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란시티 항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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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0.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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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중국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

오전 7시, 꽤 이른시각인데도 항저우 서쪽에 있는 약산 입구에서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햇볕은 울창한 산림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산책로를 밝히고 있다.

피부에 와 닿는 차갑고도 신선한 느낌의 상큼한 공기가 심호흡과 함께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곳은 항저우 서쪽에 있는 야산이다. 하지만 흔한 야산이 아니라 중국 3대 명천(名泉)인 호포천이 있는 곳이다. 호포천은 진강의 중령천과 우시의 혜천과 더불어 중국 3대 샘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곳이다.

옛날 호랑이가 샘물을 파서 마셨다는 전설이 있는 곳으로 호포천은 주변에서 생산되는 용정차와 함께 수천년전부터 중국 최고의 브랜드로 통용되고 있다. 산천을 따라 호포천으로 올라갔다. 울창한 숲 곳곳에 약수터들이 있다.

우리나라 약수터처럼 흰통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약수를 받아가기 위한 것인데 많은 사람들은 큰 말통을 몇 개씩이나 가지고 있다. 아마도 인근찻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호포천을 오르는 길목에 운치있게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차관에 들러 용정차 한잔을 시켰다. 우리돈으로 2000원정도 한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찻잎이 조금들어 있는 유리컵에 보온병하나가 전부다.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우리나라 전통다원에서처럼 조금더 멋스러운 다기잔에 운치있게 나올 용정차를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의 차 문화는 일상생활인데다 실용적인 중국인들에게 무엇을 더 바란다는 것이 큰 바람일 것 같아 유리컵에 더운물을 붓고 찻잎이 우러나길 기다렸다. 이내 은은하게 퍼지는 차 향기와 어우러진 호포천 명나라때 건축되었다는 이 차관 창문사이로 아침햇살이 곱게 비쳐오자 마치 수백년을 거슬러 올라간듯한 느낌을 준다.

티백차에 물 한번 부어 마시고 마는 우리네 습관과 달리 그 큰 보온병의 물이 다 없어질때까지 한두시간 동안 천천히 용정차를 우려 마시는 것이 이곳 항저우사람들이다.

용정차들은 모두 16등급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1등급차는 청명 이전에 따는 차로 (明前)이라하고 그 다음 등급차는 곡우, 이전에 따는차는 우전(雨前)아라고 한다. 3등급은 5월에 따는 차, 여름과 가을에 따는 차는 향을 넣거나 숙성시켜 쟈스민이나 홍차를 만든다고 한다.

2천8백년전부터 중국 황제가 마셨다는 용정차는 깨끗한 토질과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독특한 제조기술로 발전된 것으로 보인다. 1차로 차를 볶아 30분동안 햇볕에 말린뒤 50∼100 정도의 가마솥에서 손바닥으로 정성껏 볶아낸다. 그 후엔 납작하고 윤기가 나는 초록색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어쩌면 용정차의 명성은 인간의 손길보다 자연의 어루만짐이 더 컷으리라. 현지 사람들은 자연이 만든 영양소를 없어지지 않도록하면서 3개의 잎을 보존해 차맛을 깊고 그윽하게 내는 것이 용정차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처럼 중국전역에서 이름난 용정차는 항저우의 상인들이 가장 끌려 취급하는 표목에 들어있다. 옛날 이 나라 상인들은 양쯔강을 무대로 삼아 배에 차를 싣고 다니며 물이 좋지않은 내륙지역에 들어가 비싼가격으로 팔았다고 전해진다. 삼국지의 유비도 어머니를 위해 황건적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차를 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쌓은 부는 다시 항저우에 투자되면서 소주와 더불어 중국최고의 도시가 되었던 것이다.

