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균형의 미학: 정책철학의 핵심
[ED칼럼]균형의 미학: 정책철학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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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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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박사/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에너지분과장/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

[에너지데일리]에너지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와 공급을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에 있다. 바로 정책철학의 핵심이다.

수많은 균형이론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일반균형모델, 내쉬 균현이론, 등등. 물리학에서 차용해온 것이지만 경제학에서 균형은 공급과 수요와 같은 경제적 힘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외부충격이 없다면 경제변수의 값은 변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경제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과연 에너지산업을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보려면 국내 에너지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대부분의 개도국들이 그러하듯이 우리나라도 공급이 수요를 견인해왔다. 에너지기본계획이 수요에 기반한다고 하지만 공급계획을 담고있기 때문에 수요를 제어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인 것처럼, 에너지 공급계획 또한 꿈틀거리는 수요를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다보면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 대비 공급부족이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천연가스 얘기다.

일주일전에 세계은행이 개최한 컨퍼런스에 초대되어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기후 이니시어티브 프로그램(Initiative 4 Climate)의 하나로 소위 기후-에너지전문가들은 다 모였다. 특히 컨펀런스를 하루 앞두고 세계은행이 초대한 전문가들만을 데리고 브레인스토밍 워크샵을 가졌다. 바로 에너지-기후정책이 정책효과를 거두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시장과 가격기능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세계는 우리를 주목한다. 에너지자원이 없으면서 배출권거래라는 야심찬 제도를 도입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즉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시장을 통해 찾아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물론 배출권거래라는 시장 또한 진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통해 저탄소기술이 발굴되길 기대하면서 배출권거래라는 제도를 선택했다는 점 때문에 국제사회의 눈길이 우리를 향하게 된 것이다.

이점에서 우리는 바로 천연가스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 한다. 천연가스 뿐이겠는가? 전력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대한 균형이 시장기능에 맡겨져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과연 어떤 힘이 ‘보이지 않는 손’ 기능을 하고 있는지?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친절한 손’이다. 바로 아빠나 엄마, 또는 친구의 손이 필요하다. 균형을 제대로 잡기 전까지 이 손은 친절한 손이 된다. 그러나 아이가 이미 균형의 맛을 본 다음에는 이 친절한 손은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가 균형을 체득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 바퀴가 왼쪽 오른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허우적대야 한다. 때론 넘어져야 한다.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에너지산업이 허우적대야 하고 넘어져야 한다는 얘기냐고 반론을 제기하겠지만, 사실상 우리는 허우적대는 것 자체가 두려워 자전거에 올라타지 않진 않았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또는 아이가 크도록 계속 친절한 손을 부모가 떼지 않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아이는 여럿을 둘 수가 없다. 결국 독과점이 계속되어 산업경쟁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천연가스 수요는 예상한 것보다 증가할 것이다. 아무리 기본계획으로 묶어놔도 꿈틀거리는 천연가스 수요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탄소배출권가격이 5만원에 이르면 석탄에서 가스로 연료대체가 될 것이라는 가설이 있다. 이는 시장기능이 연료대체를 촉진할 것이라는 논리에서 비롯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시장은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비록 허우적거리더라도.

중국과 일본은 천연가스를 전략적 에너지로 치부하고 경제성보다는 안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경제성이 가스도입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는 정책을 쓰고 있다. 게다가 개별요금제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고 있다. 공급업자는 하나인데 동일한 물건에 가격이 여러 개라는 이론은 들어보지 못했다. 일물일가의 법칙에 어긋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시장기능에 더 집중하는 정책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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