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선진국은 어떻게 석탄과 작별했나 – 영국
[초점] 선진국은 어떻게 석탄과 작별했나 – 영국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1.09.17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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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목표 달성 위해 에너지 정책 과감히 수정


2013년 에너지법 개정 ‘탄소가격하한제’ 도입… 석탄발전 감축 큰 역할
‘신규 석탄발전소 더 이상 경제적이지 않다’ 판단… 야심찬 탈석탄 추진
‘석탄을 넘어서' 해외 선진국 탈석탄 이슈 브리핑 발간

우리보다 먼저 기후위기 대응을 시작한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 발전량을 줄이고 ‘탈석탄’ 선언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국제 환경단체들로부터 ‘석탄중독 국가’로 지목받아 온 우리나라에게는 도전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가동 중인 전국 60기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가 전체 배출량의 30%를 배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인 ‘석탄을 넘어서'는 탈석탄에 대한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알아 볼 수 있는 이슈 브리핑을 발간했다 그 내용을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탈석탄 정책 배경

영국은 지난 2008년 기후변화법 제정을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을 1990년 대비 최소 80% 이상 감축한다’라는 장기 감축 목표를 법제화하고 5년 단위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한을 정해 관리하는 탄소예산 제도를 도입했다.

에너지기후변화부를 창설. 기후 정책 목표의 달성을 위해 에너지 정책을 과감하게 수정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기후변화법 제정과 함께 에너지법을 개정해 신재생에너지의 의무할당과 발전차액지원제도, 재생 열원 인센티브 등 저탄소 에너지 기술 개발 및 투자 확대, 그리고 보급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 2013년 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탄소가격하한제’를 도입해 탄소 가격의 에너지 시장 반영을 유도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지원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한 용량 시장 설계 등의 내용을 포함한 ‘에너지 시장 개혁안’이 시행됐다.

특히 탄소가격하한제는 발전 부문을 대상으로 EU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탄소 가격이 정부가 정한 최저탄소가격 보다 낮은 경우 차액을 세금으로 납부하도록 함으로써 확실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정책이다. 2011년 정책 발표 당시 목표로 제시한 최저탄소가격은 톤당 16파운드로 2020년 30파운드까지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할 것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 18파운드를 유지하고 있다. 탄소가격하한제는 영국의 석탄발전 감축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의 석탄발전소는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전체 전력 생산의 약 40%를 담당했다. 당시 평균 사용기간이 45년가량으로 상당히 노후화돼 있었는데 점차 강화돼 가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한 설비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1GW 규모의 석탄발전소 건설에 약 10억 파운드(약 1.6조원) 상당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신규 건설은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영국에서는 1990년대 전력시장 자유화 이후 한 차례 가스발전소 건설 붐이 일었고 2008년 기후변화법 제정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가 이뤄지면서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의 비중이 확대됐다. 이러한 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2015년 파리협정을 앞두고 더욱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장 탄소집약적인 에너지원인 석탄발전에 대한 퇴출 정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탈석탄 계획 도출

탄소가격하한제 등을 통해 석탄발전소가 탄소배출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도록 한 것에 더해 영국 정부는 2016년 추가적인 탈석탄 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파리협정을 앞둔 2015년 11월 18일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석탄화력발전소(총 25GW 규모)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고 발표했다

1년여의 협의체 활동을 통해 2016년 11월 온실가스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을 세워 이를 충족할 수 없는 석탄발전소는 2025년까지 퇴출시킬 것을 제안했다. 영국 석탄발전소는 탄소가격 인상, 가스가격 하락 등에 따라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했으며 정부 개입 없이도 자연스레 조기 퇴출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향후 석탄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로 제안됐다.

이러한 협의 문서에 대해 2016년 11월 9일부터 2017년 2월 8일까지 3개월간 진행된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1월 기존 석탄화력 발전소에 대해 신규 가스발전소와 유사한 수준(450g CO2/kWh)의 배출허용기준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전력 공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2014년 도입된 용량보상제도는 오히려 대규모 발전시설인 기존의 석탄발전소에게 과도한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2018년 폐지됐다. 이 제도는 간헐성이 상대적으로 큰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성 자원 및 수요반응 자원을 대상으로 용량가격을 지급한 것이다. 이러한 용량보상 제도가 석탄 등 화석연료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유럽의 환경단체들이 EU 법원에 제소했으며 2018년 12월에 석탄발전소에 대한 용량 보상을 중지하기로 했다.

2019년 탄소중립 선언을 계기로 영국 정부는 지난 4월 2030년 감축목표를 1990년 대비 68%까지 상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탈석탄 시점을 한해 앞당겨 2024년 10월에 석탄발전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2013년경부터 석탄 발전량은 급격히 감소해 2020년에는 석탄 발전량이 전체 대비 1.8%에 불과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영국 전역에서 석탄발전이 전혀 가동되지 않은 날이 총 83일에 달할 정도로 영국은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에서 거의 벗어난 상황이다. 지난 3월 Drax사 석탄발전소가 폐지돼 현재 남아있는 석탄발전소는 총 3기에 불과하다. 2024년까지 순조롭게 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사점

영국의 경우 기후정책 목표 이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탄소비용을 전력시장에 반영하고 환경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석탄발전소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는 등 짧은 시간 안에 전력부문의 탈탄소화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영국은 이미 석탄발전의 지속적인 감축, 재생에너지 등의 보급 확대로 탈탄소화 추이가 명확히 관찰되고 온실가스 감축을 이뤄내고 있었으나 영국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를 감안해 석탄발전으로부터의 완전한 탈출을 위해 탈석탄 정책을 도입했다.

2015년을 전후해 영국에서는 석탄발전소 건설비용이 1GW당 1.6조원 수준까지 상승했는데 이에 따라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신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것이 영국 정부가 야심찬 탈석탄 선언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반면 한국에서는 2018년까지도 1GW 당 2.5조원에 육박하는 신규 석탄발전에 대한 최종 실시계획 승인처분과 금융조달이 이뤄졌다. 한국 시장에서 유독 석탄발전에 대한 근거없는 낙관주의가 팽배하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러한 점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신규석탄발전에 대한 퇴출과 보상 논의에 있어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한국 역시 효율적인 기후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전력시장에서 기후·환경 비용 내부화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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