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KERI, 3D프린팅 '기술독립' 실현했다
[초점] KERI, 3D프린팅 '기술독립' 실현했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20.08.21 0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D프린터'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한계 돌파했다
세계 최초 620 나노미터급 화소… 3차원 구조로 제한 문제 해결
재료과학 분야 최상위 SCI 학술지 ‘ACS Nano’ 논문 성과 게재
KERI 나노포토닉 3D프린팅 장비
KERI 나노포토닉 3D프린팅 장비

전체 SCI 학술지 중 상위 1.625% 수준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다보스포럼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밥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언급한 이래 전세계적으로는 이에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인식과 함께 각계의 대응이 활발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인 ‘가상현실’은 더 높은 수준의 영상 화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최규하)는 나노융합연구센터 표재연·설승권 박사팀이 3D프린터를 이용, 나노미터급 화소를 갖는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제조할 수 있는 ‘나노포토닉 3D프린팅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KERI에 따르면, 이번 성과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 화소를 3차원 구조로 인쇄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퀀텀닷은 빛이나 전기 자극을 받으면 다양한 색상의 빛을 발생시킬 수 있는 나노입자다. 색 순도와 안정성이 높아 TV,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디스플레이용 발광재료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제조공법에서는 퀀텀닷을 얇게 도포하는 방식으로 화소(픽셀, Pixel)를 제작하고 있다. 흔히 해상도가 높다는 말은 한 화면 안에 화소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소가 고밀도로 많이 모여 있으면 그만큼 영상이나 사진이 정밀하다는 뜻이고 더 섬세하게 표현된다.

이를 위해 많은 업체들이 화소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화소의 크기를 줄여 해상도를 높이려고 하지만 줄어진 크기만큼 발생하는 빛의 밝기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 TV나 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제품에서의 초고화질 경쟁이 대세인 가운데, 화소의 크기를 더욱 줄여 높은 선명도를 확보하는 것이 치열한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관건이 된 것이다.

KERI 연구팀은 화소를 얇은 막이 아닌 3차원 구조로 제작하면 높은 해상도에도 필요한 밝기의 빛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개발을 시작했고, 독자적인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폭 620 나노미터, 높이 1만 나노미터 수준의 화소를 제작했다. 기존 2차원이 아닌 3차원 구조의 화소 제작을 통해 빛의 밝기 제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 얇은 막 대비 2배 이상의 밝기를 풀컬러(적색, 녹색, 청색)로 구현할 수 있었다.

해상도의 지표인 ‘PPI(Pixels Per Inch, 1인치당 화소의 개수)’로 비교하면 KERI의 기술은 5600PPI 수준의 3원색 컬러 화소를 시현, 기존 8K QLED TV(100PPI), 노트북(200PPI), 스마트폰(800PPI)의 수준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것은 물론, 현재 상용기술의 한계수준인 1000PPI 보다도 5배 이상 높은 해상도를 보여줬다.

KERI 3D프린팅 풀컬러(적색, 녹색, 청색) 퀀텀닷 잉크
KERI 3D프린팅 풀컬러(적색, 녹색, 청색) 퀀텀닷 잉크

초고해상도를 필요로 하는 가상현실 관련기술(VR, AR), 빔프로젝터 등 미래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까지 폭넓게 활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 밖에도 개발한 3D프린팅 기술을 응용하면 ▶초고밀도 데이터 저장매체 ▶3차원 구조 초고해상도 암호 패턴을 이용한 위조방지 기술 ▶카메라 센서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KERI의 나노포토닉 3D프린팅 기술은 유연 기판재료인 폴리이미드(Polyimide) 및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필름에도 직접 인쇄가 가능해 웨어러블(Wearable) 및 롤러블(Rollable) 장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도 가지고 있다고 전기연구원은 설명했다.

기술개발자인 표재연 박사는 “3D프린팅 기술을 디스플레이 산업에 적용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흔히 외산 장비에 의존하는 3D프린팅 연구와는 달리, KERI의 기술은 3D프린팅 소재부터 원천기술 및 장비까지 ‘통합 솔루션’을 개발한 완전한 기술독립의 실현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KERI의 연구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가 발행하는 재료과학 분야 최상위급 SCI 학술지인 ‘ACS Nano’(7월31일/제1저자 배종천 석사과정, 교신저자 표재연 박사, 과제책임자 설승권 박사)에 게재됐다. 논문의 수준을 평가하는 ‘Impact Factor’는 14.588로, 전체 SCI 학술지 중 상위 1.625%에 속한다.

