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에너지 자원외교의 철학
[E·D칼럼] 에너지 자원외교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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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0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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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박사 /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에너지분과장/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

푸틴이 참석하는 3대 포럼이 있다. 경제도시 생패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경제포럼, 동방정책의 거점인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하는 동방경제포럼, 그리고 국제북극포럼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다섯 번째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는 인도, 일본, 몽골, 그리고 말레이시아 정상들이 귀빈으로 참석했다.

이번에 가장 큰 성과는 바로 러시아가 아시아로의 판로를 개척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고 있는 북극항로를 이용한 Arctic 2사업이 일본 미쓰이와 정책자금인 JOGMEC이 지분 10%를 결정하면서 투자자 구성이 완료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일본 정상이 참석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Arctic 2사업은 북극 야말반도 옆 기단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북극항로의 성공여부가 곧 이 사업의 열쇠이자 투자자들에게 북극항로에 대한 그 열쇠를 제공할 것이다. 이제 이 사업은 중국이 20%, 프랑스가 10%, 일본이 10%, 나머지 60%는 러시아 몫이 된다. 결국 북극항로에 대한 의구심을 리스크로 계산했던 잠재투자자들은 이제 구경꾼이 되어 이 사업의 성공을 시기하게 될 것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의 신포도인 셈이다. 먹고싶지만 포도를 포기한 여우는 이렇게 자신을 위로한다. 포도의 맛이 실 것이라고. 돌아서는 여우의 모습은 초라하다.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귀빈 중 일본을 제외하면 인도, 말레이시아, 몽골이다. 인도와 말레이시아는 각각 Arctic 2사업의 수요와 공급이 안정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파트너들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특히 인도는 중국의 가스수요가 저성장 시나리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러시아의 북극항로의 리스크를 보완해 줄 공급파트너이자 이슬람국가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적절한 파트너라 할 수 있다. 몽골은 러시아가 중국을 견제하기에 좋은 파트너기 때문에 늘 막내동생처럼 챙긴다. 이번에 푸틴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전에 몽골을 들려 하루 일정을 보내고 온 것만 보더라도 특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게다가 이번 동방경제포럼의 간판사업인 Arctic 2사업의 투자완료를 축하하는 자리가 바로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마치고 나오는 바로 앞 복도에서 대대적으로 개최되었는데, 에너지안보에 대한 고민이 깊은 우리나라 참가자들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더구나 정상들의 연설 중 아베의 연설은 아주 매끄럽고 더 나아가 마치 아이폰을 론칭하는 스티브잡스처럼 우렁찼다. 러시아가 아니, 푸틴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쏙쏙 뽑아내어 푸틴의 허그를 받아냈다. 한일 갈등을 의식해서인지 북극항로의 루트를 소개할 때 자국의 일본해와 남방의 동지나해를 연결하는 삼각구도가 그 기반이 될 거라고 러시아 사업에 대한 영업부장을 자처했다.

동북아 허브를 외쳤던 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중일 3개국 중에서 북극항로를 거점으로 하는 이 간판사업에서 한국만 소외된 것은 단지 상류부문의 투자만이 아니다. 아베가 거드름을 떨며 얘기한 것처럼 북극에서 개발된 이 가스는 보란듯이 우리 동해를 비껴갈 것이다.

때마침 중국전문가 한분이 시진핑이 최근 40대 중간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당교(국가행정학원) 중청반 가을학기 입학식에서 연설한 내용을 보여줬다.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시진핑의 결의를 느낄 수 있는 연설문이다. 그 중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이 있다. 4개의 의식. 4개의 의식은 정치의식(政治意识), 대국의식(大局意识),  핵심의식(核心意识), 일치의식(看齐意识)으로, 바른 정치, 큰 틀을 먼저 구상하고, 핵심이 뭔지 파악하면서 정책들이 하나의 큰 틀 안에 하나의 형상으로 그림이 그려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깊은 반성을 해본다. 과연 우리는 저탄소경제를 국정아젠다로 삼으면서 에너지정책과 기후정책이 하나의 큰 틀 안에서 다뤄지고 있는지. 에너지안보와 기후안보가 강화되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럼 그 안보 비용과 가치를 얼마라고 말 할 수 있는지. 에너지-기후안보를 위해 천연가스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면서도 가스 자원 확보에 예비타당성조사라는 경제성 모듈 안에 갇혀있는 건 아닌지. 그 경제성도 유가를 움직이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 시나리오에 대한 전문가를 왜 찾지 않는지.

자원외교 만큼 당당한 외교는 없다. 단언컨대. 과거의 자원외교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자원외교에 대한 적폐 프레임 또한 걷어주면 좋겠다. 자원외교는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다. 홀컵을 지나가도록 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그린엔 올려 놓아야 할 것 아닌가?

자원외교의 철학은 바로 꾸준한 인내에 있다. 망을 치고 기다린다. 망을 하나만 두고 있으면 쫄쫄 굶을 확률이 높다. 확률게임에서 이기고자 한다면 질 각오도 해야 한다. 활발한 자원외교를 격려해 주자. 우리의 미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