‘그 많은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을 충분히 먹일 식량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시장이 서는 날이면 항상 그 광장에는 수레나 배로 물건을 싣고와 사고 파는 상인들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중략) 그곳에 상인이 얼마나 많고 부유하며 얼마나 규모가 큰 교역을 하는지 그 진실을 말할 만한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정말로 경악할 정도이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151장, 여기서 그는 킨사이(항주)라는 훌륭한 도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중에서>

원나라때 중국을 방문한 마르코폴로는 항저우에 오랫동안 머물렀고 이곳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상세하게 기록돼 전해지고 있다. 특히 그가 이 도시에 얼마나 매료되었는가는 그가 기록한 이 책에서 가장 많이 기록해 놓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같은 상인들의 활력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항저우가 속한 저장성은 개혁개방적인 1978년부터 현재까지 중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세배이상 증가하였다고 한 관리는 말했다. 발전속도 역시 빨라 연간 12.4%이 고성장율을 보여 초고속 성장하는 도시들의 선두 그룹에 있다고 자랑이다.

西湖[서호]에서 중국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
항저우의 이곳저곳 돌아다니다보니 정말 놀라게 하는 것은 이 도시의 거리가 너무 깨끗하다는 것이다. 다른 어느 중국의 도시를 방문한 사람이면 더욱더 믿기 힘들 정도로 깨끗하다. “이중국에도 이렇게 깨끗한 도시가 있다니!” 항저우시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서호주변을 돌아다니다보면 어느선진국 어느 도시를 연상시킨다.

호수에는 쓰레기 한점 떠 있는 것을 볼 수가 없다. 4대 미인이라는 서시(西施)에 비유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나라와 원나라가 격전을 벌였던 항주일대에서 전쟁을 벌였던 음모 한가운데 서시가 있다. 이곳에 제방을 쌓아 서호를 완성한 시인 소동파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서호(西湖) 물빛은 개인날이 최고더라. 산색이 몽롱한 가운데 비내리는 경치 또한 기이하더라. 서호를 서시에 비겨서 말하니 옅게 치장이나 짙게 치장이나 잘 어울리는 도다”

미인에 비유한 아름다운 호수라 정말 서호는 그 자태가 빼어나 항저우의 상인들은 큰 돈을 들여서라도 잘 가꾸고 싶었을 것이다. 이와같은 항저우 도시의 절경은 현재까지도 부동산과 집값에 큰 영향을 끼쳐 지난 3년간 중국의 주택부분 투자에서 연 평균 30%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데 이어 올 6월말까지 3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폭등세가 있다고 한다.

특히 동부도시 항저우의 경우 평균주택가격이 홍콩의 주택가격을 이미 추월하였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는 하늘에는 천국 땅에는 항저우라는 옛말이 오늘날에도 여전함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옛날 항구처럼 전통산업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항구에서는 고대엔 비단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기성복으로 유명하다. 시내거리에는 수백개의 유명브랜드가 즐비하고 전국각지에서 상인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항저우에 없는것도 있는데 바로 그것은 공해 배출산업이다. 항저우를 항저우답게 하는 자연경관을 해치는 그 어떤 사업체도 항저우에는 발을 붙일수가 없다고 한다. 항저우는 산업, 물류, 금융보험, 관광, 정보서비스, 부동산 등 3차산업을 크게 성장시켜 매년 40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라는 관리의 말에 본 기자는 부럽기만 할뿐이었다.

이는 최근 개혁과 개방정책으로 국가기업 구조조정에 의해 해고되는 노동자들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기간중 평균 9%정도의 경제성장율을 지속하며, 이를 위해 인구중가율을 1.5%이하로 억제하고 오염물질 배출량을 예년에 비해 10%이상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는 항저우시관료의 말이 그저 놀랍고 부럽기만 하다. 공업화를 통해 현대화를 이루겠다는 인접국가들이나 인접도시인 쑤저우시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항저우는 중국 정부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관심과 연구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친환경적 도시로 성장발전하고 있었다. 아마도 서호의 물이 더럽혀지지 않는한 항저우의 명성은 계속될 것이며 본 기자는 크린시티 항저우에서 살고 싶었다.




윤호철 기자 yaho@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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