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선진국은 어떻게 석탄과 작별했나 – 미국
[초점] 선진국은 어떻게 석탄과 작별했나 – 미국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1.09.17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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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원리 통해 탈석탄 이뤘다”


연방정부 차원 탈석탄 정책 없지만 환경규제·재생에너지 투자 통해 ‘탈석탄’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석탄 감소… 작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석탄 추월
석탄산업 쇠퇴로 낙후되는 지역 배려가 필요… 정의로운 전환 지원 정책 만들어야
각 주 환경에 맞는 탈석탄 정책 고안·이행해 가는 메커니즘 균형 이뤄
‘석탄을 넘어서' 해외 선진국 탈석탄 이슈 브리핑 발간

우리보다 먼저 기후위기 대응을 시작한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 발전량을 줄이고 ‘탈석탄’ 선언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국제 환경단체들로부터 ‘석탄중독 국가’로 지목받아 온 우리나라에게는 도전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가동 중인 전국 60기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가 전체 배출량의 30%를 배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인 ‘석탄을 넘어서'는 탈석탄에 대한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알아 볼 수 있는 이슈 브리핑을 발간했다 그 내용을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석탄발전 입지 약화

미국의 석탄발전소는 2011년에 318GW에 달했으나 2019년 229GW까지 줄었다. 2020년에만 11.3GW가 폐쇄됐고 2021년에도 2.1GW가 폐쇄될 예정이다. 아직 연방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탈석탄 연도를 선언한 바는 없지만 석탄발전소에 대한 환경규제 도입, 기후정책 강화 등의 영향으로 오바마 정부 이후 꾸준히 석탄발전소 폐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석탄과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선포하며 규제를 크게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탈석탄은 계속돼 오바마의 첫 번째 임기 4년 대비 트럼프의 2년 집권 동안 더 많은 석탄발전소가 퇴출됐다. 2021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2035년까지 발전부문 탈탄소화를 공약했다.

발전소에 적용되는 대기, 수질, 폐기물 등 오염물질 저감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환경개선설비 투자가 요구됐다. 이는 석탄발전의 경제성에 대한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스모그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기 위해 1970년 청정대기법이 제정되면서,신규 석탄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가 시작됐다.

수은 및 유해대기오염물질 기준은 도입 초기 발전사가 지나친 비용 부담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철회됐음에도 불구하고 저감시설 설치 부담을 가중시켜 많은 발전소들의 폐쇄를 이끌어냈다. 주간 대기오염물질 이동규제와 그 이전 단계 규제는 석탄발전기 수명을 호기당 각각 21.6개월, 16개월씩 단축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2007년 연방대법원은 기후변화 심각성을 인정하며 온실가스가 대기오염물질에 해당하며 연방환경청이 규제 권한을 지닌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후 온실가스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됐다.

연방환경청은 온실가스 규제 권한을 갖게 됨에 따라 2009년 온실가스를 ‘공중보건과 복지에 대한 위협’으로 선언하고 규제에 착수했다. 당시에는 연방대기질기준을 통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 이하로 규제하라는 청원이 제기되는 등 온실가스 규제 요구가 높았다.

오바마 정부는 고정 배출원들 중 탄소배출량이 최대 수준(2013년 총 배출량 55억톤의 28.6%)을 차지하는 석탄발전소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도했다. 2015년 연방환경청은 석탄발전소의 배출허용기준을 도입했다. 당시 도입된 신규 발전소 배출허용기준은 탄소포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수치였기 때문에 사실상 신규 석탄 건설을 억제하는 효과가 예상됐다.

기존 발전소 배출허용기준의 이행을 위해 주 단위 감축목표를 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화력발전 탄소감축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2030년경에는 전력부문 탄소배출량이 2005년 대비 32% 감축됐고 건강과 기후 편익이 비용의 8∼12배에 달할 것으로 평가됐다.

