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력산업과 경제적 접근 -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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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0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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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이창호 /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에너지전환, 탈원전, 탈석탄 논쟁은 결국 전기요금 문제이다. 에너지 신산업, 스마트그리드, 전기차도 요금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오래 전부터 전기요금의 적정성과 형평성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어왔다. 최근 에너지 갈등이 심화되면서 요금문제가 전원믹스로 인한 공급비용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에서는 탈원전 등으로 앞으로 전기요금이 엄청나게 높아질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저유가 장기화와 재생에너지 공급비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요금인상이 크지 않을 것이라 한다.

사실 전기요금 문제의 본질은 요금수준보다는 요금의 결정방식이나 요금구조의 적정성에 있다. 우리 전기요금은 과도한 규제로 가격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의 진입이 어려워 전력산업 발전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

전기요금은 요금수준, 요금구조, 요금체계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 요금수준에 대해 얘기하지만, 사실 요금수준은 요금산정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

요금은 일반적으로 원가에 해당하는 발전비용, 송배전비용과 세금 등 부담금을 더해지는 구조다. 과거 한전이 발전과 송배전을 독점하던 시기에는 총 공급비용에 적정보수를 더한 총괄원가(cost-plus)가 요금산정의 기준이 되었다. 발전사업이 분리된 이후에는 발전비용이 구입전력비용으로 대체되었을 뿐 총괄원가에서 크게 벋어나지 않고 있다. 한편, 요금을 소비자에게 부과할 때는 주택, 업무, 산업, 농사용 등 사용되는 용도나 공급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는 소비자의 사용량이나 사용패턴에 따른 원가차이를 반영함과 아울러 산업정책, 공익성, 복지 등 원가 외적요인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에 관한 연구는 주로 적정요금 수준, 소비자의 선택권, 수급안정 등을 목적으로 경제적 효율성과 소비자간 형평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80년대 이후 한전과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요금구조와 요금결정이론 등 적정요율과 시간대별 요금제(TOU)에 대한 연구가, 2000년 구조개편 이후에는 요금체계, 요금수준 적정성, 요금 규제방식 등 환경변화에 따라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연구가 많았다. 근래 들어서는 AMI 등 스마트기술의 확산과 더불어 합리적인 소비와 에너지절감을 유도하는 실시간요금제(RPT), 수요관리요금제(CPP) 등 선진 요금제도 도입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전기요금 산정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적정요금 산정으로 경제학 이론 중 비용함수를 활용한다. 여기서는 요금수준의 결정을 위해 평균비용(AC)이나 한계비용(MC)의 원리를 적용한다. 독점기업의 경우 대체로 장기평균비용이 적용되는 총괄원가를 기준으로 한다. 경쟁시장이라면 한계비용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요금수준과 수요에 따라 공급자와 소비자의 수익과 후생이 달라지므로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가격결정이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누가 어떻게 얼마나 사용하는가에 따른 요금배분과 요금차등이다. 여기에는 전력소비행태의 차이에 따른 공급비용과 아울러 산업정책, 공익성, 수급안정, 소비절감과 같은 정책적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농사용 요금은 턱없이 싸고 전기다소비 주택용 요금은 비싸다. 또한 고압요금은 싸고 저압 공급은 상대적으로 비싸다. 이러한 요금차이는 합리적인 부분도 있으나, 요금격차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요금수준과 용도별 요금차이에 대한 논란은 언제나 단골메뉴다. 전기요금의 가장 큰 구성요소는 발전비용이다. 유가가 오르거나 공급량이 부족하면 요금이 오르고, 반대면 내리게 될 것이다. 요즘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좀 길게 보면 한전은 흑자가 넘칠 때도 있었고, 적자가 수년간 지속될 때도 있었다.

요금은 수준뿐만 아니라 요금산정 방식, 요금구조, 요금체제 또한 중요하다. 요금수준이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지만, 요금에 비용요소가 제대로 반영되는지, 가격변동이 제때 반영되는지, 요금이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요금수준도 직접비용 외에 간접비용이나, 부담금의 포함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도 이미 전력기금이라는 부담금이 있으며, 최근 들어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금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부담금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요금은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최근 원전건설 중지나 폐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도 요금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문제는 투명하지 못한 요금구조, 비용을 제때 반영하지 않는 자의적 규제방식, 노후설비의 좌초비용이나 외부비용의 미반영, 에너지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비용 등이다.

앞으로 전기요금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첫째, 요금체제를 예측가능하게 바꾸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요금조정이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요금구조를 현재의 고정요금이나 계시별 요금에서 소비자의 요금선택 폭을 넓히고 수요반응이 가능한 실시간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셋째, 선진국처럼 발전, 송배전, 재생에너지부담금, 환경 등 정책비용, 제세 등으로 구분하여 요금을 고지함으로써 요금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요금 문제를 제쳐놓고 시장, 산업, 재생에너지, 기술혁신을 주장하는 건 그림자를 쫓는 것처럼 허망하다. 전기는 복지상품이나 보조금이 아니라 재화이다. 아직도 전기요금을 복지, 재정, 물가관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제라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기요금 정상화 없이 전력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호등이 고장났는데 어찌 달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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