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빈자 대상 전기요금 감면 가능한가
극빈자 대상 전기요금 감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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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8.25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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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보호대상자 피부에 닿는 도움은 ‘단전유보’ 아닌 ‘감면조치’라는 주장

다른 수용가에게 부담전가되고 타 공공요금과의 형평성 문제가 걸림돌


“전기요금 납부가 어려워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저소득 가장을 돕고자 전직원, 관련 전력사와 함께 8월 18일부터 한 달간 캠페인에 들어갑니다. 한국전력과 아름다운 재단은 그 희망의 빛으로 따뜻한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위의 글은 <빛 한 줄기 캠페인>이라고 이름 붙여진, 한국전력의 저소득 가장 돕기 캠페인에 나와 있는 구절들이다. 한국전력이 어려운 이웃돕기에 적극적임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전력은 해마다 수조원씩의 순이익을 올리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소극적인 배려로 장애인들의 전기 요금 감면을 외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 홈페이지에는 장애인들의 의견이 자주 올라오고 있으나 아직도 묵묵 부답 상태이다.”

이것은 장애인 전용 방송인 ‘사랑의 소리 방송 (VOC)’의 방송내용이다. 장애인들은 공기업인 한전이 자신들을 위해 전기요금 감면에 나서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요즘 들어서 한국전력에 대해 전기요금 감면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한전이 저소득층 지원 사업인 ‘요금체납 시 단전유보 조치’에서 비롯하고 있다.

단전 유보 조치의 핵심은 월 100kWh이하 사용 저소득층에 대한 단전조치를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10월까지 늦출 방침이라는 것. 100kWh이하의 전기를 사용하는 저소득 고객은 전국 약 251만호이며 월평균 전기요금은 약 4430원인데 이들 가구에 대해 간접 지원이 이뤄진 것이다. 이와 함께 한전은 선진국의 전력회사 사례를 참고하여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혹서기 및 혹한기에도 단전을 유보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추후 지원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문제는 한전의 조치가 단순히 ‘한시적인 도움’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저소득층과 장애자들 사이에서 요금 감면의 가능성을 점치며 감면 요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극히 산발적인 요구로서 인터넷이나 방송의 청취자 의견란에 개인 의견으로 게재하는 정도이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집단적인 전기요금 감면 요구로 변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전기요금 감면은 가능한가? 이에 답하기 전에 우선 한전의 요금 체제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전의 전력은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등 아홉가지로 대별되며(한전의 전기공급약관 제3장 55조) 각각의 전력에 다른 요금 체제가 부과돼 있다.(한전의 전기공급약관 제3장 56조에서 65조까지) 는 된다.

한전의 요금 체제는 별다른 비판없이 통용돼 왔으나 한전의 민영화를 앞두고 논의의 대상이 됐다. 민영화 반대측이 민영화 이후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에서 전기요금 체제에 접근했던 것이다.

이 문제는 작년에 활발하게 논의됐다. 지난해 8월,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기요금 체제개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어서 산업, 주택 등 다섯 번의 사안별 토론회와 두 번의 산업계 간담회가 있었다.

이를 토대로 산자부는 지난해 9월 현재의 요금체제는 전력의 공급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가정, 산업, 소비자간 요금부담의 격차가 심화되는 등 효율적인 배분을 왜곡해 시장경제원리에 적합하지 않는‘용도별 요금체제에 의한 소비자간 교차보조’를 폐지한다는 것이었다.

사장경제원리에 적합하지 않은 요금체제를 개편하기로 했으나 이는 민영화와 함께 추진키로 한 사안이었으므로 민영화 유보는 곧 전기요금체제의 현상 유지로 이어졌다.
민영화가 됐다면 전기요금체제는 근본적으로 바뀌었을까? 한전 노동조합이 펴낸 ‘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의 문제점과 정책대안’에서는 개편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는 배전분할에 앞서 요금체제 개편을 추진하기로 하고 원가반영 요금체제를 설계하였으나 이 체제는 발전원가, 송전요금, 배전/판매요금 등으로 세분화 되는 만큼 지역별 전압별 계층별로 상이한 요금체제를 적용받게 됨으로써 국민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체제는 국민정서와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도입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시 말해서 전기요금 체제는 수용가를 중심에 놓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체제에서 수용가를 위해 한전이 해온 일은 무엇인가?

한전은 요금과 관련해 많은 개선책을 발표해 왔다. 카드 납부, 인터넷 납부 등이 그것이다. 이는 요금 납부 방법의 다양화이지 요금 그 자체를 개선한 것은 아니다. 한전은 요금 체제가 근본적으로 합당한가를 공개적으로 따지는 일(세미나 혹은 공청회)은 소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수용가들의 저항도 때로 표출됐다. 아파트 전기설비 부담금을 둘러싼 아파트 입주자 협의회의 조직적인 반발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서는 한전의 요금체제 개편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므로 현재의 요금 체제에서 저소득층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다루기로 한다.

한전에서 2003년 1월 1일에 발행한 ‘전기공급약관’에는 전기세 감면 대상이 없다. 공식적으로 한전은 수용가의 전기세를 감면해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례마저도 없는가?

