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과 전기산업계
‘에너지 전쟁’본질 입각한 파병 논의조차 없어
이라크 파병과 전기산업계
‘에너지 전쟁’본질 입각한 파병 논의조차 없어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3.10.27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변화 대응 못하는 전기업계 현주소 재확인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 이후 이를 둘러싼 찬반이 거세지고 있다. ‘부도덕한 전쟁에 우리의 젊은이를 보낼 수 없다’는 반대론과 ‘국익을 위해서 파병은 불가피하다’는 찬성론이 맞서고 있다.

정치, 경제, 종교, 교육, 문화 등등 사회 각 분야가 나서서 찬반을 피력하고 있다. 파병된 전투병이 이라크 현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국내는 이미 전쟁에 휩싸인 것이다.

국내의 논란에 앞서 우선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혹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 앞서서 ‘전쟁은 이라크가 가지고 있는 대량살상 무기 제거에 있다’고 천명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관심이 대량살상무기가 아니라 ‘이라크의 석유’라고 단언했다.

경제학자들의 지적대로 미국은 대량살상 무기를 발견해 내지는 못했으나 이라크의 원전을 고스란히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에너지 전쟁’에서 미국은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에 의하면 미국이 중동에서 원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 패권이며 이는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겠다고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을 때부터 결정된 일이다.

미국이 탐내는 흑해지역의 천연가스 확보를 위해서는 아프가니스탄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어야 한다. 천연가스 확보 이후 미국은 석유를 원하고 그 대상이 바로 오펙 산유국 중에서 2위의 생산량을 가진 이라크이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에너지 전쟁이라면 의료부대인 서희, 제마부대를 파견했고 이제 곧 전투부대를 파견하게 될 우리는 거기에서 석유에 관한 어떤 이익을 챙겨 올 수 있는가? 이라크 재건에 건설업이 참여할 때 얼마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예상은 나와 있지만 석유 에너지와 관련한 예상은 없다.

이런 사항에 관해 적극적인 논의를 해야 할 에너지 관련 분야인 전기산업계에서는 관심조차도 갖지 않는다.
(미국과 세계은행이 제시한 2007년까지의 복구비는 553억달러이다. 사회기반시설 복구에는 전력공급망도 들어 있으며 여기에는 121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석유와 전기가 한 틀에 묶인다는 생각조차 갖지 않은 전기인들이 많다. 혹 그런 생각이 있다고 해도 화력발전소에 석유가 필요하다 보니 석유와 전기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이다. 에너지라는 큰 틀에서 석유와 전기가 하나인데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부터 이어져 온 상황이지만, 전기산업계는 대외 환경 변화에 자기 주장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한다.

한전은 국가 시책에 얽매이고 전기공사업체는 한전에 얽매여 있는 구조가 외부 환경변화에 적극성을 길러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한전은 공기업이라는 자기 세뇌에 의해 외부 환경에 소극적이 돼 있다. 이라크 파병 문제에 전기산업계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는다. 이라크 파병이 한국의 전력산업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지 미리 연구하지도 않는다. 정부가 결정한 일에 한국전력이 나설 게 뭐 있느냐는 식이다.

한전이 올해 외부 환경에 반응을 보인 것은 미국의 정전 사태 정도이다. 미국의 정전 사태가 오래 간 것은 민영화 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미국의 전력산업이 공기업에 의해 운영된다면 정전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가? 더 자주 일어나고 더 오래 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도외시하고 한전은 ‘우리는 민영화가 되지 않아서 정전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21세기 초일류기업 운운하는 한전이 정전 사태를 빌미로 대국민 홍보나 벌여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같은 시기 일본의 메이저 전력사들은 향후 닥칠것으로 예상되는 전력산업의 자유화에 대비하기 위해 전력취인소(電力取引所)를 만들자는 합의를 하고 있었다.

전기공사업체는 외부 환경에 거의 무반응에 가깝다. 공사업체 대표들은 행사나 모임에서 ‘21세기는 정보화 사회이고 전기산업계 역시 거기에 발맞춰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편다.

정보화에 발 맞춘다는 것은 주어진 정보를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수는 없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자기 계획 혹은 입장에 근거하여 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보를 받아들였다면 정보 공유의 대가로 이쪽의 정보를 내어놓아야 한다. 최소한 외부 정보에 관한 견해라도 피력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공사업체는 확보하고 있지 않다. 공사업체가 생각하는 정보라는 것은 공사입찰 혹은 수의계약 사항 정도이다. 연간 수백억원의 공사를 해 낸다는 회사에서도 외부 환경을 진단하는 인력은 갖추고 있지 않다. 한전에서 입찰정보나 수의계약 정보를 빼내는 일을 하는 이사급 직원은 가끔 발견할 수 있지만.

한전은 공사업체에 대해서 윤리경영이니 공사 투명성 제고니 하는 말을 내세운다. 이는 우리의 공사업체들이 아직도 시공 과정에서 공사비를 빼내려고 안달하는 전근대적인 회사 형태에서 머무르고 있음을 입증해 준다.

외부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21세기형 기업’은 거의 없다. 전력산업의 자유화가 이뤄질 경우 한전의 공사에만 매달려온 우리의 전기공사업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다.

외부 환경에 반응하지 못하는 전기산업계라서 이라크 파병에 관련해서도 아무런 견해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전기산업계의 현주소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