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한해의 생활을 설계하는 날
설날은 한해의 생활을 설계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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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1.1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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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정 논란은 일제 문화의 잔재
전통 숨쉬는 설의 의미 되새겨야

설이란 한해가 시작되는 첫날, 즉 음력 1월 1일을 뜻한다. 원일(元日), 원단(元旦), 정초(正初), 세수(歲首) 등으로도 불리고, ‘몸을 삼간다’는 의미에서 신일(愼日)이라고도 한다. 그저 기쁜 날이 아닌 한 해가 시작되는 날 모든 일에 조심스럽게 첫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뜻이다.


▲ 설(說) 많은 ‘설’의 어원

순수 우리말인 설의 어원에는 여러 해석이 있다.
먼저 ‘한 살 나이를 더 먹는다’에서의 ‘살(歲)’에서 유래됐다는 설이다. 우리말에 큰 영향을 끼친 우랄 알타이어계에서 해가 바뀌는 연세(年歲)를 산스크리트어로 ‘살’이라고 한다.

이 ‘살’에는 두 가지 뜻이 있어, 해가 돋아나듯 새로 솟는다는 뜻과 시간적으로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다는 구분이나 경계를 나타내는 뜻이 있다.

다른 풀이로는 ‘설다(제대로 익지 않다)’ ‘낯설다’ ‘설어둠‘의 어원에서 나왔다는 해석도 있고, ‘사리다’(愼, 삼가다)의 ‘살’에서 비롯됐다는 풀이, 설장고·설소리·설북 등에서 보듯 처음을 뜻하고 으뜸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신용하 서울대 교수는 ‘설날’의 ‘설’은 ‘서다(立)’를 어근으로 ‘들어서다’ ‘시작하다’ ‘처음이다’의 의미를 가진 용어라고 주장한다.

고대 동아시아에서는 ‘처음 시작하다’를 ‘서다’, ‘들어서다’로 표현하는 관습이 있다며 ‘봄이 시작되다’를 ‘입춘(立春)’으로 표현한 것을 예로 든다. 또한 과거형인 ‘선날’이라고 하지 않고 미래형인 ‘설날’이라고 하는 것은 ‘설날’이 미래 1년의 생활을 설계하여 ‘세우고’ ‘미래를 세우는 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설과 함께 하는 풍습들

설날 사당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茶禮)’라 하고, 아이들이 입는 새옷을 ‘세장(歲粧, 설빔)’이라고 하며, 어른들을 찾아뵙는 일을 ‘세배(歲拜)’라 한다.

이날 대접하는 음식을 ‘세찬(歲饌-떡국)’이라고 하고, 곁들인 술을 ‘세주(歲酒)’라 칭한다.

조선 순조 때 김매순(金邁淳)이 열양(洌陽), 곧 한양의 연중 행사를 기록한 책인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설날부터 3일 동안은 길거리에 많은 남녀들이 떠들썩하게 왕래한다. 울긋불긋한 옷차림이 빛나고,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좋은 일을 들추어 말한다. 이를 덕담이라고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설날에 행하는 놀이도 다양하다. 도판희(跳板戱)라고도 불리는 널뛰기는 여성들의 대표적인 놀이이며, 도래기 치기라고도 불리는 팽이치기는 남자아이들이 주로 즐겼던 놀이다. 연날리기는 오락성과 민속신앙의 양면성을 지닌 놀이이고, 윷놀이는 부여족(夫餘族) 시대에 5가지 가축을 5부락에 나눠주고 번식시킬 목적에서 비롯된 놀이라고 전해진다.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에 비유된다.

▲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설

강점기 시절 일제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우리의 설을 말살하고자 갖은 방법을 동원했었다. 근래에는 신정(新正)과 구정(舊正)에 대한 논란속에 ‘민속의 날’로 이름이 바뀌기까지 했다.

하지만 신정이라는 단어는 일제의 유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월 1일은 단지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연초이기 때문에 하루 쉬는 것뿐이며, 우리 고유의 문화전통이 살아 숨쉬는 명절은 ‘설’이라는 얘기다.

갈수록 ‘쉬기 때문에 좋은 날’이라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는 세태속에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까.

/ 송병훈 기자
yaho@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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