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본격화 - 북한을 알자(2)
남북경협 본격화 - 북한을 알자(2)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4.03.29 0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서도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 전 미영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북한 말에 대한 우리의 흔한 오해 중의 하나가 북한사람들은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물론 북한사회는 남한사회와 비교해볼 때 외래어 사용을 가급적 억제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언어정책의 주요 목표 중 하나를 민족의 ‘고유어’ 발전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사회에서 외래어는 전혀 사용되지 않을까?

1990년대 중반 우리사회에 북한말에 대한 소개가 시작된 후 외래어 대신 우리말로 만들어진 ‘신조어’들이 소개되어 우리들에게 많은 흥미를 유발시켰다.

그 중 우리의 기억에 많이 남아서 북한어로 알고 있는 단어 중의 하나가 ‘얼음보숭이’이다. 얼음보숭이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많은 남한사람들은 그 언어의 생경함 때문에 또는 그 조어(造語) 형상화의 참신함으로 인해 많은 흥미를 보였었으며 최근까지도 방송매체를 통해 북한어로 소개되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 북한사람들은 ‘얼음보숭이’를 먹지 않고 우리와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남한에 온 탈북자들 중 많은 경우 ‘얼음보숭이’라는 말을 남한에 와서 처음 들어봤다는 재미있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 ‘얼음보숭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실제로 북한당국은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말다듬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여 외래어를 우리말로 새롭게 정리하였다.

북한당국은 몇 차례의 ‘말다듬기’ 과정을 거쳐 1986년 <다듬은 말>사전을 통해 2만5천개의 다듬은 말을 확정했으나 이중 많은 어휘들이 1992년 간행된 <조선말 대사전>에서 폐기되거나 또는 다듬은 말과 이전의 외래어가 같이 쓰이는 등 변화를 겪게 된다.

즉 다듬은 말로 확정되었으나 북한주민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통용되지 않는 어휘들을 폐기하고 원래의 외래어 어휘를 다시 복원시키거나 또는 과거의 외래어가 다듬은 말과 같이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경우에는 외래어와 다듬은 말을 같이 사용하도록 재조정한 것이다.

‘얼음보숭이’의 경우 86년의 <다듬은 말>사전에는 표제어로 올랐으나 1992년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아이스크림’으로 대체되었다.

현재 북한에서는 ‘도넛’과 ‘가락지 빵’이 ‘설기 빵’과 ‘카스테라’가 그리고 ‘카텐’과 ‘창가림’이라는 단어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아무리 국가와 당의 일방적인 통제 하에 관리되는 북한 사회일지라도 언어의 ‘사회성’은 역시 무시할 수없었던 가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