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확대·수용성 제고 기여… 국민 참여·관심 유도
대외적으로 ‘신재생 선도하는 국가’ 이미지 개선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일반 개인이 소액 투자를 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물론 국민 수용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을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접목하면 대규모 정부 재원 소모를 막고, 지역주민을 비롯한 국민적인 참여와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대내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대국민 접근성이 향상돼 국민의 신재생에너지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환경 산업과 신재생에너지를 선도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얻으며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센터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크라우드 펀딩 해외 사례와 시사점(윤예린 연구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 내용을 정리해본다. <변국영 기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250개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북미 약 95억 달러, 아시아 35억 달러, 유럽 33억 달러가량의 자금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운용되고 있다. 이들 중 25개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신재생에너지만을 다루는 ‘신재생 에너지 전문 플랫폼’이다. 현재까지 30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발굴·진행됐다.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은 유럽 선진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국 Abundance
신재생 프로젝트만 대상으로 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영국 전역 걸친 다양한 대체에너지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
영국의 Abundance사는 지난 2009년 설립됐고 P2P 형식의 금융거래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만을 대상으로 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환경과 사회를 위한 좋은 일’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2012년 첫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6개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Abundance는 영국 전역에 걸친 다양한 대체에너지 프로젝트에 개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중개자 역할을 한다. 최소 투자금은 5파운드이며 18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투자 금액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의 일부를 수익으로 돌려받는다. 평균적으로 각 프로젝트의 IRR은 6∼9%로 시중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Abundance는 투자를 위한 플랫폼 역할 뿐만 아니라 개인 자산을 관리·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크게 3가지 방식으로 Abundance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 우선 ‘수익을 위한 투자’다. 투자 수익을 6개월에 한 번, 투자자 본인에게 직접 돌려주는 방식이다. 6개월마다 평가되는 자산 가치는 곧 현금화돼 찾을 수도 있고 재투자를 원한다면 모금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금으로 바로 투입할 수 있다. 투자증서 양도가 가능하고 영국 국내법상 상속세가 면제된다.
‘성장을 위한 투자’는 장기 자금 운용 목적의 목돈 만들기용이다. 다양한 프로젝트 또는 정기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IRR은 은행권 이자를 훨씬 상회하는 6∼9%로 자금 규모가 빨리 커질 수 있다.
‘Abundance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는 세제 혜택은 물론 은퇴 후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의 통장으로 예금이나 적금, 주식, 펀드 등 파생상품까지 투자가 가능한 통합계좌다. 투자자에게 부과되는 수수료가 없으며 장기간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자산 설계 및 은퇴 후 계획 등에 유용하다.
Abundance는 이처럼 투자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들을 제안하며 영국 전역에 걸쳐 많은 투자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대상 지역에는 친환경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보급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는 그 수익을 돌려주는 대표적인 윈-윈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 Windcentrale
투자자, 풍력발전소에 투자… 생산된 전기 공급 받아
투자자가 풍력발전소 주인…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 이용
Windcentrale은 지난 2010년 설립된 풍력 에너지를 전문으로 하는 네덜란드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Windcentrale은 ‘네덜란드의 에너지 구조를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중에 단기간에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기록을 갖고 있는 곳이다. Windcentrale은 하나의 프로젝트로 단 13시간 만에 1300만 유로를 모으는 데 성공했으며 약 1700가구가 풍력발전을 통한 저렴한 전기 수급 혜택을 보게 됐다.
Windcentrale의 투자 모델은 영국의 Abundance와는 약간 다르다. 투자자들은 직접 돈을 투자해 인근 지역에 풍력발전소를 설립하고 그 투자에 대한 수익으로 풍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공급받는다. 공유된 하나의 풍력 발전소를 통해 주변의 많은 가정이 함께 전기를 생산해 공급받는 구조다.
Windcentrale은 풍력발전소 설립 계획이 수립되면 하나의 풍력발전소를 수천 개의 지분으로 나눠 일반인에게 판매한다. 하나의 지분은 200 유로에 판매되며 각 가정은 하나 혹은 여러 개 묶음 단위의 지분을 구매할 수 있다. 하나의 지분은 대략 1년에 500kWh 정도의 전기 공급에 상응한다. 네덜란드 한 가구당 1년에 사용하는 전기의 양이 평균 3500kWh인 것을 고려할 때 상당한 양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가정에서는 기존에 이용하던 전기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각각의 투자자가 모두 해당 풍력발전소의 소유주다. 기존에 지출하던 전기요금의 감소분을 수익률로 환산하였을 때 약 7%(매해 에너지 가격이 3%씩 상승한다고 가정)에 해당한다.
풍력 발전은 초기 시설투자 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유지비용은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풍력 발전의 특징을 살려 초기 투자비용을 나눠 부담하고 장기간 설비 운영을 통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 Windcentrale이 활용하는 전략이다.
Windcentrale의 투자자는 단순히 자금 운용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실제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혜택을 누리는 ‘실사용자’이자 함께 공유하는 ‘커뮤니티 구성원’의 개념이 강하다. 이러한 투자자들을 고려해 Windcentrale에서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풍속과 전기 발전량을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유지 보수를 위해서도 지역주민들이 주기적으로 관심을 갖고 교육에도 참여하는 등 협력하고 있다.
▲미국 Sun Funder
후진국·개도국에 투자… 선진국·후진국 간 에너지 불균형 해소
프로젝트서 얻은 이윤 다른 프로젝트에 연속 투자 ‘공적이익’ 추구
미국의 Sun Funder는 투자자의 범위를 더욱 넓게 설정한다. 국내외 어떠한 주체도 투자자가 될 수 있으며 프로젝트의 투자처는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한정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는 회사나 기관을 투자자들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한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불편함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가구별 또는 마을별로 태양광이나 태양열을 이용한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1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모아 46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약 500만 명에게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해준 셈이다.
Sun Funder의 특징은 투자 원금에 대해서는 회수할 수 있지만 투자를 통해 얻은 이윤은 온라인을 통한 직접 회수가 불가능하다. 대신 투자자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이윤을 다른 프로젝트에 연속적으로 투자함으로써 공적 이익의 추구를 할 수 있다.
Sun Funder는 기존의 크라우드 펀딩과는 다르게 벤처기업, 스타트업, 파일럿 프로그램 등에 대해서는 펀딩을 제공하지 않는다. 다년간의 포트폴리오와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있는 검증된 회사들에 대해 투자를 제공한다. Sun Funder의 운영을 위한 비용은 프로젝트 수행사에게 ‘capital sourcing fee’라는 명목으로 1회에 한해 5∼7% 정도의 금액을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