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입지문제 해결, 정부 사전계획 강화돼야”
“재생에너지 입지문제 해결, 정부 사전계획 강화돼야”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0.03.2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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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전 가이드라인 확실하면 지자체 행정 간소화·주민 수용성 제고할 수 있다”
그리스, ‘재생에너지 공간 계획 틀’ 만들어 관련 정부부처 함께 논의
이탈리아 ‘컨퍼런자 디 세르비찌’ 고안… 해당기관, 문제 있으면 대안 제시해야
“한국, 인허가 절차 복잡·모호한 환경영향평가 기준 등 어려움 크다” 한목소리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입지 계획 등 사전계획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보다 먼저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산된 유럽의 사례를 참고할 때 객관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국가가 사전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제시할 때 지자체의 행정 간소화를 촉진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후솔루션이 지난 24일 ‘재생에너지, 과연 주민수용성이 문제인가-유럽의 경험에서 배운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워크숍에서는 그리스, 이탈리아 관계자들은 자국의 재생에너지 보급 경험을 공유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박지혜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한국은 여전히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대와 그로 인한 사업 지연이 존재한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사전적 입지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제도적 공백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국가 주도의 사전계획과 단일화 된 인허가 창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는 한국과 달리 환경부가 발전설비와 관련한 인허가 권한을 가질 뿐 아니라 공간계획과 관련한 권한도 갖고 있어 재생에너지 설치 창구가 일원화 돼 있고 이탈리아 역시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며 “두 나라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비중은 1990년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미했지만 약 20년 새 각각 19.2%, 13.8%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지키자스 아포스톨로스 그리스 에너지규제청 재생에너지개발·정책부문장은 그리스 전역에서 재생에너지 설비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논의를 관련 중앙정부 부처들이 함께 진행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국토에서 지역마다 자연과 문화유산 시설, 관광지로 이용되는 비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어떤 지역에 재생에너지 설비가 얼마나 들어설 수 있는지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먼저 만들었다는 얘기다.

아포스톨로스 부문장은 “2008년부터 재생에너지 ‘공간 계획 틀’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환경부 뿐 아니라 농림부, 내무부 등 정부부처가 함께 노력해왔다”며 “이 틀을 만들기 위한 협의과정만 2년이 소요됐고 관련 당사자들로부터 의견 청취를 상당히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생에너지를 어디에 설치하면 좋을지를 부처들이 나서서 합의한 이유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간소화된 틀 안에서 지역별 사정을 고려해 입지 선정 및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면서 인허가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했다”고 평가했다.

키아라 도나디 E&Y 이탈리아 변호사는 국가 차원에서 태양광, 풍력 시설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여러 강력한 기준을 마련해왔다고 밝혔다. 도나디 변호사는 “이탈리아는 에너지사업의 인허가 절차에서 ‘컨퍼런자 디 세르비찌’를 고안했다”며 “이 수단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촉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컨퍼런자 디 세르비찌는 ‘서비스 총회’라는 뜻으로 재생에너지 사업 진행 시 인허가 절차에서 여러 가지 행정기관이 관련될 경우 관련 기관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해당 사업을 논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자리에 모인 행정 기관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의견을 반드시 표명해야 한다. 만일 회의에 불참하거나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이는 암묵적 동의로 간주된다. 만일 반대의견이 있다면 기술적 사유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하면 해당 사업을 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부가 의견을 덧붙여야 한다. 단순 반대는 불가능하다. 즉 ‘발전사업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취할 때 찬성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도나디 변호사는 “가령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설비가 특정 도로에서 너무 가깝다고 생각한다면 ‘3m 더 떨어진 곳에서 사업을 진행하라’는 의견을 지자체가 제시하게 된다”며 “이렇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바로 법적인 의무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가 재생에너지를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 일종의 긍정 문화가 형성됐다”며 “정부가 이러한 노력을 해온 이유는 단순히 발전사업자나 정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재생에너지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한국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한국의 재생에너지 인허가 절차가 너무 복잡한데다 모호한 환경영향평가 기준, 주민 민원 해결을 사업자에 전부 맡기는 점 등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위진 GS E&R 풍력사업부문장은 “재생에너지 사업 승인을 받을 때 검토기관과 협의 기관의 의견이 객관적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라며 “그리스의 사례처럼 사업이 가능한 지역과 아닌 곳을 확실히 나누고 가능한 지역에서는 확실히 사업이 성사되도록 촉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팀장 역시 “발전사업자는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뒤에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는 게 현실”이라며 “부처간 협의된 내용 이외의 다른 사항이 개입돼 사업 지속가능 여부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규창 한화큐셀 정책파트장 역시 한국의 재생에너지 인허가 과정에서 과도하게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정 파트장은 “한국만 유난히 재생에너지 LCOE(균등화발전원가)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토목비용을 비롯한 인허가 비용이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라며 “산업부가 지난 2017년 내놓은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을 지자체가 이행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여러 촉진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2018년도 산지관리법 개정 이후 신규 인허가 받기가 힘들어져 올해 태양광 설치 물량에도 많은 영향 끼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김상준 한국에너지공단 풍력발전 추진지원단 팀장은 “체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개발하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는 입지 계획 절차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관련 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원활히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사업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솔루션이 지난 24일 ‘재생에너지, 과연 주민수용성이 문제인가-유럽의 경험에서 배운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워크숍
기후솔루션이 지난 24일 ‘재생에너지, 과연 주민수용성이 문제인가-유럽의 경험에서 배운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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