또한 연구팀은 기술에 대한 원천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기술에 관심 있는 수요업체를 발굴, 3D프린팅을 활용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의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KERI는……

 1976년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서 첫 출발한 이후 2017년 기관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획득하는 등 최고 수준의 전기전문연구기관이자 과학기술계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KERI는 또한 전력기기에 대한 국가공인시험인증기관이자 세계 3대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으로서 세계적 경쟁력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보다 질 높은 시험인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합시험운영시스템’을 구축했으며, 2025년까지는 광주, 나주지역 등으로 시험  인프라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모든 분야에서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이한 최근에는 신기후 체제, 4차 산업혁명 등 관련 유망 융합 분야를 발굴하고, 모든 일상에서 전기가 중심이 되는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에 따른 대응환경을 구축하는 등 미래를 선도하는 기술개발에 주력해 나가고 있다.

KERI는 국민과 함께하는 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공적 역할과 미래 핵심가치를 선도하는 세계 최고 전문연구기관 ‘Glocal(Global+Local) KERI’로 새롭게 도약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인터뷰] 표재연 박사 / KERI 전기재료연구본부 나노융합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백라이트 기반, 디스플레이 산업 대부분 적용 가능"


- 이번 성과가 기존 기술과 갖는 차이는?

▲ 3D프린팅 기술은 흔히 시제품 제작, 공정단순화 등을 목적으로 3차원 형상을 인쇄하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KERI에서는 이를 넘어 인쇄된 구조물이 단순 형상 뿐만 아니라 특수한 기능을 갖도록 하는 스마트 3D프린팅 기술을 개발해오고 있었다. 기술적으로 간단히 요약을 하자면,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은 빛이나 전기 자극을 받으면 다양한 색상의 빛을 발생시킬 수 있는 나노입자를 말한다. 퀀텀닷은 색 순도와 안정성이 높아서, 디스플레이용 발광재료로 활발히 연구돼 왔다. 기존의 디스플레이 제조공법에서는 퀀텀닷을 얇게 도포하는 방식으로 화소를 제작했다. 이때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화소의 면적을 줄이게 되면, 발생하는 빛의 밝기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화소를 얇은 막이 아닌 3차원 기둥 구조로 제작하게 되면 높은 해상도에서도 필요한 광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개발을 수행했다. 독자적인 3D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폭 620 나노미터 수준의 화소를 1만 나노미터 높이로 제작, 빛의 밝기가 얇은 막 대비 2배 이상 향상됨을 보일 수 있었다.

- 연구성과가 갖는 의의는 무엇인지.

▲ 세계 최초로 나노미터급 화소를 3차원 구조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방법들로는 나노미터급으로 작은 화소를 3차원 구조로 제작할 수 없었다. 특히 3D프린팅 방식이기 때문에 폴리이미드, PET 등 유연기판에 화소를 제작, 웨어러블·롤러블 장치에도 응용이 가능한 첨단 기술이다. 3D프린팅 기술을 디스플레이 산업에 적용한 상용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며, 확보된 원천기술 특허를 기반으로 조기 상용화 및 국가경쟁력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KERI의 기술은 3D프린팅 소재부터 원천기술 및 장비까지 ‘통합 솔루션’을 개발한 완전한 기술독립의 실현이라는 점이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 우리 삶과 연계되는 부분을 설명해달라.

▲ 이번에 개발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의 화소밀도(5600PPI)는 현재까지 출시된 최고사양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보다 7배가량 높다. 아주 높은 해상도는 VR, AR 등 첨단기기에서의 멀미 현상을 줄여줄 수 있고, micro projector 등에 활용돼 초고해상도 빔프로젝터로 출시될 수 있다. 즉, 기본적으로 백라이트 기반 디스플레이 산업에는 대부분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초고해상도를 필요로 하는 디스플레이인 VR, AR, 빔프로젝터 등이 유력하다. CD, DVD 등에서 빛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과 같이 초고밀도 데이터저장매체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른 산업으로는 암호화 및 복제방지, 카메라 센서, 생명공학 등에 활용 가능하다.

- 기술의 향후 전망은.

▲ 이번 연구는 디스플레이 장치에 활용되는 컬러필터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에 기술이전을 희망하고 있다. 초고해상 디스플레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관심이 있는 수요업체를 발굴, 3D프린팅을 활용한 디스플레이 기술의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