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덴마크 항구도시 '에스비아르'에서 배우다
[E·D칼럼] 덴마크 항구도시 '에스비아르'에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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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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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연 / 주한덴마크대사관 선임상무관 - 에너지·환경분야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차로 3시간 반 정도 서쪽으로 가면 북해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 에스비아르(Esbjerg)가 나온다. 인구는 약 11만 명에 덴마크에서 5번째로 큰 도시지만, 서울시 강북구의 약 1/3 정도 되는 규모, 우리 입장에서는 작은 항구도시인 셈이다. 변방의 작은 도시지만 해상풍력에 관심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찾는 성지와 같은 곳이라 하여 방문했는데, 그 이유를 찾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낙·농업 국가인 덴마크는 농수산물을 영국과 같은 인접국에 수출할 목적으로 1868년 에스비아르에 항구를 설립했다. 항구가 마련된 이후 약 100여년간 에스비아르의 주요산업은 어업이었다. 그런 에스비아르에 1970년 큰 변화가 도래한다. 바로 덴마크령 북해에서 석유·가스가 발견된 것이다! 이후 에스비아르는 항구도시로서 위치적 장점을 살려,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을 위한 해양플랜트 허브 도시로 거듭난다. 1979년 당시 200여명에 불과했던 도시 내 석유·가스 분야에 종사자는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9000여명이 되었다. 어업에 이어 해양플랜트로 도시의 첫 전환을 이룬 것이다.

에스비아르는 1990년대 또 한번의 변화를 일구어 낸다. 전세계적으로 육상풍력이 갓 걸음마를 뗄 무렵, 덴마크는 1991년 최초로 5MW 해상풍력단지 상업화에 성공한다. 이 프로젝트는 당시 많은 전문가들에게 조롱을 샀다. 그러나 판도의 빠른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은 오히려 전문가들이었다. 해상풍력 기술은 빠르게 성장했고, 2002년 덴마크령 북해에 Horns Rev I (160MW 용량)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하며 대형 해상풍력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눈을 뜬 에스비아르는 해상풍력단지 설계, 시공, O&M 등 개발 전 과정이 해양플랜트 산업과 유사하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또 한 번 발 빠른 산업 전환을 이루어냈다. 에스비아르는 수송, 사전 조립, 선적, 서비스 등 위한 특수 시설을 갖추고, 유연한 배후 항만 레이아웃 조정 노하우를 빠르게 쌓아갔다. 그 결과, 오늘날 유럽 해상풍력단지의 약 75~80%가 에스비아르를 배후항만으로 사용하였고, 수많은 해상풍력 기업들이 앞다투어 투자한 바 있다.

시대를 읽어내는 눈과 빠른 전환, 무엇보다 지자체와 산업계의 지속적인 민·관 협력. 에스비아르는 해상풍력단지 개발에서 빠질 수 없는 세계적 배후 항만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에스비아르의 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RE100’를 주제로 하는 논의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기업 생산 및 기타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를 통해 100% 공급받는 것을 의미한다. 덴마크는 현재 전력의 7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며 RE100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애플, 페이스북, 구글은 덴마크에 데이터센터 설립 혹은 투자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수조 원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프로젝트다. 덴마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데이터센터가 덴마크에 만들어 지면서, 거대한 양의 데이터가 미국에서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오게 되었다.

덴마크 방문 시 만났던 에스비아르 Jesper Frost Rasmussen 시장은 미국 뉴욕·뉴저지에서부터 유럽까지 약 7000km의 광섬유 케이블을 배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유럽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에스비아르가 선정되면서 도시가 다시 한 번 새로운 산업의 물결을 준비하는데 한창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지금의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에너지 관련 기업 또는 이해당사자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곳곳에 새로운 변화를 수반한다. 정부, 정치, 기업, 학계, 시민사회,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일자리 창출, 경제적 돌파구 마련 뿐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틀을 마련할 영역임이 분명하다. 새로운 동력을 찾고 있는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우리는 에너지전환을 할지 말지 보다는, 에너지전환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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