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글로벌 기업, PPA로 재생에너지 확대… 우리는 ‘제자리걸음’
[이슈] 글로벌 기업, PPA로 재생에너지 확대… 우리는 ‘제자리걸음’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0.07.10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구글·애플 등 PPA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온실가스 감축·친환경 이미지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
재생에너지 PPA, 비용·수익 안정성 확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 효과적
기업 재생에너지 PPA 2019년 기준 약 53GW… 미국·유럽 중심 빠르게 증가
글로벌 기업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하면서 국내 기업에게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국내 전력시장 구조 특성상 PPA 비롯한 기업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불가능
전기사업법 개정·국가 에너지 정책 반영 등 기업 PPA 제도 기반 마련해야
KDB 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강준희 연구원 분석보고서 정리

근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전력구매계약(PPA)은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방법 중 하나다. 장기계약으로 체결돼 비용 및 수익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세계적 흐름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최근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으나 국내 전력시장 구조와 제도로 인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KDB 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강준희 전임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 동향’이라는 분석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의 PPA 확산 추세와 이에 따른 국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살펴봤다. <변국영 기자>

 

▲글로벌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최근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금융 제조 등 다양한 산업부문의 글로벌 기업들은 캠페인 참여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2019년 12월 기준으로 211개 기업이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투자 전략과 이행계획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2018년 기준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전체 전력소비량은 228TWh이며 이중 재생에너지로 조달한 전력량은 약 38%인 87TWh 규모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데 2018년 재생에너지 전력사용량은 23.2TWh로 이들 기업이 전체 소비량의 73%를 차지했다.

’RE100‘ 참여 기업들은 자가발전, 인증서 구매, 녹색요금제, PPA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있다. 자가발전은 기업이 공장 및 사업장 부지 내·외부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직접 운영해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으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입증이 편리하고 대규모 발전설비 설치 시 판매자로서 전력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기업이 직접 발전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자금 조달 발전소 건설 및 운영 과정 등에 참여해야 하므로 발전사업자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돼 리스크가 크고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사업장 내 혹은 인접 지역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경우 지리적 조건이 중요한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에너지원의 제약이 발생하며 최적 효율 보장이 불가능하다.

인증서 구매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 생산 시 발급되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시장에서 구매함으로써 전력사용이 인증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는 생산된 전력과 함께 결합된 형태로 판매되지만 유럽, 미국, 호주 등에서는 구매자가 전력공급원 및 경로를 선택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인증서만 따로 구매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는 가장 소극적인 재생에너지 소비 형태로 구조가 단순하고 유연하며 리스크가 낮아 현재 기업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유럽지역의 GO, 호주의 LGC, 미국의 REC 등이 거래되고 있다.

녹색요금제는 기업이 프리미엄을 추가로 지불하고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는 제도다. 전기판매사업자가 판매하는 일종의 프리미엄 전기요금제에 가입하는 형태로 별도의 초기 투자비용 없이 쉽게 시행할 수 있으나 인증서 구매와 유사하게 소극적인 재생에너지 소비 형태에 해당한다.

호주, 미국, 유럽 등 전력시장이 자유화된 국가에서는 복수의 전기판매사업자가 다양한 녹색 전기요금제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기업이 상품의 종류와 계약 형태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PPA는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제도다. 발전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발전원, 전력 공급가격, 계약 기간 등 세부조건 설정이 가능하며 보통 5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체결된다.