재생에너지는 초기에 연방 단위 보조금과 주 단위 공급의무화 제도 등에 힘입어 확대됐는데 재생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점차 시장 입지가 확고해졌다. 2018년에 미국 석탄발전소의 약 74%가 재생에너지 대비 가격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2020년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을 넘어섰다. 가스는 수압파쇄법 상용화로 추출 혁명이 일어난 2007년 이후부터 생산량 폭증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2020년 전력믹스에서 가스와 재생에너지 비중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시에라클럽의 ‘Beyond Coal(석탄을 넘어서)’ 캠페인은 석탄발전은 ‘경제적’이라는 인식을 ‘오염이 심하다’로 바꾸고 ,발전소들이 오염물질 저감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려는 시도를 소송을 통해 저지함으로써 노후 석탄발전소의 퇴출에 기여했다. Beyond Coal 캠페인 시작 당시 운영 중이던 석탄발전소 530개 중에 345개의 폐쇄가 확정됐다. 2016년 9월까지의 활동을 분석한 결과 이 캠페인을 통해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호기당 평균 24.4개월 단축시키는 등 연방환경규제와 함께 석탄발전소 퇴출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주 단위 탈석탄

미국에서는 지역 별로 탈석탄을 이루는 방식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연방정부가 제시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주정부의 재량에 맡겼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석탄 규제를 완화했을 때에는 주정부가 탈석탄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석탄발전 퇴출연도를 법제화한 오리건 주는 2016년 ‘청정전력과 석탄전환 법’ 제정을 통해 석탄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의 판매를 2030년부터 금지하고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50%를 달성하기로 하는 목표를 미국 최초로 법제화했다.

이는 전력의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까지 탈석탄 하려는 진취적인 시도다. 법안 제정 당시 오리건주 마지막 석탄발전소 Boardman(575 MW)이 2020년 폐쇄가 확정된 상황이었고 2019년 기준 오리건 주 소비전력의 약 27%를 차지하는 석탄발전 대부분은 와이오밍, 몬타나 등 인접한 다른 주에서 생산된 것이다. 다른 주의 발전소 폐쇄를 강제할 수는 없으나 석탄발전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방법으로 영향을 주고자 했다.

오리건주 전력공급의 70%를 담당하는 발전사들은 여러 주에 걸쳐 사업을 하고 있지만 지역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해 발전사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해당 법안이 통과됐다.

콜로라도주는 기후·재생에너지 목표를 통해 석탄발전 퇴출을 유도했다. 콜로라도주는 2019년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수립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 전기와 난방 요금에 탄소가격(2020년부터 46달러/톤)을 포함시키고 .추후 연방 정부가 제시하는 비용상승률에 따라 가격을 상향해야 한다.

주요 발전사에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80% 감축 계획을 제출하게 했다. 가능하다면 2050년부터는 100% 탈탄소를 해야 한다. 석탄발전 부문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노동자와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직무전환교육과 보조금 제공을 명시했다. 설비를 폐쇄할 경우 발전사는 최소 90일 전 고용 이전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콜로라도주 최대 발전사 Xcel Energy는 석탄발전소 Hayden 1·2호기(441MW) 폐쇄 시기를 2030년·2036년에서 2028년·2027년으로 앞당겼다.