한전은 작년에 수해 대상자를 상대로 감면조치를 해 주었고 이는 지금도 시행 중이다. 감면조치는 작년에 태풍 루사의 피해를 입은 강원도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작년에 강원도 지역에서 태풍 루사에 의해 집이 파손된 가구는 총 1천 510가구였다. 컨테이너에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해 한전은 새 집을 지어 나갈 때까지 전기료 감면조치를 실시했다. 2003년 7월 현재 감면액은 7억 8600만원이었다. 한전은 이 금액을 해당 자치단체와 반반씩 부담했다.

2003년 현재 태풍 루사 피해에 의한 컨테이너 생활자는 123가구이다. 한전은 이들에 대해서도 12월까지 전기요금 감면을 해 주고 있다.

저소득층과는 성격이 다르고 한수원의 일이긴 하지만 원전 주변 주민들에게 전기료를 감면해 주는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한전이 전기료를 감면해 주는 일은 전례가 있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의 요금 체제에서도 저소득층의 전기료를 감면해 주는 일은 가능하다.
한전의 전기료를 감면해 준다면 그 대상은 누가 돼야 하는가? 가장 빨리 떠오르는 사람들은 ‘생활보호대상자’들이다.

생활보호대상자는 생활이 어려워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세대로서,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는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크게 거택보호대상자(생활보호법 시행령 제 6조 제 1항)와 자활보호대상자(생활보호법 시행령 제 6조 3항)로 나누어진다. 거택보호자는 월 소득이 21만원 이하, 자활보호대상자는 월 소득이 22만원 이하인 자이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본인이나 친척, 기타 관계되는 사람이 동사무소나 시범보건복지사무소에 비치된 생활보호신청서를 작성하여 동사무소 복지민원함이나 시범보건복지사무소로 제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후 국가 기관의 심사에 의해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거택보호자로 지정되면 1인에게 1등급일 경우 월 8만9630원이 지원된다. 노인을 위한 노령수당은 65세이상인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월 4만원이, 80세이상 생활보호대상자 월 5만원이 별도 지급된다.

이와 같은 생활보호 대상자는 141만 9995명(보건복지부가 2003년 8월에 발표한 2001년 12월 현재 숫자)이다. 가구수로는 69만 8075가구이다. 생활보호대상자 가구수는 경기도가 가장 많아서 9만 6704가구(19만 5512명)이고 다음이 서울로 8만 1466가구(16만 8848명)이며 부산이 5만 2849가구(10만 8227명)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만약 한전이 생활보호대상자 가구에 전기요금 감면 조치를 단행한다면 일부는 제외할 수 없으므로 그 대상은 69만 8075가구가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항을 발견할 수가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에 전기요금을 내지 않아 단전된 가구 숫자가 48만7000호에 이른다. 올해에는 지난 5월까지 전체 고객대비 1.7%인 28만5000호에 대한 단전조치가 취해졌다. 만약 한전의 단전 유보조치가 없었다면 그 숫자는 60만 가구에 육박할 전망이다. 60만 가구는 생활보호대상자 가구수에 근접하는 숫자이다.

공식적인 비교 결과는 없지만 단전 조치된 가구와 생활보호대상자가 겹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단전 유보조치 기간이 끝나면 모든 가구들이 전기료를 완납할 것인가? 전기업계의 일반적인 예상도, 한전 측의 예상도 부정적이다.

이들 중에서 상당수는 전기요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아서 단전조치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전기요금을 감면받는 것뿐이다.

한전 측에서는 전기요금 감면과 관련해 ‘아직은 그런 시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한 감면 시책을 실시하게 되면 감면된 요금만큼 다른 수용가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므로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전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국민복지에 이바지하는 공기업으로서 저소득층을 돕는 일은 명분에서나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나 필요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기는 하다.

일부에서는 한전이 극빈자에게 언젠가는 일정한 한도 내에서 전기요금을 감면해 줄 것이고 이런 점을 산자부도 인정할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당장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기요금은 공공요금이라서 단순히 한전 한 곳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전에서 감면 조치를 하면 수도, 전화, 텔레비전 시청료 같은 공공성 요금도 함께 감면해야 하는 연속조치가 뒤따른다는 설명이다.

전기산업계 일각에서는 요금 감면에 찬성하면서 단전 조치를 위해 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상기시킨다. 극빈자에게 전기요금을 받기 위해 그들에게 소요되고 있는 시간과 인력을 금전으로 환산해 보라는 것. 이런 시간과 인력은 감면 조치가 이뤄지면 필요치 않게 된다.

생활보호 대상자가 일정 한도 이내의 전기만을 썼을 때 그 전기료를 감면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그만한 명분이 실려 있다. 그것의 실시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과 구체적인 과정에는 굽이가 많다. 그러나 국민복지 차원에서 이 조치는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한전은 민영화를 반대하면서 공기업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강조해마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 해에 전기요금이라는 수익원을 통해 수 조원의 순이익(금년 상반기 순이익은 1조 2832억원)을 내는 한전이 이제는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위한 구체적인 시책을 진지하게 모색할 때가 된 것이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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