장기계약으로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전력시장의 특성이나 금융 기법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계약 구조를 구성할 수 있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방식 중 PPA 비중이 최근 확대되는 추세다. 기업이 현재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해 많이 활용하는 방법은 인증서 구매와 녹색요금제다. 2018년 기준 인증서 구매, 녹색요금제, 전력구매계약 방법은 전체 재생에너지 사용 방법 중 각각 43%, 31%, 19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이 인증서 구매 및 녹색요금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기술 진입장벽이 낮고 높은 초기비용 없이 쉽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증서 구매와 녹색요금제의 비중이 축소되는 반면 전력구매계약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인증서 구매와 녹색요금제 비중은 2018년에는 전년 대비 3%P 이상 감소했으나 전력구매계약 비중은 201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증서 구매와 녹색요금제 방법은 기업이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를 늘리는데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해 최근 제도의 실효성에 있어서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전력구매계약은 안정성이나 규모 측면에서 실제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하나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 이미지 제고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다. 참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전체 99개 기업 중 87개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및 관리’가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파리기후변화 협약 체결 이후 국가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세부 이행계획 등이 수립됨에 따라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 효율 증대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계획 등을 발표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 능력과 친환경 이미지 구축 여부 등이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과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의 친환경 관련 인식과 사회적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환경적 책임이 강조되는 추세다.

기술발전과 제품 가격 하락 등에 따른 발전비용 감소로 재생에너지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주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기술발전에 따른 효율성 향상 및 제품 가격 하락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8년 세계 태양광, 육상 및 해상풍력 발전단가는 2010년 대비 약 20% 이상 하락했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설비이용률 증가 및 태양광 모듈과 풍력터빈 등 발전설비 가격 하락이 발전단가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발전비용 하락 및 정책적 지원으로 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은 향상되고 있으며 기업의 전력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인 방법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 대규모 풍력 프로젝트의 발전단가는 가스복합화력발전과 같은 기존의 화력발전 방식보다 낮거나 유사한 수준에 도달했다. 태양광 역시 대규모 프로젝트 발전단가의 경우 풍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PPA 왜 선호하나

보통 전력구매자는 전력 사용을 위해 전력소매시장에서 전기판매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매자는 요금제 선택, 공급부하 설정 등 실제 전력 사용과 관련된 조건에 대해서만 계약 체결이 가능하며 생산된 전기의 출처나 생산방식 등은 알 수 없다.

PPA의 경우 구매자는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전력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원, 발전소의 신규 여부, 위치 등까지 세부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기업 구매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PPa를 체결하는 경우 실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임을 확인하고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미국, 유럽 등과 같이 전력시장 구조가 비교적 자유로운 국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제도로 발전소 인근 대규모 사업장의 원활한 전력 공급을 위해 처음 도입됐다.

재생에너지 PPA는 초기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비용 및 수익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에 효과적이다. 재생에너지 PPA는 5∼2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체결되기 때문에 기업 구매자와 발전사업자는 모두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구매자는 발전 연료에 따른 비용 변동 없이 장기간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할 수 있어 미래 발생 비용을 예측하기 쉬우며 중장기적으로는 전력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석탄, 가스 등 기존의 화석연료는 가격 변동에 대한 리스크가 큰 편이나 재생에너지는 연료에 대한 부담이 없어 변동성 헷지가 가능하다.

발전사업자는 신용도 높은 기업 구매자로부터 장기간 안정적인 전력 판매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초기 투자 시 프로젝트 파이낸스 방식 등으로 자금 조달이 용이하며 사업의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PPA는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늘어나는데 기여하므로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제고와 온실가스 감축 등에 있어서 효과적인 수단이다. 신규 사업자의 발전소 건설 및 투자 등을 도모할 수 있으므로 녹색요금제나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와 달리 재생에너지 순증 효과가 뛰어나다. 또 기업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수단으로 홍보할 수 있어서 기업의 이미지 제고 및 온실가스 감축 관리에 효율적이다.

PPA는 전력시장의 구조, 기업의 구매 전략 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체결될 수 있으며 크게 물리적 PPA와 가상 PPA로 구분하고 있다. 국가별로 전력시장의 규제 방법, 기업의 선호도 등에 따라 PPA의 형태는 다양하며 실제 재생에너지 전력공급 여부에 따라 물리적 PPA와 가상 PPA로 나눈다

물리적 PPA는 동일 전력망 내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직접 기업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계약 형태다. EU국가에서 가장 흔히 이뤄지는 형태로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직접 기업 구매자에게 전달되며 Direct PPA라고도 불린다.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기업의 사업장과 발전소가 물리적으로 반드시 같은 전력시장 내에 존재해야 한다.

