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국회에서 소신 제시할 과학자들이 없다
[E·D칼럼] 국회에서 소신 제시할 과학자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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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1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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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최근 21대 총선에 임한 주요 정당들은 에너지전환포럼이 실시한 정당별 정책 질의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과 전력·수송부문의 미세먼지와 온실기체 감축, 원전 감축과 안전관리 등에 동의했다. 미래통합당은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었었고, 국민의당은 ‘탈원전정책과 태양광정책 전면 재검토 및 4세대원전 개발 지원’을 공식화했었다.

그런 가운데 뉴욕 증시와 실물 경제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하루 3만 명씩 늘면서 경제 봉쇄에 이어 1주일 새 600만 명씩 실업자가 폭증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 봉쇄가 풀리면 엄청난 유동성이 시장을 끌어 올릴 것이란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백신이 개발되기까지는 감염 재발과 경제 봉쇄가 되풀이될 수 있다. '2차 대유행'이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경기의 ‘V’자 반등 예견은 아예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에너지전환 또한 ‘실존적’ 위협에 대비해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때다. 국가경쟁력은 과학기술력으로부터 나온다. 최근 미국 원자력계가 보여주고 있는 혁신 과업에서 에너지전환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미국은 스리마일섬 원전사고 이전까지 기술개발과 함께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그 후 산업과 기술이 경쟁국에 뒤지기 시작하며 자성과 함께 원자력의 쇠락이 자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내 원전 신설은 2기가 진행되고 있으나 공사가 지연되고 비용도 증가했다. 기술인력 감소는 가스가격 하락, 안전비용 상승과 함께 원전 경쟁력 약화와 조기 폐쇄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에너지 분야 대형사업을 통해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이 있어야 할 자리를 현 정부는 막무가내로 중국에 내어주고 말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방위 외교와 전천후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산업 주도를 미국이 다시 할 것인가, 아니면 러시아와 중국에 내줄 것인가 갈림길에서 의회 또한 초당적 합의로 신재생과 함께 원자력을 밀고 있다. 우선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에 따른 시장수요 변화 대응, 안전성과 경제성 확보 등을 목표로 극소형에서 중소형까지 원자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 최대 전력업체 TVA는 중소형로 건설부지 조기승인을 받았다.

최근 오클로는 대형 경수로의 1000분의 1밖에 안 되는 1.5MW급 극소형로 오로라의 건설운영 허가를 신청했으며, 아이다호 연구소 내 부지도 마련했다. 극소형로 개발은 미 국방부에서도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 실증로를 위한 설계업체 선정 등 정부와 산·학·연이 협력해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 정부까지만 해도 학회에 나가면 미국이 한국을 부러워했는데 현 정부 들어선 격세지감이 든다.

2018년 11월 러시아의 원자력 우주추진체 개발 성공 발표 이후 미 항공우주국은 원자력추진체 개발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2030년대 유인 화성 탐사를 준비하고 있는 미국이 핵추진 기술개발을 공식화한 것이다.

미국의 차세대 핵추진 기술개발은 탈원전 정책을 내세우면서도 소형로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노력하는 한국으로서도 놓치지 않아야 할 대목이다. 신형경수로의 아랍에미리트 건설과 유럽과 미국의 인증 획득, 두산중공업의 미국 보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공급과 뉴스케일과의 협력을 등에 업고, 한국이 미국과 협업을 통해 원자력 춘궁기를 넘어가야 한다.

문제는 그간 국회에 진출한 과학기술자들이 이렇다 할 발자취를 남기진 못했지만, 이번 총선 비례대표 공천에서마저 그 존재감이 사라졌다. 과학기술의 미래상을 국회에서 소신 있게 제시할 과학자들이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