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재생에너지 확대 문제 어떻게 해결하나-②
[분석] 재생에너지 확대 문제 어떻게 해결하나-②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1.05.24 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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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사업 과정 참여… 의견·가치 공유해야

이익공유기금, 공공성·투명성 확보… 지역 상생에 도움 되도록 해야
전력거래제도 개편 패키지 마련돼야… 주택용 녹색요금제 신설 필요
환경연합·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기후솔루션 ‘2021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제안서’

우리나라는 높은 화석연료 비중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에너지 다소비 소비구조 고착화 등 여러가지로 탄소 의존적인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과감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목솔 리가 높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길은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가 확실히 자리매김한 듯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시스템의 중추로 안착하는데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산적해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기후솔루션은 최근 대표적인 문제를 선정·분석해 ‘2021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서’를 내놓았다. 제안서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11가지의 제안을 제시했다.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개선

우리나라에서는 이익공유가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주민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거나 사업자가 불합리하게 과도한 요구를 받는 경우가 있다. 적절한 이익공유는 마을 복지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나 비공식적으로 마을 여론주도층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이익공유는 지역공동체의 신뢰를 파괴하고 오히려 사업 자체도 무산되도록 만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주민들로부터 사업 동의를 얻는 대신 과도한 이익공유 요구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사업비 증가 및 재생에너지 발전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 역시 주민들의 실질적인 투자 참여로 이어지지 못하고 요식행위로 이뤄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사업자가 주민참여 REC 가중치 획득을 위해 주민법인에 투자비를 대출해주고 투자에 참여시키는 사례가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이 직접적인 자본 투자 없이 수익만 매월 받는다는 점에서 단순 현금 지원과 다를 바 없다. 뿐만 아니라 소수 주민으로 구성 시 수익의 편중화가 우려된다. 실제로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경우 읍면동 거주민 수가 부족하거나 거주민의 투자만으로 사업비의 2∼4% 조건을 만족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자가 주민 반대를 회피하고 사업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익공유와 주민참여가 활용되다 보니 절차적 측면에서의 주민참여가 잘 이뤄지지 않다. 분배적 측면에 국한된 이익공유는 개별 사업의 수용성 확대에는 기여했으나 공평하고 투명한 이익분배, 지역의 성장, 재생에너지에 대한 마을 역량 강화 등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대규모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는 주민에게 단순 수익을 분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민이 사업 과정에 절차적으로 참여하면서 의견과 가치를 공유하고 장기적으로는 마을이 재생에너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대규모 개발사업 진행 시 주민들이 계획 단계에서부터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입지선정 등에 주민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또한 단순한 현물 공여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는 지역 고용 확대, 지역기업 참여 등으로 마을이 재생에너지 역량을 키워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적정한 수준의 이익공유기금이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역 상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최근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으로 이익공유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 이익공유의 적정 금액 기준이나 기금 운용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은 여전히 없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이익공유 가이드라인에 이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이 직접 지역 프로젝트를 제안하도록 해 기금을 운용하고 이행내역을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주민참여의 기준을 확대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주민의 투자 참여는 재생에너지 주민수용성 증진에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주민 소득 증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주민참여 REC 가중치 우대 제도는 주민의 기준을 반경 1km 이내 소재 읍·면·동 거주민에 한정하고 있으나 대규모 개발의 경우 투자 가능 지역주민의 범위를 기초지자체, 광역지자체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대규모 개발 사업자 선정 시 주민 소득증대 기여도 제고를 위해 주민참여 비율이 높은 사업 제안을 우대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RE100과 소비자 선택권 확보

’한국형 RE100 제도‘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구매 단가가 한전의 전기요금보다 낮아질 수 있는 가격 신호를 제공하는 것이며 이는 기존 전력시장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을 전제로 한다. 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위한 직접적인 기여 수준은 자가발전→PPA→녹색프리미엄제→REC 구매 순이나 국내 태양광 자가발전은 별도의 REC 인센티브가 없어 투자회수기간이 최소 5년에서 최대 8년으로 기업으로부터 실질적인 옵션으로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PPA의 경우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현재 한전의 전기요금 대비 높은 수준이므로 투자자와 소비자의 강력한 압력이 없을 경우 기업들의 자발적인 재생에너지 PPA 구매가 단기간 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의 경우 제3자 PPA를 도입하면 재생에너지 구매 전력에 따른 배출량을 0으로 차감 받게 돼 배출권 구매 비용을 회피할 수 있는 간접적인 인센티브가 존재하나 해당 효과는 계획기간 5년 이내에 한정되며 이러한 효과는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한계가 발생한다.

근본적으로는 세제 개편 및 배출권거래제 규제 강화를 통해 환경 비용이 적절하게 부과되는 전기요금 체계로의 개편이 필수적이며 사실상 기저발전에 대한 총괄원가보상제로 운영되는 현행 전력거래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한전이 제공하는 제3자 PPA 방식 이외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직접 PPA 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실질적인 판매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 시장 구조에 기여할 것이다. 한편 한전이 운영하는 송배전망에 대한 투명한 접근성과 ’망 이용요금‘ 설정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의 제시안은 산업용, 일반용 전기소비자에 한정돼 있어 시민참여 활성화를 위해 주택용 소비자 대상의 녹색프리미엄 요금제 신설이 필요하다. 주택용 태양광은 상계거래 제도 등 일부 지원 제도가 시행 중이나 REC 인센티브 수준에 미치지 못해 자가발전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한전을 포함한 다양한 판매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전용 요금제를 신설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판매시장 개방 및 녹색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하는 소비자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직접 PPA 및 판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력거래제도 개편 패키지가 마련돼야 한다. 도매시장의 경우 전력거래소의 장내 시장 이외에 재생에너지 장외거래 활성화를 위해 직접 PPA의 세부 법령 마련이 필요하다. 판매시장은 한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판매사업자가 프리미엄 요금제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현행 판매사업 허가와 관련된 제도 요건을 구체화·간소화해야 한다.

중장기 온실가스 및 환경 비용 증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로드맵을 제시해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구매 이행을 실질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한전이 운영하는 송배전 네트워크의 망 중립적인 운영을 위한 거버넌스 및 산업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시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주택용 녹색요금제를 신설해야 한다. 공동주택 및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주택용 녹색요금제를 신설해 한전의 전기요금 대비 프리미엄이 재생에너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민참여 프로그램 마련해야 한다. 재산세, 주민세 등 세금 감면과 더불어 기타 지자체 차원의 공동주택/단독주택 지원 사업에 대한 가점 부여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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