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에너지전환 핵심은 ‘광물’ - ①
[기획] 에너지전환 핵심은 ‘광물’ - ①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1.09.17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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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에너지로 전환하려면 핵심 광물 반드시 필요”


태양광・풍력·전기차 설치 시 화석연료 기반 설비보다 더 많은 광물 필요
공급 부족하면 청정에너지 전환 지연… 현 공급 계획, 수요에 턱없이 부족
에너지경제연구원 ‘청정에너지전환 핵심 광물의 지속가능 공급을 위한 제언’ 분석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및 전기차는 기존 설비보다 더 많은 광물자원을 필요로 하는 등 청정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으로 광물의 필요성이 확대돼 광물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광물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청정에너지전환 핵심 광물의 지속가능 공급을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변국영 기자>

 

▲광물 필요성 증대

태양광・풍력 발전설비와 전기차는 작동하는 데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설치 시에는 화석연료 기반의 설비보다 더 많은 광물을 필요로 한다. 전기차는 기존 차량보다 6배의 광물 투입량이 필요하고 육상풍력 발전설비는 가스화력발전소보다 9배 많은 광물 자원을 필요로 한다. 2010년 이후 신규 투자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신규 발전설비 용량 당 필요한 평균 광물량은 50% 이상 증가했다.

사용되는 광물자원의 유형은 기술에 따라 다르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및 흑연은 배터리 성능, 수명 및 에너지밀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희토류는 풍력터빈과 전기차 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에 필수적이다. 전력 네트워크에는 엄청난 양의 구리와 알루미늄이 필요하며 특히 구리는 모든 전력 관련 기술의 핵심이다.

청정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은 광물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광물 수요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대 중반까지 에너지기술 부문에서의 광물 수요는 작은 부분을 차지했으나 에너지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청정에너지부문이 급격하게 성장해 광물과 에너지 간의 연계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협정 목표를 충족하는 시나리오(IEA의 ‘지속가능개발 시나리오’)에서는 향후 20년 동안 구리와 희토류 수요는 40% 이상, 니켈과 코발트는 60∼70%, 리튬은 9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리튬의 경우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부문이 이미 가전제품 제조부문을 제치고 최대 사용처가 됐으며 니켈의 경우도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부문이 기존 최대 수요처였던 스테인리스 스틸 제조부문을 2040년까지 제칠 것으로 예상됐다.

 

▲기술·정책 불확실성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으로 ‘현정책 시나리오’에서 핵심 광물에 대한 수요가 204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이며 ‘지속가능개발 시나리오’에서는 이 수요가 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광물 수요가 ‘지속가능개발 시나리오’보다도 50% 더 증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속가능개발 시나리오’에서 2040년까지의 주요 광물 수요를 전망한 결과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광물 수요가 2040년까지 약 30배 이상 증가하고 전력망 확대로 구리 수요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2040년까지 저탄소 발전부문에서의 광물 수요가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해상풍력과 태양광이 이러한 증가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상대적으로 적은 광물이 필요한 수력, 바이오매스 및 원자력의 경우에는 광물 수요 증가에 대한 기여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에너지 운반체로서 수소가 급격히 성장해 수전해용 니켈 및 지르코늄과 연료전지용 백금족 금속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희토류 수요는 2040년까지 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광물 수요 전망은 기술 및 정책 불확실성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11개의 대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2040년 코발트 수요는 배터리 기술 발달과 기후정책에 따라 전망치가 현재 대비 6∼30배로 큰 폭의 불확실성을 보였다. 또한, 희토류 수요도 풍력터빈 종류와 정책지원 강도에 따라 현재 대비 3∼7배의 전망 결과를 보였다.

