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인 ‘교수평가제’ 문제있다
획일적인 ‘교수평가제’ 문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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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06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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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산·학·연·관을 막론하고 종사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주고 있으며,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대학의 이공계 교수들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공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우수한 학생들의 유치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수평가제에 대한 부담감이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논문을 중심으로 한 교수평가제다. 현재 교수평가제는 각 대학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연구영역·교육영역·봉사영역 등으로 나누고, 대부분 대학들이 승진의 요건으로 국내외 전문학술지에 해마다 일정 수의 논문을 발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학술지라고 해서 다 같은 학술지가 아니라 등급이 있다. 낮은 등급조차 없으면 실린 논문이 아무리 우수해도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학술지 등급은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매기는데 SCI(Science Citation Index)가 주요 평가 대상이다.

바로 여기에 교수들의 말못할 사정이 있다. 현재 교수들은 논문준비에만 매달릴 수 없는 처지다. 강의는 물론이요, 각종 연구 프로젝트에의 참여, 학생 유치에도 나서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교수평가와 연관돼 있다.

또한 각 학문의 특성상 논문의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획일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도 교수들이 지적하는 사항이다. 이공계 교수들은 제대로 된 논문을 쓰려면 구상 기간만 1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특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시쳇말로 ‘교수를 두번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에 경쟁과 평가의 논리가 도입되고 있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논문평가 역시 교수들의 연구결과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기계적이 아닌 상대적인 ‘형평성’ 원리가 무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되새겨볼만 하다. 교수들은 대부분 ‘연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이공계열의 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논문 제출을 문제삼는 것이 아닙니다. 각 분야마다 독특한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축구의 한 골과 농구의 한 골은 그 의미가 틀립니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모든 분야의 교수들에게 비슷한 양의 논문을 요구하는 것은 무지에서 빚어진 무리한 처사라고 여겨집니다.”


송병훈 기자 yaho@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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