전기판매사업자는 중간에서 거래 중개, 수요 관리, 전력망 제공 등 전력공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전기판매사업자에 의해 연결된 계약 구조이므로 연결 PPA라고도 불린다.

전력시장의 규제 상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전력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역 및 국가에서는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 인증서는 생산된 전력과 함께 결합된 형태로 기업에 판매된다.

가상 PPA는 실제 물리적인 전력거래 없이 기업 구매자와 발전사업자가 체결하는 금융계약으로 차액정산을 통해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구조다. 물리적인 전력거래 없이 가격 변동성 헷지를 위해 이뤄지는 일종의 금융계약으로 최근 미국, 영국, 호주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합성 PPA, 금융 PPA라고도 불린다. 전력 구입 및 판매는 기업과 발전사업자가 속한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되 발전사업자의 전력 판매 상황에 따라 차액을 정산하는 구조다.

발전사업자는 사전에 합의된 계약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전기를 판매하면 차액을 기업에게 지급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기업이 발전사업자에게 차액을 지급한다. 기업 구매자에게는 전력구매 비용을, 발전사업자에게는 전력 판매수입을 장기간 고정하는 효과가 있다.

물리적인 제약이 적으며 계약의 구조가 유연하다. 기업구매자는 계약을 체결한 발전소의 전력을 직접 공급받지 않으므로 송전망 연결 등 기술적인 문제와 전력시장 규제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없다.

전력수요 및 공급 지역이 일치할 필요가 없어 발전사업자와 기업 구매자가 서로 다른 전력시장에 속해 있는 경우에도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물리적 PPA와는 달리 전기판매사업자의 중개역할이 없으므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으며 계약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재생에너지 인증서는 발전사업자의 지역 내 전력판매량에 비례해 기업 구매자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된다. 실질적으로 기업 구매자에게 물리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전력과 연결돼 있지 않은 재생에너지 인증서다.

 

▲재생에너지 PPA 빠르게 성장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PPA 누적 체결 규모는 2019년 기준으로 약 53GW 규모이며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신규 재생에너지 PPA는 19.5GW 규모이며 2016년 이후 누적 PPA 체결 용량은 연평균 약 57%씩 증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PPA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미 및 남미지역에서 가장 활발하다. 북·중미 및 남미 지역의 전체 PPA 체결 용량은 15.7GW 규모로 전체 PPA의 70% 이상이 집중돼 있다. 이 중 미국은 약 91%를 차지하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재생에너지 PPA를 확대하고 있는 주요 기업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입지 조건이 우수하며 전력시장의 규제가 자유로운 편이다.

재생에너지 대상 에너지원은 대부분 태양광과 풍력에 집중돼 있으며 기술·IT 업종의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PPA를 체결하고 있다. 전체 체결된 PPA의 60%는 풍력 기반이며 2018년 이후 태양광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술·IT기업들이 전체 구매자의 39%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의 재생에너지 PPA는 최근 영국 및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9년 누적 기준 유럽지역에서 8.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PPA가 체결됐다. 2019년 유럽지역 신규 재생에너지 PPA는 약 2.6GW 규모이며 2016년 이후 누적 PPA 체결 용량은 연평균 47%씩 증가하고 있다. 유럽지역의 PPA 규모는 글로벌 PPA 체결 용량 대비 약 17% 수준이다.

풍부한 풍력 자원을 보유한 영국과 북유럽을 중심으로 육상 및 해상풍력 PPA 비중이 높은 편이나 최근 스페인, 독일 등에서 태양광 PPA가 증가하는 추세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주요 IT기업의 유럽 내 데이터센터는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에 위치한 풍력발전소와 PPA를 체결했다.

유럽 내 대다수 국가는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단순 보조금 지원제도를 축소·폐지하는 동시에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장려 정책을 통해 PPA를 확대하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발전사업자 보조금 지원을 위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했다. 네덜란드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위한 법인세 감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2020년 기준 4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보조금 지원읠 제외할 예정이다.

