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탄소중립은 기후금융에 달렸다-③
[초점] 탄소중립은 기후금융에 달렸다-③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1.05.24 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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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대 위해 ‘녹색금융’ 절실하다

녹색금융 기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있어 민간 투자 촉진하는 ‘마중물’
태양광 등 녹색산업 경쟁력 강화 위해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 재정돼야

탄소중립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 금융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의 성공 요인이 기술이나 제도에서 금융으로 전환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투자 없이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재생에너지에 대한 녹색금융 투자는 미진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녹색금융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업에 있어 녹색금융의 필요성에 대한 발표 자료를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풍력산업 위한 녹색금융공사

풍력발전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막대한 자금을 초기 투입한 후 오랜 기간 갖가지 리스크를 해소하며 이익을 거두는 구조다. 적절한 자금 규모와 투입 시기가 사업의 향방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법·제도, 민원, 유연한 전력시장과 전력계통 운영을 토대로 태양과 바람이라는 거의 무한한 에너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예측이 어려운 기상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근원적인 불확실성뿐 아니라 미비한 법·제도나 민원 대응, 미흡한 전력시장과 전력계통 운영 능력 등이 모두 불확실성을 증대하며 고스란히 재무 리스크로 연동된다. 그리고 프로젝트 평가 시 금융권은 낮은 수익률보다 불확실성을 더 문제로 여긴다.

이런 점에서 영국이 2012년 설립한 ‘녹색투자공사’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KDB산업은행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세계 그린뱅크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녹색금융 기관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있어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우선 높은 투자 불확실성과 장기간 자금회수 기간을 감내하는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을 투입한다. 아직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데이터를 많이 축적할 수 없던 시기에 민간 금융이 감당할 수 없는 투자를 감당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금융상품을 구조화하고 시장 표준화를 주도해 자본비용을 낮추는 한편 민간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레버리지 비율을 높이고 보증상품이나 리스크 헷징 금융상품, 대출손실보전금, 해외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한 환율이나 정치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금융상품 등을 공급했다.

이를 통해 영국은 많은 프로젝트를 성사해 포트폴리오가 쌓일수록 데이터를 축적해 불확실성은 제거하고 민간투자가 들어올 자리는 더 넓어지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리스크 헷지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키워냈다.

영국이 해상풍력 선도국가로 우뚝 서는데 모든 공을 돌릴 순 없지만 녹색투자공사가 크게 이바지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2019년 기준 세계 해상풍력 설비용량 29.1GW 중 33%인 10GW를 차지했으며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유럽에서 총 89GW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영국이 34%를 점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이같은 녹색금융기관을 통해 민간투자를 촉진한 사례는 다수다. 일본녹색금융공사가 공공투자 대비 11배, 미국 코네티컷 그린뱅크가 6배, 영국녹색투자공사(GIG 인수 이전)가 3배, 호주청정에너지금융공사가 2.3배 가량 민간투자를 유인했다.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의 경우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시기를 지내고 있다. 하지만 법·제도 미비나 수용성 문제를 비롯해 불확실한 금융 조달 문제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리스크를 사업자에게 부담 지우고 있다. 여기에 한국형 RPS제도 같이 수익성 보완에 초점을 맞췄을 뿐 안정성 측면에서 너무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한 제도적 문제가 더 많은 금융 리스크를 양산하는 구조로 이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녹색금융공사는 우리나라 같은 초기 해상풍력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시장을 확대해 투자가 투자를 부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이바지할 것이다. 공적자금을 기반으로 한 만큼 윤리적이면서 온실가스 감축 등 친환경적인 목적에 맞게 아울러 보수적인 관치금융의 태도를 지양하고, 재생에너지 금융 전문성을 길러 과감한 투자를 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민간 풍력업계에는 절실하다.

▲미국 녹색은행의 시사점

미국 태양광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많은 일자리 창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 연방정부 및 주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 ▲주 정부와 지역상황에 특화된 다양하고 창의적인 녹색금융의 역할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변화와 자발적 동참이라는 3가지 요소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 연방정부 및 주정부 3대 지원정책이 태양광 산업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투자세액공제는 미 연방정부의 재생에너지 설비 및 기술 투자비에 대한 부가세 공제 제도로 대표적인 태양광 지원정책이다. 2019년까지 세액공제율 30%를 유지했으나 2022년까지 10% 공제율로 점진 인하할 예정이다.

전력요금 상계제도는 재생에너지 설비 보유자가 생산된 전기 자가소비 후 남은 전력을 전력회사에 역송하고 이를 전기요금으로 보전해 주는 제도다. 미국은 1983년 세계 최초로 상계제도를 도입하고 현재 44개주와 D.C에서 운영 중이다. 발전원별로는 태양광 발전설비가 98%를 차지하고 있다. 도매시장 가격의 2배 이상의 높은 수준의 보상을 받음으로써 태양광보급과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에는 뉴욕, 커네티컷, DC, 몽고메리, 캘리포니아, 미시간 등 주와 카운티 기반의 15개의 녹색금융기관이 설립돼 운영 중이다. 2011년부터 청정에너지분야에 15억 달러를 투자해 38억 달러의 민간투자를 창출하고 수 만개의 고용 창출에 기여했다.

특히, 미국의 녹색금융은 초기투자자가 없고 장기적인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중개하고 민간투자를 유인하며 투자위험을 분산함으로써 미 태양광시장 성장과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녹색은행으로는 Connecticut Green Bank(CTGB)와 New York Green Bank를 들 수 있다. 태양광 및 에너지효율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NYGB는 도매금융 역할하며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CTGB는

소매금융 위주이나 도매 금융도 취급하는 혼합형 운영으로 프로젝트 개발자 또는 개인에게 자금을 제공하여 새로운 시장 투자에 유용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00억 달러 규모의 ‘Clean Energy & Sustainability Accelerator(청정에너지&지속가능성 액설러레이터)’ 설립 법안이 통과되면 7840억 달러 이상 추가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4년 동안 400만개 고용 창출이 기대되며 투자액의 40%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활용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재생에너지 지원정책, 기업의 혁신노력, 녹색금융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 3자가 긴민할 소통과 협력 속에 최대의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그린뉴딜 기본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이 신속하게 제정돼야 한다. 그린뉴딜 기본법은 기후위기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경제로 전환하는 청사진이다.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의 핵심인 태양광산업을 비롯한 녹색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녹색금융 추진의 로드맵이다.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에 따라 한국형 녹색금융기관인 한국녹색금융공사가 조속히 설립돼야 한다. 한국녹색금융공사는 또 하나의 기존의 금융기관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업계와 긴밀한 소통과 협력의 동반자라는 파트너십을 확고히 하고 재생에너지산업계 관계자도 이사회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녹색금융공사는 ESG원칙에 입각한 운영에 충실하고 그린뉴딜 정책 성공과 탄소중립 대한민국 실현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

녹색금융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생에너지 컨트롤타워 구축, 이격거리 규제에서 입지규제로의 전환, 전력 계통망 부족과 연계 지연의 신속한 해결, 기후·재생에너지 교육과 홍보 강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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