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현보 /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
[인터뷰] 심현보 /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22.01.01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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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터커플링, 에너지 사용 효율성·에너지 공급 신뢰성 높인다"
"실시간 변화하는 전력 컨트롤타워… 안정적인 전력수급 관리 최선"
"제주 섹터커플링 통한 탄소중립, 육지 탄소중립 달성 중요한 모델"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세계 각국은 금세기 말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 이내로 억제할 수 있도록 금년말까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다시 제출할 것을 약속했다. 이는 2℃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보다 한층 강화된 목표다. 우리 정부도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한데 이어, NDC를 35% 이상으로 하는 내용의 ‘탄소중립기본법’이 오는 3월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정부는 2018년 온실가스 총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는 내용의 NDC를 최종 확정했으며, 상향된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30.2%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중요한 문제가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전력계통 운영자가 발전량을 조절할 수 없는 경직성 전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확대되면 전력계통에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한 백업설비의 확대, 그리고 유연성 전력수요 발굴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유연성 전력수요 확대를 위한 대표적인 방안으로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전력계통분야의 섹터커플링 기술은 작년 12월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에너지 기술 로드맵'에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기후변화학회’에서 ‘Sector Coupling을 통한 재생에너지 공급 최적화 연구’를 통해 최우수발표 논문상을 수상한 심현보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을 만났다.

-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소개해달라.

▲ 전력수요는 계절, 요일, 기상 상황, 사회적 이벤트 등에 따라 실시간 끊임없이 변화한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전력수요에 맞춰 전국에 흩어져 있는 발전기들을 기동 또는 정지하거나 출력을 조절해 수요에 맞게 전력을 생산하고, 송전망의 전력 흐름을 제어하는 곳이 전력거래소의 중앙전력관제센터다. 한마디로 전력 컨트롤타워이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현재 중앙전력관제센터에서 직접 발전량을 조절하는 중앙급전발전기는 원자력, 석탄화력, LNG복합화력, 양수발전기 등 413대가 있고, 비중앙급전발전기는 약 9만7000대가 있다. 이외에도 한국전력과 직접 계약을 맺어서 전력을 공급하는 소규모 태양광발전기,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된 자가 소모용 태양광발전기 등 수많은 발전기들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전력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대규모 정보통신(IT)시스템인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활용, 양질의 전력을 경제적으로 공급하는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관제센터에 들어서면 오른쪽 상단에 '365-1=0' 문구가 있다. 1년 중 364일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책무를 수행하다가도 단 하루라도 실수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번의 실수가 우리나라 산업·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직원이 항상 긴장하며 근무하고 있다.

- 이번 겨울철 전력수급 상황은 어떻게 예상하고 계시는지.

▲ 기상청의 기상전망과 지난 30년간 전력피크 주간인 1월 3주의 기온변화 흐름 등을 종합해 전망한 이번 겨울철 최대전력은 90.3GW에서 최대 93.5GW 내·외로 예상된다. 전체 발전설비 용량은 134.1GW이며, 겨울철 기간에는 발전기 정비 최소화 등으로 공급능력은 110.2GW로 예측되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방안 시행 이후에도 10.1GW 이상의 예비력(예비율 10.8%)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에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2021년 12월1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를 ‘겨울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전력거래소·한전·발전사 등 전력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수급대책 상황실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도 정동희 이사장 주재로 주간 전력수급 대책회의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관리하고 있으며, 주말이나 공휴일 등 휴일에는 관제센터장과 관제센터내 팀장급 및 차장 2명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겨울철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전기를 사용하실 수 있도록 안정적인 전력수급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최근 '섹터커플링' 관련 논문으로 수상하셨다. 먼저 섹터커플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은 전력생산을 위한 발전 뿐만 아니라 수송, 냉난방, 산업공정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체 에너지시스템의 탈탄소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전기, 가스, 수송 및 냉·난방 등 에너지시스템을 통합해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에너지 소비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안이 부문 간 연계, 즉 섹터커플링이다.

전력계통에 재생에너지 연계가 증가하면 전력생산량이 전력수요를 초과하는 시간대가 발생하게 되며, 초과 전력량을 해소하면서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섹터커플링이 주목받고 있다. 섹터커플링은 통상 P2X(Power to X)로 통칭되고, 초과 전력량을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전기차를 충전하는 V2G(Vehicle to Grid), 열로 저장하는 P2H(Power to Heat), 그린수소 등 무탄소 가스를 생산하는 P2G(Power to Gas) 등으로 구별된다.

