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의 전기 노무자 2명 피격 사망>의 의의와 전망
<이라크에서의 전기 노무자 2명 피격 사망>의 의의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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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0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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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장기 불황이 전기공사업체의 위험지역 진출 요인
▲ 12월 2일 임시 합동빈소가 마련된 서울장례식장을 찾은 서해찬 오무전기사장.
사태 재발 가능성이 높지만 별다른 안전 대책은 없는 상황



지난 1일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 지역에서 한국인 철탑공사 노무자 2명이 피격됐다. 이번 사건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국군 추가 파병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한국인이 희생됐다는 측면에서 파병반대측은 목소리를 높였다.

국군의 추가 파병을 반대하는 351개 시민단체의 연대기구인 ‘이라크 파병 반대 비상국민행동’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저항군의 의식적 공격의 결과로 비극을 낳았다”면서 “파병한다면 이러한 비극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과 추가 파병 문제를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사건 당일 “이라크 내 한국인 테러사건으로 인해 파병 문제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한 태도를 밝혔다.

이번에 피격된 한국인 노무자 2명이 전기기술인이라는 점에서 전기산업계는 ‘발등의 불‘된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본지에서는 사고 이전부터 전기산업계가 에너지 전쟁으로 불리는 이번 사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지난 10월 27일 ‘전망대’를 통해서 에너지 전쟁의 본질에 입각한 파병 논의조차 없어서 환경변화에 대응 못하는 전기업계 현주소가 재확인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전기산업계는 이번 사태를 당하고서야 관심을 높이고 있다. 관심의 제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는 과연 전기산업계의 인력과 장비가 어느 정도 투입돼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담당 부서인 산업자원부 역시 KOTRA의 보고 내용을 반복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이번 피격사건 이후 KOTRA가 밝힌 이라크 진출기업은 현대건설, 서브넥스, 동아아이티엔티, 대우인터내셔널, 히트코리아, 팀트레이딩 & 컨스트럭션, 승일산업이다.

KOTRA는 오무전기처럼 미국 업체의 하청을 받거나, 현지인들과 합작해 일을 하는 경우에는 파악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라크 현지에 있는 오무전기의 직원 64명은 바그다드 한 호텔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다는 식의 단편적인 현지 보고들 뿐이다.

현재 이라크의 전기 노무자들 모두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위험은 이미 예견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산업계가 이라크로 진출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번에 피격된 근로자들은 오무전기 소속이다. 오무전기는 국내의 여느 전기공사업체처럼 전기공사와 송배전공사를 주로 하는 전기공사업체이다.

 


오무전기 서해찬사장과 빈소를 찾은 유족




연간 매출액은 15억∼35억원 수준이고 서울 본사에는 5명의 직원이 40평 규모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모 있는 전기공사업체의 연간 매출액이 1백억원을 넘는 점을 고려할 때 오무전기는 전기업계에서도 중소업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업체가 이라크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필리핀 회사인 ‘실로’의 한국인 사장과의 연줄이다. 미 국방부와 이라크 전기부분 재건사업을 계약한 미국의 워싱턴그룹인터내셔널(WGI)은 송전탑 분야의 일을 필리핀 업체 실로에 맡겼고 여기서 다시 오무전기가 하도급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전기산업계는 오무전기의 이라크 진출의 근본 동인이 연줄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목숨이 위태로운 지역에 진출하게 된 근본 원인은 바로 ‘국내의 불경기’ 때문이라는 것. 국내 전기산업계가 불황에 빠지지 않았다면 목숨을 담보로 한 공사 현장은 외면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전기공사업체를 이라크로 내몰고 있는 불황의 늪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피격된 임직원들을 애도하며 오열에 잠겨있는 서해찬 사장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금융 경영인 조찬 강연에서 “국내 경제가 본격적 인 회복기로 진입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 “앞으로 금융 감독 정책도 금융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일부에서 내년도 경제 전망이 상당히 밝다고 밝힌 점을 의식한 듯이 “내년의 성장 예측치가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내수와 소비에 대한 예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가계 부채 상환 압력 증가와 소비 둔화를 감안 하면 본격적인 경기 회복기 진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의 진단은 한 예이지만 현재 국내외에서 진단하는 한국경제는 내년에도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불황이 지속되는 한 전기산업계에서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이라크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말해서 장기불황이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한국군의 파병도 전기산업계의 이라크 진출을 부추길 공산이 높다. 경제계에서는 한국군이 파병돼 있고 또한 추가 파병을 하기로 한 마당에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며 그것이 바로 ‘재건사업 참여’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제시한 이라크 전후 복구 공사의 2007년까지의 복구비는 553억달러이다.

사회기반시설 복구 프로젝트에는 당연히 전력공급망도 들어 있으며 여기에는 121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에 오무전기가 일을 맡은 송전탑 공사도 121억원에 이르는 전력공급망 복구 사업의 일부이다.)

합당한 대가를 우리가 얻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이라크에서의 피격사건 직후 경실련은 이라크 재건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산업계를 겨냥해 성명을 내고 “이라크의 전후 재건사업에 있어서 사업의 대부분을 미 거대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어서 우리는 하청업체로만 참석할 수 있는데, 이라크 저항세력은 미군만이 아니라 제3국의 하청업체 노무자들도 테러 대상으로 삼고 있다.”면서 “하청업체라서 큰 이익이 없는 반면 안전은 매우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이익이 적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이번의 오무전기 경우에서 보듯 재건사업에서 일자리가 주어진다면 전기공사업체는 이라크로 진출할 것이다.

이런 노무자를 국가에서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 테러가 없도록 경계를 각별히 하고 대책을 세워 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에서 내어놓은 방안은 중동지역의 테러가 악화될 경우 중동 11개국에 근무하는 3400여 명의 근로자를 철수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일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대테러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중동의 모든 근로자를 철수시키기는 현재의 공사 진행이나 근로자 규모로 볼 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지난 1일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상사 주재원과 선교사 등에 대해 가급적 철수를 요청한다.”면서도 “테러가 계속되도 연합군의 방침은 재건업무를 계속한다는 것이어서 여기에 종사하는 민간업체의 철수 여부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마저 갈팡질팡하고 있다.

해외 진출 건설업체를 관리하는 건설교통부는 해외건설협회를 통해 해당 기업의 활동상황을 보고 받을 뿐이며 해당 업체를 보호할 만한 방안이나 조직을 갖지 못하고 있다.

산자부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기공사협회에서는 피격자 유족을 돕기 위한 움직임은 있으나 이라크의 위험으로부터 전기업계 노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권한과 능력 밖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전기산업계의 관심은 말 그대로 관심에서 그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도 전기 노무자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불황에 치고 이라크에서는 저항군의 표적으로 쫓겨야 할 상황이다.

‘전쟁은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모두 불행’이라고, 워터루 전쟁터에서 영국의 웰링턴 장군은 말했다. 그것은 영화 속의 대사로 행해졌지만 이라크에 진출한 전기산업계의 모두에게는 눈앞의 현실이 되어 있다.

/정법종·장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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