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석유공사 “‘에너지 안보 지킴이’ 역할 확실히 해 나가겠다”
[기획] 석유공사 “‘에너지 안보 지킴이’ 역할 확실히 해 나가겠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1.07.27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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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이후 국내 석유 수급·가격 안정·국가 경제 발전 등 역할 충실히 수행
동해가스전, 국내 최초 상업적 가스전… 석유자원 존재 입증·산유국 꿈 실현
자주적 석유개발 확보는 국가안보와 직결… 국내 대륙붕 개발 반드시 필요
석유공사, CCS 사업 추진 ‘적임자’… 동해가스전, CCS 사업 전초기지로 사용
전통 에너지·자원 수요 꾸준히 증가… “석유개발, 다시 시동 걸어야” 이견 없어
한국석유공사 본사
한국석유공사 본사

지난 21일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동해가스전을 방문했다. 생산 시설 안전 및 운영 상태를 점검하는 자리였지만 그보다는 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 자리였다. 김 사장은 근무자들에게 ‘국가 에너지 안보 확립 기여’라는 석유공사의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위축됐던 석유공사로서는 ‘에너지 안보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변국영 기자>

 

▲안정적 석유 확보 부단한 노력

석유공사는 기름 한 방울 없던 우리나라를 95번째 산유국으로 만드는 등 석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석유 순수입국, 세계 8위의 석유 소비국이다. 높은 중동 의존도와 낮은 자주개발원유 확보율 등으로 석유위기 대응 능력이 주요 석유수입국들과 비교해서도 낮다.

석유위기에 대비해 정부는 지난 1979년 한국석유공사를 설립해 국내 석유 수급 및 가격 안정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정부석유비축사업을 공식 추진하게 됐다. 석유공사는 지난 5월말 기준 9개 비축기지를 운영하고 있고 총 1억46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시설과 9700만 배럴(공동비축물량 제외)의 비축유를 확보해 석유공급 중단에도 95일분을 공급 할 수 있도록 운용하고 있다.

또한 국내 정유사 등의 수급 불안요인 발생 시 적기에 비축유 및 비축시설을 지원해 국내 석유 수급 및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91년 걸프전과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및 2011년 리비아 사태에 따른 석유수급 불안 완화를 위해 IEA 회원국 공동 대응의 일환으로 비축유를 방출해 국내 석유수급 안정 및 국제수지 개선에 기여했다. 올 초에는 코로나19 및 동절기 한파로 인한 난방유 수요 급증으로 비축 등유를 긴급 방출하기도 했다.

 

▲멈추지 않는 국내 대륙붕 개발

석유공사는 설립 이후 국내 대륙붕 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20년 만에 기술진 확보와 자본 부족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난 1998년 예상가채 매장량 1862억 입방피트에 달하는 양질의 천연가스층을 발견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동해가스전이다. 동해가스전은 국내 최초의 상업적 가스전으로 석유자원의 존재를 입증하는 동시에 산유국의 꿈을 실현시켜주었다. 동해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는 2020년 말 기준 약 2조6000억원(총 530만톤)의 수입대체 효과로 국가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동해가스전은 유명 외국석유사도 경제성 있는 석유 발견에 실패했으나 석유공사가 자체 기술·인력 및 경험을 총동원해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한 곳이다. 지난 2004년 7월 생산을 개시해 한국 석유가스 개발 역사에 큰 이정표를 남기며 우리나라를 세계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려놓은 동해가스전은 작년 말까지 누적기준으로 약 4500만 배럴(원유환산 기준)을 생산 국내에 공급했고 10억700만 달러의 자금이 투자돼 총 22억4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동해가스전을 찾은 김동섭 사장도 그 가치를 재차 강조했다. 김 사장은 “동해가스전의 성공은 국가에너지 안보 확립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 북동쪽 44km 심해지역에 위치한 방어 구조에 대해 본격적인 해상시추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탐사자료 분석 결과 방어 구조에 약 3.9Tcf(원유환산 약 7억배럴)에 해당하는 탐사자원량이 부존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동해1·2 가스전에서 지난 1998년 가스를 발견한 이후 지금까지 생산해 온 약 4500만 배럴(원유환산 기준) 보다 15배 많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탐사시추 성공률이 15% 안팎인 점을 고려, 공사는 이번 시추에 그치지 않고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와 시추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대륙붕 개발 왜 필요한가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적인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지만 기술적인 한계와 여기에서 비롯된 높은 비용, 그리고 에너지원의 전환을 위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부담은 본격적인 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연료로서의 역할과 원재료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석유의 중요성은 향후 수 십 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세력 역시 석유 확보에 주력함에 따라 이 경쟁은 석유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국가경쟁력은 석유 확보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할 정도로 석유자원의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유소비 세계 8위를 차지할 정도로 석유의존도가 매우 높지만 세계 5위의 수입국가로 거의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자주적인 석유개발 및 확보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국내 대륙붕 탐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석유공사는 국내 대륙붕 탐사를 통해 국가 에너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70%에 달하는 높은 중동의존도를 탈피하고 주요 산유국들의 자원민족주의에 기반한 해외에서의 석유 확보의 어려움과 대륙붕 개발 성공 시 국내 경제 및 산업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볼 때 국내 대륙붕 개발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동해가스전 모습
동해가스전 모습

