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지속가능한 삶: 문명의 근원적 성찰에서부터 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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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1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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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연 / 주한덴마크대사관 선임상무관 - 에너지·환경분야

올 한 해 코로나19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며 우리 모두 지구와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이토록 심각한 상황을 야기하기까지, 인류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작년까지만 해도 기후변화, 탄소 중립, 에너지전환과 같은 주제는 관련 활동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회자되어 왔던 것에서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색하지 않은 대화거리가 되었다.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진정한 지속가능한 삶이란 무엇일까? 코로나19를 맞으며 나 역시 성찰의 계기를 갖게 되었고, 에너지란 주제에 있어 업무적 관심을 넘어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좀 더 근원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모든 경제의 기반이 되는 에너지원이다.

우선, 인류 발전에 기여한 대표적인 에너지원을 살펴보자.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각각 에너지원은 인류역사에 끼친 지대한 공헌한 것만큼이나 인류가 감당해야 할 숙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석탄이다. 18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을 잉태했고, 자본주의 사회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석탄발전으로 인한 공기 오염으로 인해 각종 호흡기 질환과 건강 문제들이 생겼고, 제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노동과 착취의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규모가 커졌다.

이후 석유는 자동차, 항공, 화학 등 다양한 산업을 낳으며 눈부신 근대 과학과 경제 성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석유 시추가 이루어진 이래 제국주의 확장, 식민지 지배, 1·2차 세계대전 등이 발생했다. 실제로 1차 세계대전에서 석유로 인해 육해공군의 기동성이 향상되어 그전과는 차원이 다른 양상의 전쟁이 치러졌다. 2차 세계대전의 경우, '석유를 얻는 것이 러시아 침공의 주 동기'이었음을 당시 독일 군수 장관이었던 알베르트 슈페어가 1945년 5월 전범 재판에서 밝힌 바 있다. 석유를 둘러싸 전쟁이 일어나고, 제3세계가 수탈당했으며, 정부와 자본 유착이 일어났다.

청정에너지로 손꼽힌 원자력은 주요 국가의 안정적인 전력생산에 지대한 공을 세웠지만, 여전히 안전관리와 핵폐기물은 크나큰 과제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핵폐기물을 영구 폐기할 수 있는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국가가 고준위핵폐기물의 지하매장 처분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일례로, 2004년에 첫 삽을 뜬 핀란드 남서부 올킬루오토섬에 조성 중인 핵폐기물 처분장 ‘온칼로’는 지하 100층 규모의 사용후핵연료 영구 보관 및 폐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향후 100년간 핵폐기물을 저장하고 이후 폐쇄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180만 년의 역사를 지닌 기반암 위에 세워지더라도, 향후 10만 년이나 되는 반감기가 지날 때까지 아무런 일이 없을 거라고는 그 누구도 보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미래 인류가 이 시설에 침입하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원한 봉인(2010)’에서 다뤄지듯이, 아무리 현대의 우리가 위험 표시를 다양한 언어와 그림으로 표시한 들, 10만 년 이후의 인류가 그 표기를 위험으로 인식할지, 보물섬으로 파악할지 미리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인류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순간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와는 차원이 다른 재앙이 지구를 덮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가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일까?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려, 기존 화석연료를 대대적으로 대체하는 데에는 일말의 이견도 없다. 그러나 단순히 한 에너지원이 기존의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방식을 온전한 에너지 전환이라 부르기엔 아쉬움이 있다.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축은 재생에너지의 보급에 선결하여, 에너지 효율 증대를 포함한 에너지 사용 총량과 탄소의 지속적인 감축에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의 전환만이 아니라 문명의 전면적 성찰과 변화를 요구한다. 무분별한 소비와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를 벗어나, 지구에 부담이 되는 재원을 최대한 아끼고 무엇보다 자족?자립할 수 있는 문화를 일상 저변에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삶은 문명의 근원적 성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에너지를 우리말로 하면 '힘'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힘은 둘로 나눠 볼 수 있는데, ‘권력과 무력의 힘’으로 파괴하여 착취하는 힘이 있는가 하면, ‘낳고 살리고 키우는 생명의 힘’이 있다. 그동안 인류는 개발과 성장, 편의 등의 미명 하에 전자에 힘에 이끌리고 선택하도록 강요당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이 이어져 결국 인류는 미래를 파괴할 수도 있는 기후 위기를 초래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당연시하고 항상 해왔던 방식들에 풍파를 일으켰다. 다 함께 미래를 위한 대안을 고려하고 하는 요즘이다. 수혜의 폭이 좁고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추구되던 착취와 파괴, 폭력의 역사에서 이만 벗어나, 인류와 미래를 위해 새로운 문명을 싹 틔우고 이를 지속하기 위한 ‘생명의 힘’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체제와 법적 테두리 안에서의 변화가 분명 수반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일상에서의 전환도 일궈야 한다.

사회 구성의 기본 단위인 가정에서의 살림과 생명을 낳고 키우고 돌보는 과정에서, 몸의 동선에 따른 일상의 관계망인 마을에서, 그리고 자연의 뭇 생명과의 교감에서 우리 모두 지속가능한 미래를 낳을 생명의 힘을 지금 경험하고 생명감수성을 깨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은 지금까지의 우리 삶, 문명, 사회 속에서 길어 오름으로써 온전한 형태의 지속가능한 삶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고민을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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