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아마도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일일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영어, 불어, 일어, 중국어를 공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북한사회를 이해하고자 할 때 그리고 북한주민과 소통하고자 할 때는 어떠한가. 전혀 언어의 문제는 고려되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도 당연히 그것은 북한이 우리와 같이 한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많은 연구보고서들은 남북한 언어이질화와 소통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같은 한글을 쓰는 남북한이지만 남한에서의 ‘한글’이나 북한에서의 ‘민족어’라는 명칭의 차이만큼이나, 그리고 남한에서의 ‘표준어’와 북한의 ‘문화어’라는 표준말 개념규정의 차이만큼이나 같은 언어로 표현되는 많은 ‘다름’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같은 문화, 같은 언어를 사용하던 남북한이 분단체제하에서 사회를 발전시켜오는 과정에서 그 사회의 이념, 제도, 가치관에 걸맞는 언어와 문화로 분화되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한 언어의 ‘다름’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간과함으로써 종종 남북간에는 그 ‘다름’으로 인한 오해와 단절을 겪게 되곤 한다.
또한 가끔은 그 ‘다름’이 흥미거리로 과장되거나 희화화되곤 하는데 그 밑바탕에는 남한의 언어는 ‘정통’으로 북한의 ‘언어’는 왜곡이나 변질로 인식하는 자기중심적 문화우월주의가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남북한 언어, 또는 문화의 차이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되어온 남북한 사회 문화의 반영일 뿐이며 그 차이도 우열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이제 머지않아 개성공단의 입주가 시작되고 산업 생산의 현장에서 남북한 주민들은 서로 만나게 될 것이다.
분단으로 인해 만들어진 남북간의 ‘다름’을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서만 남북한은 진정한 통일의 동반자로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언어와 문화, 그 ‘다름’을 극복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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