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의 오늘, 어제 그리고 내일 (2)
WTO의 오늘, 어제 그리고 내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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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0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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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섭 부산대학교 하부국제통상법연구센터 소장 국제무역학부 교수

필자는 국제통상·거래법에 관한 국제적인 연구와 중재 및 자문 등의 실무에 대한 적용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움을 느껴왔다.

그 중의 하나는 우리 한국 기업의 실무자들이 미국이나 일본 등의 기업 실무자들에 비하여 숲속의 나무에 해당되는 개별적인 거래에 적용되는 세부적인 법규의 내용 자체에 대하여는 잘 이해를 하고 있으나, 숲에 해당되는 개별 법규가 위치하고 있는 전체의 법적 환경이나 규범 체계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심의 상대적인 결여 때문에 기업의 국제적인 거래 활동이나 의사 결정을 하는데 있어 불리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아 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필자는 앞으로 본 칼럼에 우리 기업들이 국제 거래를 하는데 있어 기본적 이해가 요구되는 국제통상·거래의 전문 용어에 대한 풀이를 실무적으로 하고자 한다.





1944년에 확립된 브레튼우즈 협정은 통화와 금융분야에 대한 국제경제협력조직으로서, 다른 측면, 즉 무역관계협력조직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45년에 미국은 「세계무역 및 고용의 확대에 관한 제안」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 제안은 세계무역에 대한 국제협정을 체결하고 국제연합의 하부기관으로서 ‘국제무역기구’(Inter national Trade Organization : ITO)를 설립하여 국제적인 상품의 교류에 대한 장애를 제거하고, 고용 및 소비의 증대를 도모하려는 야심적인 의도를 표명한 것이었다.

미국의 제안에 따라서 국제교섭이 이루어진 결과 대부분의 나라들이 적극적인 찬성의사를 표시하고, 1948년 쿠바의 하바나에서 「국제무역기구헌장」이 53개국에 의해서 서명되었다.

이 헌장은 관세무역정책, 고용정책, 상품협정에 관한 정책 등의 기준 외에 국제무역기구의 설립을 규정하고있었다.

그러나 ITO헌장은 전후 각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데다가 그 내용이 엄격, 복잡할 뿐 아니라 너무나 자유무역의 이상에 치우쳤기 때문에(많은 국가가 조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2개국의 비준을 얻었을 뿐이었으며 핵심적 추진 세력이었던 미국, 영국의 비준조차 얻지 못해 결국 ITO는 발효에 이르지 못했다.

불행히도 ITO헌장은 유산의 고배를 마셨지만 ITO헌장을 계기로 통상질서에 대한 최소한의 국제규범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각 국이 공통적으로 가지게 되었다.

한편 미국은 ITO구상의 발표와 함께 관세의 상호 인하를 제창하고, 1947년 미, 영, 불 등 23개국이 참가한 관세교섭이 제네바에서 진행되었다.

이 교섭의결과 1948년 발효된 GATT는 ITO헌장 중 통상정책에 관한 부분 협정으로서 작성되고 ITO헌장 아래서 관세교섭부분을 취급하는 보조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완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ITO헌장이 미발효로 끝났기 때문에 GATT가 완전한 법인격을 갖춘 국제기구는 아니었으나 ITO를 대신해서 무역문제를 다루는 사실상 국제기구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GATT는 이렇게 국제협정으로 합의를 보았으나 원래 ITO의 부속협정으로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ITO가 발효될 때까지만 잠정적으로 발효하기로 정하였다.

그런데 ITO가 무산됨에 따라 GATT는 정식의 국제협정으로 성립될 기회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잠정적인 협정으로 존속하게 되었다.

잠정적용협정은 또한 회원국으로 하여금 GATT협정을 비준하는 데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하여 GATT규정이 회원국의 기존의 강행법률과 기준법제에 배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GATT규정을 적용하도록 정하였다.

이와같이 GATT는 국제기구라는 측면에서 보면 좀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탄생한 비정상적인 국제규범 이라 볼 수 있다. GATT의 운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1968까지 미국에서는 GATT 분담금을 별도의 예산으로 책정하지 못하고 미국국무부의 운영비에서 지출하였던 사실이다.

이러한 발전과정을 돌이켜보면 국제정치 문제를 총괄하는 UN이나 국제통화문제를 다루는 브레튼우즈 협정에 의한 IMF등이 비교적 일찌감치 국제기구로서의 자리 매김을 한 후 지금까지 확고한 위치를 유지해온 것에 비하면 WTO의 경우는 자리를 잡기까지 50여 년 간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관된 준비와 발전과정을 착실히 다져온 셈이다.

말하자면 우루과이 협상이 타결된 시점으로부터 이미 50여 년 전에 강력하고 야심에 찬 ITO의 설립을 상정해놓고 그동안 각 주권국가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국내사정을 충분히 감안한 결과 모호하고 어정쩡한 상태의 GATT체제를 유지해 오던 중 국제적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원래의 계획을 실현시킨 것이다.

물론 그간의 변화무쌍하였던 통상환경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 ITO설립계획에 대하여 많은 수정과 개선이 추가되었다.

따라서 지난번 시에틀과 멕시코 칸쿤 회의에 있어서와 같이 WTO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그리고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으나 WTO체제의 붕괴는 그리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지금의 일정대로라면 WTO가 관장하는 통상관련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그만큼 국제규범으로서의 구속력도 커질 것이다.

즉 지금의 상품시장, 서비스시장 및 지적재산권보호에 대한 규제이외에도 앞으로는 노동시장, 순수한 외국인투자시장,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규제 및 경쟁정책 등에 대하여도 WTO의 협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통상관련부문에 있어서 각 국의 주권행사 범위는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에서 전기를 연료로 사용하여 만든 값비싼 전기제품과 중국에서 중유를 연료로 하여 만든 값싼 전기제품의 경우 기계적 품질과 성능이 동일하더라도 미국시장 진출에 있어서 분명한 차별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강원도 산간의 무공해지역에서 생산된 오이는 일본에 비싼 값으로 수출이 되지만 산성비가 내리는 김해평야에서 생산된 오이는 수출길이 아예 막힐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당면하게 되는 국내외의 경쟁환경이 더욱 치열해 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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