▲동해가스전, 종합 그린에너지 허브로 탈바꿈

수명을 다하고 있는 동해가스전은 신재생에너지 체제로의 대전환에 맞춰 재활용할 수 있는 기회와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의 생산 수명이 다하더라도 다양한 미래지향적 활용 방법을 마련함으로써 국내 대륙붕 개발사업 성공 신화의 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화석연료를 생산하던 동해가스전 생산플랫폼은 주변의 강한 바람 자원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의 중심지로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가스 생산이 종료되면 가스전 지하의 빈 공간을 활용,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 중인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CCS(이산화탄소포집저장) 사업의 전초기지로도 사용될 예정이다. 동해가스전이 향후 미래 신재생에너지 본격 개발을 위한 종합 그린에너지 허브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동해가스전 지하공간에 향후 30년 간 매년 40만톤의 CO2를 주입할 예정으로 총 1200만톤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공사는 CCS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석유공사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기술로 CCS를 주목하고 있다.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구조를 급격히 개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는 CCS 기술이야말로 국내 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CCS 사업에 있어 저장소 확보가 문제다. 포집한 온실가스를 저장할 공간이 충분치 못하다면 사업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의 빈 공간을 저장소로 활용해 온실가스를 저장하는 방안이 경제적 측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40년 간 국내대륙붕 및 해외유전 탐사·시추·생산 활동을 통해 축적된 자료와 기술력을 확보한 석유공사가 CCS 저장소 탐사·건설·운영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2004년부터 울산 근해에서 천연가스 등을 생산해온 동해가스전이 생산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고 있던 지하공간을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만 할 뿐 별도로 포집해 저장하는 시설은 없었는데 이번 동해가스전 생산 종료와 함께 국내 CCS사업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최적의 실증 플랫폼이 마련된 셈이다. 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 지하공간에 향후 30년 간 매년 40만톤의 CO를 주입해 총 1200만톤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유개발, 다시 나서야

석유공사가 다시 석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 상황에서 안정적 석유 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다시 경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반기 브렌트 유가는 평균 65.23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56%나 상승했다. 6월 초 70 달러 돌파 이후 2년래 최고 수준의 강세를 시현했다. 주요 기관들은 상반기 중 경제성장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석유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수요 증가 대비 공급 증가량 미흡으로 수급이 타이트할 전망이다. 반면 공급은 수요 증가량에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제유가 동향 역시 우리가 해외자원개발에 나서야 하는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의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일본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석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제는 정부 차원의 석유개발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석유안보 제고에 집중하며 새롭게 부각된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며 자국 석유회사들의 E&P 사업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2015년 이후 발생한 자원개발 공기업의 부실로 구조조정 국면이 장기화됨에 따라 공기업의 신규 사업 투자가 중단됐다. 당연히 자원개발 공기업은 자원 확보, 민간기업 투자 유인, 자원개발 생태계 활성화 등 자원개발 분야에 필수적인 공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1997년 이후 민간 자원개발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해외 자산을 매각할 때도 자원개발 공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로 민간 업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외환위기 시절과 비교해봤을 때 현재 상황은 그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에 보유자원이 없고 후발주자로 경쟁력이 낮은 우리나라 자원개발 산업 입장에서는 자원 안보를 위해서는 공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전통 에너지·자원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부분의 에너지·자원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한 해외자원개발 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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