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격 사퇴한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 전기산업분야에서의 공과
▣ 전격 사퇴한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 전기산업분야에서의 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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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1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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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구조개편 문제 위쪽 결정 뒷북만 친 꼴
민란으로 불리는 부안사태 책임자로 해결안 제시 못해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선정과 관련한 혼란에 책임을 지고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윤 장관은 “참여정부의 정신에 맞춰 일방지정 방식을 버리고 단체장의 자율유치 신청방식을 채택 자율유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원을 대폭 늘리는 등 의욕적으로 추진코자 했으나 끝내 사전의견수렴 절차가 미흡했다는 벽을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언론은 연말의 소폭 개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개각 시 경질될 가능성이 높은 장관으로 산업자원부장관을 꼽았다. 부안사태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경질될 것이라는 예상을 덧붙이기도 했다.

부안사태는 지난 10일 극적으로 반전됐다. 그 동안 원전센터 건설 방침을 고수하던 정부가 뒤로 물러난 것이다.

이 날 한 일간지는 윤 장관에게 퇴임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는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한다. 윤진식 산자부 장관도 마땅히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이번 사태는 민의 수렴을 위한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특히 윤 장관은 위도주민들에게 현금보상한다는 사탕발림 발언을 했다가 번복함으로써 결정적으로 주민 분노를 촉발했는가 하면 위도에 대통령 별장을 유치한다는 식의 안이한 자세로 일관해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끌고간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윤진식 장관은 금년 2월 27일에 취임했다. 그는 행시 출신으로서 재무부 행정사무관,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국장, 대통령 경제비서관, 관세청장, 재경부 차관 등을 거친 재무경제통이었다.

전기산업분야에서 윤진식 장관이 취임 이후 명확한 입장을 보여 주어야 할 곳은 한전 민영화 문제였다.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통으로서 경제 논리에 입각해 한전 민영화에 관한 나름의 소신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 3월 윤진식 장관은 원활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추진을 위해 배전·판매 부문은 한전 내부사업단 체제로 개편해 모의운영을 실시한 후 추진키로 했으며 분할 시기는 이해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철저한 준비를 기할 수 있도록 신축성 있게 조정토록 한다는 원칙론만 거론했다. 이런 원칙론의 배후에는 민영화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한전이 있었다.

이런 원칙론은 발전회사 민영화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2003년에 남동발전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나머지 발전 4개사는 민영화 방안을 마련해 연차적으로 추진키로 했다는 것이다.

“전력의 민영화는 원점서 재검토한다” 4월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발언했다. 경제적인 논리에서 추진돼 온 민영화가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중지된 것이다.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1998년 7월 공기업 민영화 시책이 발표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1999년 1월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이 확정 발표돼 민영화를 위한 발걸음이 시작됐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걸음걸이였다.

2000년 12월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의결됨으로써 민영화는 가시권에 들어왔다. 2001년 3월 발전자회사 분할에 관한 한전의 주주총회가 개최됨으로써 민영화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된 듯했다. 이후 대선 레이스에서 노무현 후보는 네트워크 산업에서의 민영화 유보 필요성을 제기했고 당선 이후 민영화 유보를 공식화한 것이다.

윤 장관은 6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의 배전분할 이후에도 공기업 형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민영화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윤 장관은 배전분할을 당초 2004년 시행할 방침이었으나 이를 2005년으로 연기하고 배전분할 이후 민영화는 필요성 여부를 충분히 검토한 후 추진할 방침이라고 일정을 설명했다.

민영화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다’라는 꼬리표를 붙여 두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중단을 지시한 게 아니라 ‘원전 재검토’라는 애매한 표현을 쓴 것에 발맞춰 윤 장관 역시나 ‘민영화는 필요성 여부를 충분히 검토한 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한 것이다.

전력산업계에서는 1999년 이후 추진돼 온 전력산업 구조개편 문제를 놓고완전히 중단된 것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유보된 것으로서 다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형태의 주장이 제기됐다.

본사가 지난 9월 창간기념호에 마련한 ‘전력산업구조 개편에 관한 지상 좌담회’에서도 다양한 주장은 재현됐다.

홍익대 김발호 교수는 “여야 합의하에 합법적으로 추진돼온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뚜렷한 논리적 근거도 없이 새 정부가 들어선 이래 원활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다른 공공분야 구조개편의 시금석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의 입장은 다소 무책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전력노조 김주영 위원장은 “구조개편의 추진일정에 대한 재검토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새 정부의 의지”라며 “지금까지의 구조개편 상황을 점검해 성과를 분석함과 동시에 현재 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점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태 국회의원도 추진일정의 재검토는 지난 정부의 정책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을 새 정부가 자인한 셈이라며 신중한 재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신대 김윤자 교수는 “(추진일정 재검토는)충분히 의견수렴을 했다는 주장이 허구이며 얼마나 국민적 합의가 부족했는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주장이 다양하다는 것은 전력산업계가 구조개편문제를 놓고 아직도 혼란에 빠져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혼란은, 윤진식 산자부 장관이 경제관료로서 쾌도난마의 해결 솜씨를 보여 주지 못하고 윗선의 입장만 그대로 반복한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윤진식 장관이 전력산업 분야에서 올해 내내 매달려 있었던 문제는 부안사태이다. 부안사태의 원인을 놓고 많은 주장들이 나왔다. 부안의 원전센터 반대측은 윤 장관의 언행에 일관성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부안사태와 관련해 윤진식 장관은 과연 어떤 발언을 해 왔는가?
산자부는 영광, 고창, 영덕, 울진 등 4개 지역을 방사능 폐기장 후보 부지로 선정 발표했다. 4개 후보지 중에서 2개 지역을 1년 후에 최종 후보지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4월 16일, 제238회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윤진식 장관은 방폐장 후보지는 두 곳 아닌 한 곳이라고 발표했다. 몇 달도 채 지나기 전에 발표 내용을 바꾼 것이다.

7월에 부안의 후보지 단독 신청이 이뤄졌다. 산자부는 후보지 신청을 받아서 단독으로 신청서를 낸 부안을 후보지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당시 윤진식 장관은 현금 보상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발언을 했다. 부처간 협의도 없이 돌출한‘현금보상’ 발언은 하루 만에 대통령이 나서서 뒤집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윤 장관은 국감에서 ‘원전수거물센터의 안전성을 주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해서 시위가 일어나는 것이며 충분한 홍보가 이뤄진다면 부안사태는 가라앉을 것’이라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2월 10일 부안의 원전수거물센터는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원인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지난 1년여의 재임기간에서 윤 장관의 행적은 공보다는 과실 쪽에서 더 많이 찾아진다. 전력산업분야을 제외한 산자부의 다른 업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전력산업에서는 그러하지 못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윤 장관 혼자만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장관을 뒷받침해 주어야할 산자부 주무부서 담당자들의 상황분석과 기획능력이 부족하다가 볼 수 있다.

좀더 확대해석하면 전력산업 전체가 상황분석과 기획능력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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