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5)- 주5일 근무제에 관하여…
근로시간 해결에 대한 단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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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해결에 대한 단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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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2.2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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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공인노무사
HR Firm HaeRin Senior Consultant
노무법인 해인 이사

지금까지 우리는 개정근로기준법의 노사관계 전반에 걸친 영향을 상당히 거시적 시각으로 살펴보았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이라는 노사관계의 커다란 틀을 중심으로 살펴본 이러한 고찰은 고용관계를 규율하는 가장 상위규범인 노동법제가 변경함에 따라 수반되는 경제, 사회적 효과를 예상할 수 있게 하며 노동력 운영에서의 노사간의 ‘게임의 룰’에 대한 전망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위 노동계, 경영계라는 표현의 거시 경제적인 논의는 막상 그 관점이 개별 사업장 수준으로 내려오게 되면 조금 공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실 국민경제에서 기업이라는 당사자는 상당히 무차별한 여러 기업의 집합이지만 이것이 내가 속한 조직, 내가 속한 기업이라는 전제를 달게 되면 결국 근로시간단축이라는 외부환경의 변화를 견뎌내면 이로 인해 더 큰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 기업의 존폐가 걸릴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생사가 걸린 실감나는 문제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개별기업 입장에서 ‘근로시간단축으로 인한 전체적 유불리의 평균이 제로수준’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평균개념은 생산성 향상으로 근로시간단축을 유연하게 도입한 기업의 극적인 양의 효과와 비용증가와 노사갈등에 허덕이며 근로시간단축이라는 장애물에 걸려 도태하는 기업의 극적인 부의 효과가 상쇄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평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2회에 걸쳐 이번 글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화두로 개별사업장 차원에서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안하면서 기고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해결의 실마리 (The Clue)
노동조합의 황 위원장은 임단협 요구안을 논의한다는 명목 하에 집행부 회의를 소집했다.

사실 지난번 김상무를 만난 후 황 위원장도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을 결정하는데 나름대로는 조금은 껄쩍지근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는 참이었다.

황 위원장도 소위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입법취지라는 점은 익히 알고 있는 것이고 이를 깡그리 무시하는 식으로 대응할 경우 여론의 동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도 내심은 걱정거리였던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황 위원장은 갑자기 짜증이 났다.

도대체 무슨 법을 이딴 식으로 고쳤단 말이야. 당초 노동계 의견대로 법정근로시간만 낮춰 놓았으면 각 사업장의 사정에 맞추어 노사간 자율적으로 적용하면 될 일을 거꾸로 노동법을 고쳐 놓았으니 이걸 어떻게 소화해 내라는 말인지.

회의가 시작되고 한참 후, 황 위원장은 조심스럽게 근로시간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에 대한 임단협 전략을 논의주제로 올렸다.

조직부장 하 부장이 이번이야 말로 확실히 임금인상분과 근로시간단축으로 인한 임금보전분을 분명히 구분해서 챙겨야 할 겁니다”

“회사가 어물쩍 넘어가려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서라도”

또 교육부장 김 부장은 “지금까지 피 같은 연월차를 써서 토요일날 쉬었는데 이제부터는 당연히 토요일은 쉬는 거고 그러면 연월차는 따로 보상받는 건가요”

마지막으로 압권은 여성부장 한 부장의 이야기였다. “얼마전 노총의 임단협 지침을 봤는데 참 다행인 것이 이미 단체협약에 월차나 생휴가 규정되어 있으면 이번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우리 여성노동자는 월차12개, 생휴 12개, 연차 10개, 일요일 50일, 토요일 50일, 하계휴가 7일이니까 공휴일 빼고도 쉴 수 있는 날이 140일 정도 되는 거네요”

황 위원장은 황당한 이야기가 더 진전되기 전에 “오늘은 그만하지”하면서 이야기를 중단했다.
위원장실에 홀로 남은 황 위원장은 넌지시 송 사무장을 불러 지난번 황 상무와의 이야기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보았다.

사실 송 사무장은 황 위원장으로부터 임금협상 요구안을 작성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임금효과를 검토하고 있던 차였다.

“논리적으로는 김 상무 말이 들린 것도 아닙니다. 실제 우리 같은 경우 이미 연월차를 사용해서 주5일근무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로부터 최대한 받아낼 수 있는 부분은 기존의 연월차부분을 보전해 달라고 하는 정도죠”

“그런데 그걸 임금으로 계산해보면 그게 기존의 연월차 24개분이니까 24일×8이면 192시간분으로 통상임금으로 치자면 한 7% 인상효과이고 그중 3.5%가 월차, 3.5%는 연차휴가인데 김 상무가 하는 말은 월차 3.5%는 개정법대로 폐지된다 하더라도 임금인상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이야기고 연차 3.5%는 앞으로 별도 휴가로 사용하라는 것이니까 조합이 생각해도 나름대로는 일리가 있는 이야기죠”

“물론 이 3.5%라는 것이 조합원들 감정상 턱 없는 수치라는 것도 문제고, 앞으로 연차휴가는 별도로 발생하겠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무작정 쉬기만 한다는 것도 영 부담스러운 일이라 일정부분은 수당으로 받아야 하는데 개정법에 보니까 무슨 휴가사용촉진방안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제는 휴가를 수당으로 받기도 쉬운 일이 아니겠더라구요”

송 사무장의 장황한 설명이 황 위원장의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말이야 그놈의 언론이야. 주5일근무제는 뭔 주5일근무제 그거 일년 내내 방송에서 떠들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주5일근무제 하면 옛날보다 더 많이 쉬고, 임금은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생각하거든.

그런데 사실 과거에 44시간 일하던 거 40시간만 한다고 치면 토요일에는 쉬겠지만 임금은 옛날과 똑 같은 거 아니야. 물론 대부분의 기업이 당연히 과거에 44시간에 했던 일을 갑자기 줄일 수는 없을 테니까 계속 44시간으로 근무한다고 치면 4시간분이 연장근로가 되서 임금은 오르겠지만 그러면 토요일은 쉴 수 없는 거고”

“그래게 말입니다. 당장 우리부터도 아까 집행부 부장들 이야기하는 것 보면 엄청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죠”

“위원장님”

조직부장 하 부장이 헐레벌떡 공문 한장을 들고 위원장실로 들어왔다.

“촐싹거리기는 무슨 큰일 났어요?”

“글쎄 회사에서 노사협의회에 무슨 근로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조직하자고 공문이 왔네요. 거기서 주5일근무제 도입방안을 논의하자나요?”

“뭐, 나쁜 것은 아니구먼, 당연히 의논해서 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

“게다가 근로시간단축에 대해서 무슨 직원 설문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단순히 설문조사가 아니라 설명회 같은 형식으로 한다는데요, 아무래도 무슨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에요”

“일단 좀 지켜보자고”

황 위원장은 혼자서 의자에 깊숙히 몸을 묻었다. 그리고 한참만에 불현듯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 올렸다.

‘그래, 차도살인(借刀殺人)이야. 지금 근로시간단축이라는 주제는 조합도 회사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일단 회사가 먼저 찢고 까불게 놔두다 보면 조합원의 반응도 분명해 지지 않겠어, 또 회사도 지금의 현장 분위기를 알아야 정신 좀 차릴 거고’

‘게다가 이건 교섭도 아니고 노사협의회 형식이니 무슨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부담스러울 것도 좀 적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수도 있고’

황 위원장은 송 사무장에게 이번 정기노사협의회에서 근로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하고 근로시간단축에 대해서 논의하자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드디어 노동조합과 회사가 같은 방향을 쳐다보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가 싶은 심정으로…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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