미국은 2010년 이후 글로벌 재생에너지 PPA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9년 누적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33.8GW 규모의 재생에너지 PPA가 체결됐다. 2019년 미국의 신규 재생에너지 PPA는 13.6GW로 2016년 이후 누적 PPA 체결 용량은 연평균 60%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재생에너지 PPA 시장 규모는 글로벌 시장의 약 64%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내 PPA의 태양광 및 풍력 비중은 각각 45%와 55%인데 2018년 이후 태양광 PPA가 우세하다.

미국은 기업 PPA 제도를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가로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 및 유연한 전력시장 구조 등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구글이 아이오와 주에서 첫 풍력 PPA를 체결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월마트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동참하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미국은 복수의 전력시장 구조와 거리적 한계 등으로 인해 가상 PPA 형태가 가장 발달했다. PPA시장 초기에는 물리적 PPA 비중이 높았으나 2015년 이후 가상 PPA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호주가 가장 활발하다. 지난 2016년 이후 호주 재생에너지 PPA 시장은 급격히 성장해 지난 3월 기준 총 4.6GW 규모의 PPA가 체결됐다. 전체 체결 용량 중 약 83%인 3.8GW는 최근 기업의 PPA 확대에 따라 신규 투자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다. 쉘, 아마존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호주 내 PPA에 참여하고 있다.

호주 내 기업들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에 따른 전력 가격 상승 및 높은 가격 변동성 등을 이유로 재생에너지 PPA를 선호하고 있다.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지역에서는 아직 재생에너지 PPA 시장 발달이 미숙하다. 전력시장이 대부분 정부 및 국영기업에 의해 제한적인 형태로 운영되거나 재생에너지 보조금 지원 정책 등이 뚜렷해 아직 확대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중남미지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PPA를 도입했다. 멕시코는 2016년 전력시장 개방 이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경쟁입찰 등을 통해 PPA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2015년부터 세 차례의 재생에너지 경매를 통해 총 3.4GW 규모의 재생에너지 PPA가 체결됐으며 대부분 풍력발전에 기반하고 있다. 최근 태양광 제조업체인 카나디안 솔라와 글로벌 맥주 제조업체인 하이네켄도 멕시코에서 재생에너지 PPA를 체결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과 높은 전력가격이 기업 PPA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멕시코는 기업과 같은 대규모 전력사용자에게 전체 전력소비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게끔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의무 사용 비율은 2018년 5%에서 2022년 13.9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멕시코는 보조금을 고려하더라도 전력 요금이 미국보다 평균 25% 이상 높기 때문에 기업은 장기계약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변동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캠페인 참여 등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들 또한 국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같은 공급망 내에서 글로벌 주요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국내 기업의 경우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해 제조한 제품 납품을 요구받고 있다.

2018년 LG화학과 삼성SDI는 BMW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한 배터리 납품을 요구받았으며 최근 볼보 및 폭스바겐도 재생에너지 사용 관련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LG화학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던 중 거래가 무산됐으며 삼성 SDI는 헝가리 등 해외법인을 통해 생산 제품을 납품 중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은 다양한 재생에너지 공급 방법이 가능한 해외사업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국내 사업장의 경우 아직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이 구축되지 않아 관련 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국내 전력시장 구조의 특성상 PPA를 비롯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내 전력시장은 수직 통합적 독점체제로 발전부문을 제외한 송·배전과 판매부문을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다. 발전부문에서도 한수원 등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의 전력 생산 비중이 85% 이상을 차지하는 사실상 정부 주도의 시장 구조로 사용자들은 전기를 서비스나 상품보다는 공공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기사업법 상 전력 직접거래 및 전기사업 겸업은 금지돼 있어 기업의 재생에너지 PPA 체결은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PPA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거래당사자가 돼 발전사업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하나 현행법 상 전력거래는 한국전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발전사업자는 전기판매업을 겸업할 수 없다.