기존의 화력발전기들은 계통운영자가 전력량의 출력을 제어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전력수요에 맞춰 전력수급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기상조건에 따라 발전출력이 변화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확대됨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간헐성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를 전력계통의 유연성이라고 한다.

이같은 섹터커플링을 통해 계통유연성을 비용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과전력량으로 수백만대의 전기차를 충전했다가, 재생에너지가 발전할 수 없는 시간대에 방전을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가 많은 지역에 송전망이 부족하다면 재생에너지로 그린수소를 생산, 전력수요가 많은 곳에서 발전 연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듯 섹터커플링 전략으로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을 확보해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수용성을 높이고, 국가 전체의 에너지 사용 효율성을 향상과 에너지 공급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국가 단위의 전체 에너지시스템에서 환경친화적인 재생에너지의 확대 사용을 가능하게 하며, 양수발전기나 배터리 저장장치 등 백업전원 설치 규모를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에너지 시스템의 전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 발표하신 논문의 주요 내용을 설명해주신다면.

▲ 초과발전으로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제주 지역에서 V2G가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해소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해 보았다.

전산모형으로는 재생에너지 강국인 덴마크의 올보(Aalborg)대학 ‘지속가능 에너지계획 연구그룹’에서 1999년 개발한 에너지시스템 분석모형인 ‘EnergyPLAN’ 최신버전을 활용했다. 그리고 시나리오는 ▶현재의 전기차 충전환경을 그대로 유지한 모델(DUMP Charge) ▶재생에너지 발전량 수준에 따라 전기차를 충전하는 스마트 충전 모델(SMART Charge) ▶V2G를 도입한 모델(V2G) 등 세가지를 설정했다.

에너지모형 입력자료로 2030년 제주도의 화력발전설비와 전력수요(송배전손실률 및 발전소 소내소비율 고려)는 2020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자료를 활용했고, 재생에너지 설비와 전기자동차 보급 대수는 ‘2030 제주 탄소중립 계획(Jeju CFI by 2030)’의 자료를 사용했다. 그리고 SMART Charge와 V2G 모델에는 전기차의 50%가 참여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또한 연간 8760시간의 시간대별 재생에너지 발전량 산출은 연도별 이용률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2017~2019년까지의 3년치 평균 이용률을 활용했고, 자동차의 일간 운행패턴은 2014년 교통연구원에서 수행한 요일별·시간대별 운행패턴을 활용했다.

분석 결과, 2030년 제주도의 전력수요는 DUMP Charge 및 SMART Charge는 8.1TWh, V2G는 8.45TWh이었으며, 반면 공급량은 재생에너지(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 7.61TWh를 포함해 모델별로 각각 11.34TWh, 10.92TWh, 11.1TWh로 나타났다. 이때 DUMP Charge 모델에서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량은 1.30TWh인 반면 SMART Charge 모델에서는 0.70TWh로 46.2% 출력제한 예방 효과가 있다. V2G를 활용할 경우 출력제한은 0.59TWh로 DUMP Charge 모델 대비 출력제한을 54.6%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제주도에 설치된 연계선을 통해 육지로 초과발전된 전력을 일부 전송하는 효과를 제외할 때, 실질적인 효과는 SMART 모델이 0.42TWh(12.9%), V2G 모델이 0.6TWh(18.5%) 정도로 나타났다. 냉난방 수요를 전력으로 변환시의 효과도 궁금했지만 제주도의 8760시간에 대한 냉난방 수요 데이터를 구할 수 없어 욕심에만 그치고 말았다.

열 저장과 그린수소 생산 등 다양한 섹터커플링 전략과 더불어 적정량의 배터리 저장장치를 활용한다면, 10여년 전 수립된 제주형 탄소중립 계획인 ‘Jeju CFI by 2030’를 비용효과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제주에서 섹터커플링 전략을 통한 탄소중립 성공은 육지에서의 탄소중립 달성의 아주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제주에서 먼저 섹터커플링으로 활용한 비용 효과적인 탄소중립 사업모델을 구축할 경우, 점차 육지로 확산되는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이슈에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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