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가속기와 그 응용①
전자빔으로 물질 부가가치 높인다
전자가속기와 그 응용①
전자빔으로 물질 부가가치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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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2.0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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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반도체 스위칭 특성 개선에 전자빔 조사기술
의료용 일회용품, 위생용품 등의 멸균시장 유망
▲ 이 병철 한국원자력연구소 양자광학기술개발부

◆ 글싣는 순서

(1) 물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자빔 조사기술

(2) 세상을 바꾸는 빛, 테라헤르쯔파

(3) 전자가속기와 레이저의 만남



전가가속기란 “전자를 가속(加速), 즉 더 빨리 움직이게 하는 장치“이다. 전자는 대부분 원자에 속박되어 움직이지 않거나 금속 속의 자유전자 형태로 존재하는데, 금속을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전자의 운동에너지가 높아져서, 마치 물이 증발하여 수증기가 공기 중으로 나오듯이, 진공 중으로 튀어나온다.

금속에서 막 튀어나온 전자는 에너지가 낮아서 느리게 움직이는데, 이 느린 전자에 에너지를 주어 빛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장치가 가속기이다. 사실 우리 가정이나 사무실에는 많은 전자가속기가 널려 있다. TV 브라운관이나 컴퓨터 모니터의 전자총이 그것인데, 음극을 가열하여 튀어나온 전자를 가속한 다음 형광판에 때려 빛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전자를 가속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쉬운 것이 높은 전압을 걸어 음(-)의 전하를 가진 전자가 양(+)극을 향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걸어주는 전압이 높을수록 양극에 도달한 전자의 속도가 빨라진다. 즉 운동 에너지가 높아지는 것이다.

가속된 전자의 에너지를 나타내는 단위가 eV(electron volt, 전자볼트)인데, 1 eV는 전극 사이에 1 볼트의 전압을 걸어 전자를 가속했을 때 전자가 얻는 에너지를 말한다. TV 브라운관의 전자총에는 약 15,000 볼트의 전압을 걸어 전자를 가속하므로 전자의 에너지가 15,000 eV, 또는 15 keV (1 keV는 1000 eV)가 된다.

에너지가 높아지면서 MeV (106 eV), GeV(109 eV), TeV(1012 eV)과 같은 단위를 사용한다. 수 MeV 까지는 높은 전압을 걸어 가속시키는 정전가속기(electrostatic accelerator)가 보편적이고, 그 이상의 에너지는 고주파(radio frequency, RF)를 이용하여 얻는다.

전자가 높은 에너지를 얻으면 그 에너지를 가지고 여러 가지 재미있고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다. 제일 간단한 것이 전자를 물질에 직접 조사(照射)하여 그 에너지로 물질의 구조를 바꿈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으로는 0.1 MeV에서부터 10 MeV까지의 전자가속기가 이용되는데, 일부 산업적으로 이용되고 있고 새로운 응용기술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고에너지 전자빔이 자기장 속을 지나가면 그 궤적이 바뀌면서 빛을 내는데, 이것을 이용한 것이 자유전자레이저와 방사광가속기이다.

방사광가속기는 고휘도의 X선을 얻기 위해, 전자빔을 수 GeV로 가속하여 자기장 속을 원운동 하도록 고안된 거대 시설이며, 우리나라에도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세계적 수준의 방사광 가속기를 건설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유전자레이저는 전자빔의 에너지에 따라서 테라헤르츠(Tera-hertz, THz)파에서부터 X선까지 다양한 영역의 빛을 낼 수 있는 장치이다.

또 전자가속기와 레이저와 결합하면 비교적 작은 전자가속기로 고품질의 X선을 얻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전자가속기를 이용하는 분야는 기초연구에서부터 산업이용까지 무궁무진하지만, 본 원고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수 MeV에서부터 수십 MeV의 중에너지 전자가속기와 그 응용분야를 중심으로 기술한다.

(1) 전자빔으로 물질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전자빔 조사(照射)기술은 물질에 고에너지 전자빔을 쪼여 그 에너지로 물질의 구조를 바꿈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유해한 미생물을 사멸시키거나, 유해한 성분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가장 일찍 개발되어 실용화된 것이 고분자 가교반응을 이용하는 것인데, 전자빔을 쪼이면 길게 늘어선 고분자들이 더욱 단단하고 치밀하게 결합되어 우수한 특성을 가진 새로운 물질이 탄생한다.