국내 재생에너지 REC(공급인증서)시장은 RPS(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아래서 운영되고 있으므로 발전사업자가 아닌 일반 기업은 시장에 참가할 수 없다. 현재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시장은 발전사업자 간의 인증서 거래를 위한 제한된 형태의 시장이다. 기업이 현물시장 또는 계약을 통해 인증서를 구매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입증 받는 형태의 거래는 현재 불가능하다.

현재 국내 전기요금 체계는 별도의 녹색요금제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국내 전기요금은 용도 및 사용용량에 따라서만 구분돼 있고 지역 발전원별로 책정돼 있지 않아 제도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OECD 평균 대비 산업용 전력 요금은 낮은 수준이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높은 편에 속해 요금체계 설계 및 프리미엄 설정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은 시대적 흐름이며 정부의 정책적 목표에도 부합하고 있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환경적 책임 이행을 넘어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수출 경쟁력 강화, 투자 유치 등 핵심 경영전략 중 하나로 강조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 투자 효과가 큰 기업 재생에너지 PPA 제도는 정부가 시행 중인 재생에너지 이행계획 및 에너지 신산업 창출 목표 달성에도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사업법 개정과 국가 에너지 정책 반영 등 기업 PPA 추진을 위한 제도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전기사업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직된 전력시장 구조를 일부 개방해 우선적으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PPA가 시행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및 공급사업이 전기 신사업으로 재정의 되면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구매자와 직접적인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기업 PPA 제도를 국가 에너지 기본정책에 반영함으로써 향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제9차 전력수급계획’ 등에 반영해 기업 PPA 제도가 원활히 도입될 수 있는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고 제도적 안정성을 부여해야 한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인증을 위한 인증서 시장 신규 개설 및 운영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재생에너지 인증서 시장은 발전사업자에게 한정돼 있어 기업이 활용할 수 없으므로 신규 개설이 필요하다. 발전원의 성숙도에 따른 가중치 부여 여부, 기업구매자 간 거래가능 여부 등 재생에너지 사용인증 방안 및 인증서 시장 운영방법에 대한 면밀한 검토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PPA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 시장참여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계약 중개 등을 통해 신규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기업의 적극적인 초기 재생에너지 시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감면 및 금융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이 PPA를 통해 구매하는 전력량에 연동해 법인세 및 중개 수수료를 감면해주거나 투자 및 계약 실행을 위한 초기 자본비용 지원 등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 PPA를 체결하는 신규 발전사업자에 한해 설비투자 및 생산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초기 시장 진입을 유도해야 한다. 미국의 PTC, ICT 제도와 유사한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신규 발전사업자는 경쟁력 있는 PPA 체결 가격을 기업에 제시할 수 있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등 기존 전력시장의 주요 기관들이 기업과 발전사업자간 PPA를 주선·중개함으로써 초기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신규 시장참여자들은 계약 경험이 없어 계약과정 중 분쟁이 발생하는 등 예상치 못한 거래 비용이 발생하거나 진입장벽을 체감할 수 있다. PPA 전담기관을 지정하고 해당 기관이 거래를 중개해주거나 표준약관 등을 제시함으로써 거래 비용을 줄이고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구매를 원하는 소규모 기업의 경우 적절한 발전사업자를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거래를 주선하거나 원만한 계약 체결을 위해 구매자 컨소시엄을 구성해줄 수도 있다.

기업과 발전사업자는 사전에 PPA의 위험 및 편익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PPA는 가격위험, 운영위험, 시장위험 등 다양한 위험을 동반하므로 계약 체결 전 제반사항에 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업은 사업장의 전력수요 현황, 재생에너지 사용인증에 따른 경제적·비경제적 편익 등과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발전사업자는 기업의 신용도 자금 조달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PPA가 유일한 재생에너지 사용 수단은 아니므로 녹색요금제 자가발전 지분 참여 등 기업 상황에 가장 맞는 제도 선택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