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탈핵 접고, 원전을 '작게, 많이' 만들자
[E·D칼럼] 탈핵 접고, 원전을 '작게, 많이'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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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2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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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뉴딜 정책은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긴급 처방으로, 이후 각국은 경제가 힘들 때마다 맞춤형으로 각색해 추진해왔다. 한국형이 성공하려면 참신하고 획기적인 처방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형의 핵심인 디지털, 그린, 휴먼 뉴딜은 대공황 당시 정책의 골격을 작금의 상황에 맞게 재포장한 것 외에 새로울 것이 없다.

뉴딜 사업이 성공하려면 대중주의(大衆主義) 성향이 배제돼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이 개입하지 못하게 막았다. 사익보다 홍익을 우선하는 정치가의 면모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총수요를 진작시켜 대공황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루스벨트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시작된 민주당 집권은 20년간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년간 핵심 정책의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절박한 상황이다. 소득주도 성장, 남북 관계, 부동산 대책이 모두 유명무실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형 뉴딜이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 외에 혹여라도 집단 이익이 결부돼 추진된다면 대중적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말 잘 듣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 잘하는 사람들이 재구성해야 할 에너지 정책은 한국형 뉴딜이 성공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다. 대통령이 민주당의 재집권보다 경제력의 재충전을 중시한다면 환경운동가나 인문사회계 못지않게 과학기술계의 충언에 귀 기울일 줄도 알아야 한다.

탈탄소화를 달성하려면 원자력을 배제할 수 없다. 신재생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이다. 탈탄소 기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주가 시작됐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원전 기술로 신기후 체제의 선봉에 설 수 있다. 현재 러시아가 탈탄소 시장을 주도하는 분위기인데, 곧 중국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7000조원이 넘는 탈탄소 시장의 잠재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

2019년 경상 국내총생산은 1916조원이었다. 올해는 전년 대비 2.9% 감소해 1998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는 탈탄소 시장 선점에 국운을 걸어야 한다.

탈탄소 길목엔 탄소포집, 신재생, 원자력이 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놓쳐선 안 된다. 원자력은 탈탄소화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달성하는 수단 중 하나다. 미국과 유럽 대부분 나라도 원자력을 청정 발전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재생이 간헐성 문제를 극복할 때까지 탄소를 포집하고, 원전을 운전해야 한다. 탄소를 줄이려면 1톤당 20만원이 드는데 이를 5만원대로 낮춰야 경제성이 있을 것이다.

원자력은 안전성, 신재생과 함께 분산형 전력망에 맞추어 100만kW에서 10만kW 수준으로 소형화하고, 무엇보다 출력 증감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부하 추종 원자로로 재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고, 방사성폐기물은 유리화해 장기보관할 곳을 찾아 나서야 한다. 수소 경제로의 발돋움에도 원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으로 국내 기술이 재조명받자 ‘K’라는 접두어가 붙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 환대받는 기술 중 국내에서 천대받는 기술이 있다. 온실기체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를 대규모로 만들 수 있는 초고온기체로가 그렇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미국 원자력기업 USNC, 현대엔지니어링과 초소형원자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캐나다 북부 오지에 전력공급용으로 건설하고, 향후 5년간 수소생산용으로 개발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이제 부질없는 탈핵 선언은 접자. 그리고 원전을 작게, 많이 만들어야 할 때다. 분산 전원, 수소 경제와 함께 미래 원전 기술 개발로 고급 인력의 붕괴와 유출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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