예를 들어 전선 피복에 1 MeV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빔을 쪼이면 내열특성이 향상되는데, LG전선 등 국내 전선 회사에서 이 기술을 이용하여 내열전선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비테크(주)라는 국내 회사가 이 용도의 전자가속기를 개발하여 국내는 물론 외국의 전선 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열수축튜브, 타이어, 발포플라스틱 등의 생산에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공고관절 등 의공학품, 탄소복합체, 항공기용 경량 고강도 재료 등의 재료개발에 이용되고 있다.

MeV 이하 수 백 keV의 전자빔은 인쇄 잉크 경화처리, 표면코팅 경화에 이용된다. 또, 전자빔을 테프론 등의 불소수지에 쪼이면 결합력이 약해져서 분해되는데, 이 기술이 폐기물로 인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전자산업 분야에서는 전력반도체의 스위칭 특성을 개선하는데 전자빔 조사기술을 이용한다. IGBT, Diode, MOSFET, PWR TR 등 전력반도체 소자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스위칭 시간이 얼마나 빠른가 하는 것인데, 전자빔을 쪼이면 스위칭 시간이 크게 빨라진다.

소자의 용량이 커질수록 전자빔 조사가 필수적인데, 최근 고속전철, 초고압 전력전송, 전기자동차 등 신기술/제품이 출현함에 따라 전력반도체도 고전압화, 대용량화, 고속화 추세에 있어, 고부가가치 소자 시장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용도로는 10 MeV급 전자빔을 조사해야하는데, 지금까지 국내에는 10 MeV급 대용량 전자빔을 조사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생산공정 도중에 웨이퍼를 패킹하여 미국, 일본, 유럽 등 외국에 보내 전자빔 조사를 한 후 가져와 후 공정을 한다. 이로 인해 국내 전력반도체 생산회사들은 비용 증가는 물론, 공정관리 및 품질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10 MeV 급 전자빔 조사시설의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전자빔 조사기술의 이용분야 중에서 앞으로 유망한 큰 시장이 의료용 일회용품, 위생용품, 식품 포장재 등의 멸균시장이다. 기존 멸균 방법은 살균력이 강한 EOG(에틸렌 옥사이드 가스)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 방법은 잔류독성과와 환경문제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그 대체 방법이 감마선을 이용하는 것인데, 이것도 방사선 관리와 주변 주민들의 수용성 문제로 인해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이 있다. 전자가속기는 관리가 쉬우며 대용량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멸균분야에서 유망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호기메디칼이라는 회사는 일본 정상급의 의료용구 생산회사인데, 자체적으로 10 MeV, 50 kW 전자빔 조사시설을 두 곳이나 운영하고 있고, 현재 추가로 건설을 추진중이다. 멸균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탄저균 사건이 유명한데, 미 우정성에서 의회 등 중요 기관의 우편물을 멸균처리하기 위해 8대의 전자가속기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에 200 keV 이하의 낮은 에너지를 가진 소프트(soft) 전자빔을 이용해서 농산물의 표면만을 멸균처리하는 기술이 관심을 끌고 있는데, 전자빔의 에너지가 낮기 때문에 곡물 표면이나 껍질에서 멈추고 곡물 내부에는 미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표면살균이 필요한 주요 농산물에 대하여 내부 품질에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위생화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친환경 표면살균기술이다. 앞으로 삶의 질을 중요시하면서 안전한 식탁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저에너지 전자빔을 이용한 곡물 표면살균 기술이 크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는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산·학·연이 연구개발에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10 MeV급 대용량 전자빔 조사시설을 구축하여 2004년도 상반기부터 전자빔 조사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전자가속기 및 부대시설이 완성되었고, 이용자 지원 프로그램, 홈페이지 개설 등 운영체제를 점검하고 있다. 최근에 이 시설을 이용한 연구과제의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노(NT), 바이오(BT), 환경(ET) 등 미래 국가전략기술과 관련된 주제가 많이 제안되었다.

또한 전력반도체, 멸균 등 국내 산업체에서도 이 시설의 활용을 적극 타진해 오고 있어, 시 시설이 산·학·연의 연구개발 및 산업생산에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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