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력산업과 경제적 접근 - ⑦
[칼럼] 전력산업과 경제적 접근 - ⑦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20.07.24 0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산자원

이창호 /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요즘 들어 ‘분산자원’(Dispersed Energy Resource) 또는 ‘분산형 전원’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본래 ‘분산전원’(Distributed Generator)이란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새로운 유형의 자원과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개념도 변해가고 있다.

분산자원은 대규모 집중전원과 대비되는 소규모 수요지 자원으로 주로 재생에너지나 열병합발전 등이 해당된다. 2000년대 들어 재생에너지, 수요자원,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새로운 자원과 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와 전력은 이제 전력회사가 전담하여 획일적으로 공급하던 차원을 넘어서 다양한 주체와 자원이 분담하는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분산자원은 규모, 입지, 기술, 운영, 전력수급 여건 등에 따라 다양한 관점과 시각차가 있어 정의하기 쉽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수요지에 위치하여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자원으로 볼 수 있다. 이때 수요지란 좁게는 에너지가 사용되는 주택, 건물, 시설, 산업체 등이 해당하며 좀 넓게 보면 도시나 산업단지가 해당될 수 있다.

개별 건물이나 단지, 캠퍼스와 같이 특정구역 안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분산자원의 본래 기능이자 장점이다. 그러나 우리의 여건을 감안한다면 에너지수급 측면에서는 대도시 또는 공단지역도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분산자원의 필요성은 기술적으로는 발전소 입지분산을 통해 전력계통을 안정화하는 현실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고효율 열병합발전, ESS, 마이크로그리드 등 신기술의 확산과 더불어 분산에너지공급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또한 발전, 송전의 입지 환경문제와 지역갈등이 커지면서 분권형 에너지 거버넌스를 통한 지역의 책임과 역할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 산업이 전력회사나 특정사업자의 공급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분산자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생산, 유통, 거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분산중개사업자, 수요자원사업자, 에너지서비스 공급자 등 다양한 에너지 비지니즈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분산자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3년 수립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부터이다. 계획에서는 2035년까지 15%를 분산에너지 공급목표로 제시하였으며, 2019년 수립된 3차 에너지계획에서는 2040년까지 30%를 목표로 설정하였다. 2015년 수립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처음으로 2029년까지 12.5%라는 분산자원 목표를 제시하였다.

한편, 2017년 8차계획에서는 2031년 18.7%로 확대하였고, 현재 진행 중인 9차계획에서도 목표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분산자원에 대한 경제성분석이나 제도연구가 시작된 것은 비교적 최근으로 주로 열병합발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2014년 ‘집단에너지사업 중심의 표준형 분산전원 확대방안’을 비롯하여 2017년 ‘집단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연구’ 등 분산전원의 편익분석과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추었다. 현재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 수립’, ‘분산에너지 편익산정과 적용방안’ 그리고 ‘분산에너지 법제화 방안’에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분산자원의 보급에 있어 첫 번째 이슈는 경제성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분산자원이 제공하는 편익, 즉 가치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만약 친환경 고효율 발전소가 수도권에 위치한다면 수백km 떨어진 원거리 발전소에 비해 더 많은 편익을 발생시키게 될 것이다. 우선 송전망이나 변전소가 필요치 않을 것이며, 원거리 송전에 따른 손실도 줄어들 것이다. 온실가스나 환경오염물질도 상대적으로 줄어들며, 전력시스템의 신뢰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제외한 열병합발전 등 분산자원은 이러한 분산편익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전력시장이 송전설비 회피나 전력손실 감소 편익을 전력시장에 반영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산편익을 평가하여 반영할 수 있는 전력시장 기능의 보완이 필요하나 현재의 전력시장은 외부비용과 같은 사회적 비용은 물론 전력시스템 안에서 발생하는 비용조차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정책개입’이 필요하며, 정책 및 제도설계는 경제적 관점에서의 편익분석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 이슈는 분산자원의 정의와 범위이다. 대부분 분산전원을 재생에너지와 동일시 한다. 사실 일반적인 분산자원은 지붕위에 설치된 태양광, 빌딩에 설치된 열병합발전시스템 그리고 산업체 자가발전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분산전원과 신재생에너지가 꼭 동일하지 않다.

먼 산등성이나 간척지, 공유수면에 수십 MW 규모로 설치된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분산자원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설비는 아마도 수요지와 거리도 상당할 것이며, 에너지를 보내기 위해 수km 또는 수십km의 연계선과 변전소가 필요할 것이다. 만약 인근지역의 전력수요가 많지 않다면, 송전선을 타고 더 먼 곳까지 가야할지도 모른다. 이제 재생에너지도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서 분산자원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다.

세 번째 이슈는 분산자원의 보급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전력산업은 대규모 발전을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이제 재생에너지를 비롯하여 열병합시스템, 수소연료전지와 같은 새로운 자원이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크 시간대나 전력품질 유지가 필요할 경우는 수요를 줄이거나 변동성에 대응하여 사실상 발전소 역할을 하는 수요자원, ESS 저장장치가 발전소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개별 분산자원에서 벗어나 다양한 복합자원을 모아 전력시스템에서 필요로 하는 주파수, 전압조정과 같은 품질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역할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력산업은 이제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을 통해 공급하던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가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는 기술적 경제적 토대가 만들어짐에 따라 분산자원에 적합한 에너지망의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 고효율 분산자원의 확대로 새로운 에너지생태계를 만들어나갈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