이같은 광물 수요 변동성은 기후정책 실행 강도와 관련된 불확실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정책 입안자들은 야심찬 기후정책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함으로써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 위험을 줄이고 기업이 신규 프로젝트에 적절한 자본을 투입하도록 하는 데 필수적이다.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으로 광물 생산 기업들의 수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석탄 생산으로 인한 수익이 에너지전환 광물로 인한 수익보다 약 10배 더 크지만 ‘지속가능개발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 이전에 에너지전환 광물에서 얻은 총 수익이 석탄 수익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급, 에너지전환에 ‘역부족’

주요 광물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광물 공급의 가용성과 신뢰성에 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급 균형에 대한 압력이 발생하면 추가적인 투자가 일어나거나 수요를 완화 및 대체하려는 작용이 일어나는데 이러한 반응은 시간 차이를 두고 발생하고 상당한 가격 변동성도 동반한다.

미래에도 광물 공급과 관련해 유사한 패턴이 나타나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지연시키고 비용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는데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한 사항임을 감안할 때 이를 감당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원자재는 에너지전환기술의 비용 구조에서 중요한 요소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기술 학습과 규모의 경제로 인해 지난 10년간 총 비용의 90%가 줄었다. 그러나 원자재 비용이 배터리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년 전 40∼50%에서 현재는 50∼70%를 차지해 원자재 비용 부담이 커졌다.

광물 가격 상승은 청정에너지 전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리튬 또는 니켈 가격이 두 배로 오르면 배터리 비용이 6% 증가한다. 리튬과 니켈 가격이 동시에 두 배 오르면 이는 학습 효과로 배터리 성능이 두 배 향상되는 편익을 상쇄할 수 있다. 전력망의 경우 구리와 알루미늄은 현재 총 전력망 투자비용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전력망 투자의 경제적 타당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광물별로 단기적인 공급 전망은 상이할 것으로 보인다. 리튬 원료 및 코발트와 같은 일부 광물은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 반면 리튬 화학 물질, 배터리 등급의 니켈 및 주요 희토류(네오디뮴, 디스프로슘)는 향후 몇 년 동안 공급 부족에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다수 광물에 대한 예상 수요는 기존 광산 및 건설 중인 프로젝트를 통한 예상 공급량을 빠르게 초과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의 광물 공급·투자 계획은 ‘현 정책 시나리오’ 경로에 맞춰져 있는데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아 가속화되고 있는 에너지전환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젝트가 개발 단계에 있음에도 시장 긴축성과 가격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여러 취약성이 존재하고 있다.

대다수 에너지전환 광물의 생산 지역 집중도는 석유나 천연가스보다 높은 편이다. 이같은 광물 생산지역의 편중은 공급 및 무역과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다. 리튬, 코발트 및 희토류의 경우에는 생산규모 상위 3개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3/4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2019년에는 코발트와 희토류 생산량에서 콩고민주공화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0%와 60%를 기록했다.

광물 가공부문에서의 지역 집중도는 더욱 편중돼 있다. 특히 중국이 적극적으로 산업 정책을 펼침에 따라 중국의 가공 점유율은 니켈이 35%, 리튬과 코발트는 50∼70%, 희토류는 90%에 달한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호주, 칠레, 콩고민주공화국 및 인도네시아에 있는 해외 자산에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매장지에서의 광물 발견에서부터 최초 생산까지 평균 16.5년이 소요된다. 이러한 긴 리드타임으로 인해 광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공급 부족으로 시장 긴축성과 가격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칠레의 구리 광석 평균 등급이 지난 15년간 30% 낮아지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광물의 품질이 저하됐다. 품질이 낮은 광석에서 금속을 추출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온실가스 배출 및 폐기물을 증가시킨다.

광물 자원의 생산・처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환경 및 사회적 문제를 야기해 비용 증가 또는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와 투자자는 기업에 지속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광물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이 환경 및 사회적 성과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낮은 기준으로 생산된 광물을 소비자들이 배제하게 될 경우 높은 기준으로 생산된 광물은 전체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광산 자산은 증가하는 기후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구리와 리튬 생산에는 많은 물이 필요해 물 부족에 취약하다. 호주, 중국 및 아프리카 등의 주요 광물 생산지는 극심한 더위나 홍수에 노출돼 있는데 이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광물 공급을 보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광물 공급의 신뢰성, 경제성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러한 위험들은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정책 입안자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희소 광물이 청정에너지전환에 필수적인 조력자가 될지 아니면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병목 현상을 유발할지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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