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력산업과 경제적 접근 - ①
[칼럼] 전력산업과 경제적 접근 -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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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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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과 경제학'

이창호 /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근래 들어 에너지, 특히 전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0년 이후 발전차액지원제도, RPS제도를 통해 전력산업에 본격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도입된 이후, 현 정부 들어서는 에너지전환이라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원전과 화석연료 발전을 축소하는 대신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천명하고 있다. 이제 에너지 문제는 산업과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인프라의 역할을 넘어,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 조성,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문제 대응, 그리고 에너지산업을 새롭게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력 문제가 국가적인 주요 이슈로 자리매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전력수급을 비롯하여 공급비용, 환경, 요금, 기술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실 전력산업처럼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영향이 큰 기반산업은 경제적, 정치적 의사결정을 위해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가 확립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기술과 경제라는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기술경제적 절차를 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명확하게 확립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전원개발의 역사는 오래되었으나, 전력산업에 투자비, 의사결정 등과 같은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2차 오일쇼크 이후이다. 탈석유정책과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인해 대규모 전원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전원개발을 위해 1989년 처음으로 ‘장기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였고, 이후 5차 계획까지 수립되었다. 2001년 이후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인해 계획의 명칭이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바뀐 이후 2017년 8차 계획까지 총 13차례 수립되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과거 정부와 한국전력에 의해 수립되던 계획의 개념과 절차를 민간의 발전사업 진입 허용 등 달라진 전력산업 환경에 맞추어 개편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계획의 추진방식이나 내용, 절차는 과거 방식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전력산업의 영역은 크게 설비투자와 운영으로 구분된다. 이중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막대한 투자비와 시간이 소요되는 발전 및 송전설비 투자와 직결된다. 전원개발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공식적인 추진체계가 바로 전력수급계획이다.

전원개발을 위해서는 먼저 전력수요를 예측해야 하고, 예측된 수요에 상응하는 발전소 규모와 전원, 입지를 선택하며, 이에 맞추어 전력융통에 필요한 송전망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는 다양한 기술과 축적된 경험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기술이 필요하다. 예측, 투자, 가격 등 전력수급의 많은 부분에서 경제적 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수요예측에 있어서는 전력수요를 결정하는 소득, 인구, 가격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수요함수, 효용함수와 같은 미시경제 이론과 계량경제기법이 사용된다. 한편, 전원기술의 선택 측, 전원믹스 결정을 위해서는 공급지장, 운전특성과 같은 기술적인 제약 하에서 건설비, 운전비, 할인율, 투보율, 자본구조 등 경제적 기준이 사용된다. 근래 들어서는 설비건설에 필요한 직접비용이나 간접비용 뿐만 아니라, 환경비용, 전력계통비용, 폐지비용, 보상지원비용 등 그동안 외부비용으로 간주되던 비용들이 내부비용화 함에 따라 공급비용의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수요자원이나 분산전원 등도 에너지 절약이나 분산형 발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발전소나 송전설비 건설의 회피에 따른 편익, 환경오염 및 온실가스 절감편익 등을 비용으로 산정하거나 추정하여 반영하는 추세이다.

전력산업에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대부분 객관화가 가능한 경제적 기준에 의해 이루어진다. 비록 기술선택, 환경영향, 수용성 등 이질적인 속성들이 있으나 비용으로 정량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아직도 정량화가 어려운 부분이 있고, 설사 정량화가 가능하더라도 관점에 따라 이견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용이라는 단일한 지표로 환산이 이루어지면 기술 간의 비교나 합리적인 선택이 쉬워질 것이다.

전력산업의 투자는 많은 경우 사업자의 비용부담과 사회적 비용 및 편익 간에 차이가 있게 된다. 이러한 간극을 보완하는 장치가 바로 각종 부담금, 조세, 지원금과 같은 정책개입이다. 이러한 문제는 객관적인 지표가 뒷받침된 수단과 제도를 통해 양자 간의 갭을 줄이는 쪽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전원별 공급비용문제도 앞으로 외부비용을 평가하는 기준과 절차를 확립하여 내부화한다면 대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전력산업이 당면한 난제를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적, 정성적 접근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경제적 기법의 활용과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