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입구의 계단
명동성당 입구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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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0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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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와 민권의 농성장으로 사용된 한국민주주의의 한 무대

“지금 명동성당에서는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쟁취를 위한 농성 투쟁단’이 이주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강제추방 정책 즉각 철회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며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2003년 11월 강제추방을 비관해 목을 매 자살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브르혼(50)씨의 죽음을 전하는 뉴스에서는 명당성당에서 그의 추모집회가 열렸고 명동성당 입구 계단에서 노숙 농성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인 반전(反戰)?평화 물결에 서울 명동성당마저 문을 열었다. 2월12일 이후 47일 동안 외부단체의 농성을 허락치 않던 명동성당이 31일 반전평화캠프의 성당 구내 천막 설치와 철야 행사 진행을 허용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반대하는 농성이 명동성당 계단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2003년 4월의 기사이다.

명동성당은 예나 지금이나 ‘핍박받는 자들의 장소’이고 ‘광야의 외침’이 우렁찬 곳이다.

명동성당은 유신시대 3.1민주구국선언(76년 명동성당에서 있었던 김대중 전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재야 인사들의 민주화 투쟁선언)이 발표된 이후 민주화의 한 장소가 된다. 3.1구국민주선언은 유신시대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죽어버린 것은 아니라는 증거였다.

지금의 50대들은 신문 사회면에 1단 기사로 보일 듯 말듯하게 나와 있는 3.1민주구국선언 기사를 읽고 민주주의의 소생을 꿈꾸었다.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좌절과 고통이던 그 당시, 많은 이들은 민주주의가 압살당한 것은 아니라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뻐했다. 좌절의 시대에는 작은 희망 하나가 그 얼마나 값지던가. 눈물겹던가.

이곳이 민주화의 주요 무대로 떠오른 것은 6월항쟁 때이다. 신군부로 불리는 이들에 의해 나라가 좌우되던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을 휩쓸었다.

당시의 재야 인사들이 시위를 주도하던 곳이 명동성당이었다. 당시 ‘넥타이부대’가 명동성당 입구 계단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민주화를 요구했다.

현재 386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바로 당시의 넥타이부대였다. 현재 이 나라의 주인공들은 명동성당 입구의 계단에서 민주화를 외치며 성장했던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386세대는 기대만큼 일을 해내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비난에 앞장서는 보수 기득권층은 386세대의 능력을 의심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사실, 386세대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성장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의와 도덕을 높이 받들었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능력 따위보다는 훨씬 더 고귀한 정의와 도덕 말이다.

90년대 들어 명동성당 입구의 계단은 노동자들의 농성장이 됐다. 노동자들이 개발론을 추종하지 않고 분배 정의를 요구하던 시대였다.

이 무렵 명동성당과 입구의 계단이 민주의 장에서 인권의 장으로 바뀐 것이다. 2003년 현재에도 명동성당 입구 계단은 인권과 분배 정의를 요구하는 이들이 머물고 있다.

명동성당의 정치적인 면모만 언급했지만 명동성당은 원래 한국 카톨릭의 상징이며 본산이다. 애초에는 종현성당(鐘峴聖堂)으로 불렸고 그 후 명동천주교당이라고도 불렸으나 지금은 명동성당으로 통칭되고 있다.

카톨릭 교도가 아니더라도 잘 알고 있는 성당 건물은 라틴 십자형(十字形) 삼랑식(三廊式)의 고딕형 집이다. 부지 14,421㎡에 건평 1,498㎡이며 건물은 길이가 69m, 너비 28m로 길게 늘어선 형태이다.

동판이 덮여 있는 지붕의 높이는 23m이고 서울 종로구와 중구의 여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종탑은 그 높이가 45m이다. 건물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1977년에 사적 제258호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때, 명동성당 입구에 들어선다. 차도 양편의 계단에는 초겨울의 찬 기운이 스며있다. 올 겨울에도 이곳에서 누군가 또 천막 농성을 벌이리라.

이기기 위해서만은 아니리라. 설혹 패배할지라도 차마 접을 수 없는 진실과 진심이 있기 때문이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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