년말 현재 40개 주에서 그린프라이싱을 시행 중이며 88만5000 가구에서 885만MWh를 구입하고 있다.

주택·공공·산업부문의 자발적 참여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보급 확대로 나아가 태양광, 풍력 등 발전원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방정부는 이같은 자발적 재생에너지시장이 재정부담 완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인센티브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기업은 자발적 재생에너지 활용·구매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구글, 애플 등은 선도기업으로서의 지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재생에너지시장은 입지여건과 함께 규제 및 자발적 제도의 조화, 인센티브 등에 기인한 것으로 특히 세제지원에 따른 투자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 재생발전 설비 투자에 대한 연방세 30% 공제(2006년도입, 2021년까지 연장) 및 발전사의 전력생산당 법인세 공제(1992년 도입, 2019년 까지 연장)는 각각 태양광, 풍력 확대로 연계됐다.

자발적 시장이 자리 잡은 요인은 ▲제도적 기반 및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지속 증가해 원활한 수급이가능 ▲가격경쟁력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가 전력소매기업 또는 재생에너지공급사를 선택할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 공급사는 소비자와 직거래가 가능하다. 워싱턴DC를 포함한 14개주(전체 발전량의 약 1/3 차지)에서 소비자가 전력소매기업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같은 소매시장의 경쟁체제가 그린프라이싱 제도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프로젝트가 지속돼 수급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발전시장이 성장했다. OECD 전체 재생발전량의 40% 이상으로 전세계에서 재생 발전량이 가장 많은 국가이며 설비용량은 태양광 발전 3위, 풍력발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재생발전량은 연평균 6.7% 성장해 가스(5.2%)보다 높으며 태양광발전 설비는 연46% 규모로 성장했다.

재생에너지시장 확대로 발전원가가 화력발전 원가와 대등한 수준까지 하락해 비용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으로 변화했다. 입지, 규모 등 여건에 따라 다르나 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점차 낮아져 MW급 태양광·풍력 발전원가가 석탄·가스발전보다 낮거나 대등해졌다. 발전원별 원가(2018년 $/MWh, 보조금제외)는 :태양광 40∼46(주택용지붕 160∼267), 풍력 29∼56, 석탄60∼143, 가스41∼74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비자와 기업이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그린프리미엄(2017년 기준)은 평균 1.9센트/kWh로 2000년대 중반 2.56센트에서25% 하락했다.

우리나라 도입 여건

제도적인 측면에서 전기요금 제도 개편을 통해 그린프라이싱 도입이 가능하나 재생에너지 공급사와의 직접·간접 계약은 전력소매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사안으로 수년 내 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공급사와 전력수급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전력판매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하나 현 전력시장 여건으로는 기업의 참여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 판매(소매)시장 개방에 대한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전기요금 인상에 민감해 사회적 합의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하려는 기업은 글로벌 기업의 요구 등을 받은 일부로 한정되며 이들 또한 국내 전기요금 수준을 고려할 때 과도한 비용부담은 지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 목표는 RPS 규제 강화 및 자발적 시장 확대 등과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3020 목표는 잠재량 등 기술적 측면에서는 가능한 수준이나 많은 전문가들은 제반 이슈를 고려할 때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규모 입지 조성 및 주민수용성 확보의 어려움, 발전비용 문제, 전력계통 불안정성, 국내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 부족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개선된 부분은 많지 않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해 RPS 의무비율을 높일 계획이며 그린프라이싱 등을 도입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경우 전체적인 수급이 어떻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100대 국정과제 중 ‘친환경 미래에너지 발굴·육성’을 위해 RPS 의무이행비율을 2023년 10%에서 2030년 28%까지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반면 자발적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라는 과제를 갖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수요를 어떠한 방식으로 창출할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는 OECD 국가와 비교해 전기요금이 낮고 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높아 추가 지불해야 할 금액이 클 가능성이 있다. 낮은 전기요금은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원가는 높아 그린프라이싱 도입 시 프리미엄 수준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일사량이 유사한 중국, 독일과 태양광발전 원가를 비교한 결과 설치 투자비용 및 O&M 비용 모두 우리나라가 높은 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