주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025년까지 26% 감축, 2030년까지 50%, 2050년까지 90% 감축하기로 했다. 이같은 기후목표 일환으로 2022년부터 2040년 사이 남아 있는 석탄발전소 13기(총 3.05GW)가 모두 폐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멕시코주는 석탄발전 퇴출 지원을 위한 증권화 제도를 도입했다. 석탄발전소의 경제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많은 경우 석탄발전사는 장기공급계약으로 운영을 보장 받아왔다. 탈석탄 시 소비자들은 이러한 비용은 물론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또한 석탄발전 폐지로 인한 노동자들과 지역사회 지원에 필요한 재원 조달 역시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뉴멕시코주는 2019년 에너지전환법 제정을 통해 이같은 전환 비용 조달을 위한 증권화를 허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에너지전환법은 증권화 신청 시 계획된 전환의 비용, 환경영향 등을 상세히 평가해 제출하도록 하고 조달되는 자금의 일부를 반드시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전환 비용 지원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0년 4월 Public Service of New Mexico(PNM)는 San Juan Generating Station 석탄발전소를 폐지하고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관련 영향을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 3억6000만 달러를 석탄발전소 폐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겠다고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조달한 자금은 태양광과 배터리 설치에 사용되고 2000만 달러는 고용훈련, 1980만 달러는 노동자, 지역사회 지원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최근 뉴멕시코, 위스콘신, 미시간 등에서도 이같은 제도를 법제화했으며 인디애나, 캔자스, 미주리, 미네소타 등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아리조나주는 발전사의 자발적 정책을 통해 퇴출을 유도했다. 아리조나는 탄소배출 감축 의무를 따로 부여하고 있지 않지만 발전사들이 시장경제에 따라 자발적으로 석탄을 퇴출하고있다. 특히 태양광 잠재량이 높은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총 4개의 발전소에서 9개의 석탄발전기(약 2.96GW)가 운영 중이며 이 중 5기는 2032년 이내로 폐쇄가 확정됐다.

2019년 아리조나주 최대 용량(2250MW) Navajo(NGS) 석탄발전소가 폐쇄된 것은 석탄발전의 경제성 하락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발전소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주요 석탄 공급사가 가격 인하를 제안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기오염 규제를 완화했으며 NGS의 전력 구매를 강제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공동소유자들은 가동이 비경제적이라고 판단해 폐쇄를 결정했다. 이후 발전사는 해당 지역에 태양광(28MW)사업을 추진, 기존 노동자 중 433명에게 이직 기회를 제공했다.

2020년 Arizona Public Service(APC)는 기존 목표를 7년 앞당겨 2031년 탈석탄, 2050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다. TucsonElectricPower(TEP)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70%를 목표로 태양광 1.7GW, 풍력 850MW, 에너지저장장치 1.4GW를 설치할 계획이다. 대형 에너지저장장치 단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Salt River Project(SRP)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9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연방정부 차원 지원 필요

석탄 의존도가 높은 주들은 대부분 전력을 수출하고 있는 주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소비되는 전력 생산 과정의 배출량도 떠안게 된다. 이들 지역들에서도 탈석탄이 이뤄지고 있지만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적절한 지역균형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2020년에만 광부 7000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석탄산업 쇠퇴로 인해 낙후되는 지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가장 큰 타격을 입은 25개 지역에 380억 달러를 배치해서 양질의 일자리와 인프라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전소와 광산의 직접고용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2030 탈석탄과 2040 탈석탄에 각각 829억 달러와 332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전환비용 조달을 위한 증권화 제도 도입 실험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다 전향적인 지원 정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사례는 석탄의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악화 비용을 내부화 해 석탄과 재생에너지와 공정하게 경쟁을 하도록 한다면 석탄발전의 경제성 하락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탈석탄 정책을 펼친 적이 없지만 환경규제를 통한 비용 부과와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통해 점진적으로 탈석탄이 이뤄지고 있다. 과거 트럼프 정부 시기에는 석탄 발전을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한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들이 시행된바 있었지만 석탄의 경제성을 다시 향상시키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정의로운 전환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석탄산업 종사자들에게 더 큰 피해와 실망을 안겨줬다.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석탄산업 노동자들이 재생에너지로 전환이라는 세계적인 시장 흐름에 뒤쳐지지 않을 수 있도록 빠르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연방대법원이 온실가스 규제 필요성을 인정한 이래로 연방환경청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탈석탄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주정부 자체 적으로 처한 환경에 맞는 탈석탄 정책을 고안해 이행해 가는 메커니즘이 잘 균형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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