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 해법은 없나
[이슈]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 해법은 없나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9.05.29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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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더이상 임시방편 안된다…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현재의 구조는 시장이 아닌 규제체제… 법적갈등 가능성 고조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는 지금이 아니면 너무 늦을 수 있다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전력산업. 1887년 3월경으로 추정되는 경복궁 건청궁에 전등이 밝혀진 날이 기점이든, 1900년 4월10일 종로 네거리 가로등 3개에 불이 켜진 날이 시점이든, 국내 전력산업의 역사는 100년이 훌쩍 넘는, 나름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현재의 전력산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기자가 전력분야에 몸담은 지 15년이 좀 지났다. 몸담았던 초기, 발전분할이 마무리되고, 배전분할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끝내 배전분할은 중단됐다.
그 이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은 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때도 가장 큰 화두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이었던 것이고 지금도 비슷한 것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정책 역시, 큰 틀에서는 전력산업에 대한 구조개편을 동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잘못된 예측도 많았다. 당시에는 향후 국내 전력수요가 정체 또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수요는 갈수록 증대되는 상황으로 변모했고, 피크수요 역시 과거에는 하계피크가 동계피크를 웃돌았으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이같은 시점과 상황에서 28일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실에서 주최한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 해법은 없나' 토론회는 여러 측면에서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토론회 발표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발제

김선교 / 한국과학기술평가원 부연구위원(전력산업 변화를 추진, 수용할 동기·의지는 있는가?)

전력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4D[De-carbonization(탈탄소화), Decentralization(탈중앙집중화), Digitalization(디지털화), Democratization(민주화)]를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전력산업을 가리키는 단어로는 '(비자발적) 희생'과 '반복'을 들 수 있다. 희생의 경우 전국 석탄화력의 절반이 충남도에 소재해 있고, 원전은 부산·울산에 6기, 경주에 6기가 각각 위치해 있다. 또한 전력산업은 다른 산업을 위해 존재하는 기반산업임에 따라 그 요금이 낮고, 국내 전력품질의 높은 신뢰도는 적정 신뢰도 이상의 투자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반복의 경우, 예를 들어 '장기전력수급계획'은 중앙집중적인 하향식 계획이다. 즉, 제한된 정보를 기초로 제한된 수의 전문가가 이를 심의하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가격 신호를 충실하게 반영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력분야 토론회에 참석하는 사람들, 말하는 사람들이 한정돼 있는 것은 전력산업 생태계에 노출된 사람들도 반복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001년 구조개편, 2011년 순환정전, 현재의 에너지전환에 이르기까지 '고육지책(임시방편)'으로 그 순간을 모면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체, 고착화의 원인으로는 전력산업에 전환(Transition), 변화(Transformation)의 동기가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중요하지만 불편한 질문, 즉 '전력산업 생태계의 주류는 현재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 또한 특유의 수직적, 폐쇄적인 위계 조직의 한계, 즉 '순응, 평균, 관리, 대응, 유지'에 멈춰있는 게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의 전문가, 소수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땜질과 개선은 가능하지만, 혁신은 불가능하다.

이같은 진단은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력산업계에 선순환, 자율성, 다양성, 적자생존이 개입된 개방형 혁신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지속가능한 정책수립의 근거는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전력산업 참여, 소비자(시민)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이제 에너지를 에너지안보, 경제성, 안정적 전력수급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 21세기 가치에 맞게 전력망(Grid)를 새롭게 상상해야 한다.

첫번째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김선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부연구위원
첫번째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김선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부연구위원

박진표 /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전력시장 메커니즘을 둘러싼 법적 갈등과 대안의 모색)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의 본질은 시장을 가장한 규제체제라고 볼 수 있다. 규제가 시장을 대체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향후 발전소 및 송전선로 등 전력시설 건설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에서 과거 계획된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전력산업을 둘러싼 법적 갈등의 본질은 CBP(변동비반영시장) 체제에 기반한 규제방식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시장원리를 도외시하고, 사업자의 희생을 당연시 해온 것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이는 복잡성 증가, 일관성 결여, 불공정성 및 불투명성 증가, 법적갈등과 분쟁의 증가,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발전사업허가(공정성과 투명성 제고), 전력거래 가격메커니즘(사유재산권 침해·공정거래법 위반요소 및 효율성 개선) 등을 들 수 있으나, 현행 규제체제 하에서는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즉, 근본적으로는 진입규제 및 가격규제 폐지를 통한 경쟁시장체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토론

이유수 /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2001년 4월 발전경쟁이 도입된 후 배전분할 및 판매경쟁 도입이 중단되고 과도기적 형태로 18년간 동일한 형태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송배전 및 판매시장은 그대로 두고, 도매시장의 정산 또는 수익배분 방식을 수차례 변경하는 등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본질적으로 변화된 것은 거의 없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전력산업의 운영시스템과 시장구조를 경쟁을 통한 시장의 가격시스템에 의한 효율적 자원배분 관점이 아니라, 규제와 통제 하에서 지나친 개입과 간섭에 의해, 자원배분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전력산업의 운영시스템 및 시장구조 변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단계적인 개혁이행을 반영하는 로드맵의 제시가 필요하다.

우선, 현재의 도매시장의 거래 및 정산방식의 변화를 통해 인위적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 즉 정산조정계수 적용부터 청산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도매시장의 운영시스템의 변화와 판매시장의 개방을 추진하더라도, 가격체계의 합리화 및 시장의 가격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공정경쟁의 기반위에 효율적 자원배분이 진행되기 어렵다. 시장개방에 따른 경쟁기반 위에서 초기에는 요금상한제를 시행하더라도 점진적으로 가격자유화를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두번째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두번째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조강욱 / 전력거래소 시장계통개발처장

인구, 교육, 통일, 에너지 등 장기간에 걸쳐 시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의 첨여를 통해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이는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시만사회의 의견이 어느 정도 수렴되고 있다고 보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보완해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 다만, 전문가 집단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규제체계와 시장 제도의 흠결이 있다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통해 그 흠결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유권자 정책과 전기소비를 통해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전기소비자에 대한 전력정책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같은 구분은 현재 혼합방식의 전력산업 구율체계가, 시장의 원리를 보완하는 차원의 스마트한 규제로서 자리매김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장현국 / 삼정KPMG 상무

전력산업 조직문화 변화방법에 민영화만이 방법인 것은 아니다. 한계는 있을 수 있으나,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는 지금이 아니면 너무 늦을 수 있다.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문화 형성은 급변하는 전력시장에서 반드시 풀어야 될 숙제다.

온실가스 감축은 범세계적 목표이며, 국민 대다수도 이에 대한 공감은 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면, 이를 받아줄 수 있는 국민도 대다수일까?

분권화, 디지털화 및 민주화는 현 정부 들어서면서 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전력시장의 논쟁은 경제학적 이론논쟁 보다는 법적갈등 발생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전력시장의 법적갈등은 당연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전력사업자와 규제자간에 소송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소송을 불편한 시각이 아닌, 합리적 최종해결수단으로 보는 것 같다. 우리도 이제는 전력시장 운영과 관련된 문제를 법원에서 해결하는 것을 더이상 금기시하면 안되는 시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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