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과연 사우디는 국제 석유시장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인가”
[초점] “과연 사우디는 국제 석유시장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인가”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2.01.04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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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우디, 지난해 증산 둘러싸고 긴장 고조… 외교적 화해 불구 여지 남아
국제 주요인사들 “사우디, 코로나 위기 벗어나 정치적·경제적으로 더 강해져” 평가
사우디, 석유 현금 수입 급증… 국제정치 무대서 위상 강화·미국에 자신감 가져
사우디, 늘어나는 현금 수입 ‘중동지역 금융·무역·물류 허브’로 변신하는데 사용 예상
사우디 석유 대한 수요 크게 증가… 사우디, 국제 에너지시장 주도세력으로 부상
IEA “올해 사우디 하루 평균 석유 생산 사상 최고치인 ‘1070만 배럴’ 될 수도” 전망

지난해 10월 석유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사우디간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OPEC에 증산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OPEC은 이를 무시했고 미국은 어쩔 수 없이 비축유 방출 결정을 내렸다. 이후 12월 OPEC+는 감산이 아닌 기존 증산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OPEC과 OPEC+의 중심에는 사우디가 있다. 그래서 12월 OPEC+의 결정을 두고 미국과 사우디가 신경전을 벌이며 외교적 긴장 상황이 고조됐다. 이후 외교적 협상을 통해 미국과 사우디간 화해무드가 조성됐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우디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우디가 앞으로 국제 석유시장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사우디 한국대사관은 ‘최근 미국-사우디간 긴장상황 완화 및 향후 사우디 부상 전망’이라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변국영 기자>


▲미국·사우디 긴장 고조

양국간 긴장이 고조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미국이 OPEC(특히 러시아 및 사우디)를 향해 지속적인 증산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OPEC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11월말 결국 유가를 낮추기 위해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했고 비축유 방출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일본, 인도, 한국 등의 동참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사우디 주도의 OPEC은 유가 방어를 위해 비슷한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 경고하기까지 했다.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국제 수요 감소 및 국제유가 하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OPEC+ 산유국 연합체는 올해 1월 생산량을 결정하는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감산이 아닌 기존의 증산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OPEC+ 회의 참석 이전 새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이 국제 석유수요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그다지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산 기조 고수 결정 후에도 OPEC+ 산유국 장관들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언제라도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해 이례적으로 회의 결정 번복의 가능성을 남겨놓았다. 회의 이후 발효한 커뮤니크에서 12월 OPEC+ 회의가 현재도 실제 진행 상태임을 밝히며 다음 회의 전 언제라도 시장에 대한 경고 없이 이번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남겨 놓았는데 이는 OPEC+의 유례가 없는 상당히 이례적인 행동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 통한 긴장 완화

12월 OPEC+ 회의 결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외교적 긴장 상황이 고조되던 미국과 사우디간 화해무드가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OPEC+ 회의 후 젠 사키 미국 백안관 대변인은 관련 발표에서 동맹인 사우디 및 UAE에 최근 수 주간 유가가 관련 이뤄진 긴밀한 조율 및 협조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OPEC+의 이번 회의 결과는 아모스 호흐스타인 국제에너지 특보, 데일립 싱 백악관 국제경제·국가안보 보좌관 등으로 구성된 미국 정부 대표단이 걸프지역에서 펼친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라는 평가다. 다만 양측이 합의에 이르기 위해 서로 어떤 양보를 이끌어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협상 후 호흐스타인 미국 국제에너지 특보는 “미-사우디 양국이 향후 어떻게 에너지 전환 관련 투자 파트너쉽을 강화하고 21세기 청정에너지 아키텍처를 구축하는데 있어 공동으로 협력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사우디간 협상은 단순히 석유·에너지 정책 부문 이견 조율을 넘어서 향후 양국간 협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 외교적 협상이 에너지 부문을 넘어서 양국간 다른 공동 사안(이란 핵 억제 문제)에서 어느 정도까지 진전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이 모하메드 왕세자로 하여금 현 사우디 석유 정책의 방향 전환을 통해 미국에 협력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에 보답이 될 만한 뭔가 큰 것을 제안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미국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자간 양자 회담 정도는 포함돼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포스트 코로나·고유가 시대 사우디 부상

사우디는 최근 석유부문 수입, 즉 현금 수입이 급증했고 이러한 강화된 재정 상황은 사우디 왕세자가 다른 국가 지도자들, 특히 미국에게 사우디에 대한 관심을 요구할 자신감를 주는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사우디의 입장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살만 국왕을 따라 왕실에 입성한 지난 2015년 1월 당시, 2014년 6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15 달러(브렌트유)를 기록한 국제유가가 45 달러까지 하락했고 2016년 초에는 30 달러 이하까지도 떨어졌으나 2021말 기준 75∼80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아랍·서구 정부관리, 외교관, 컨설턴트, 금융인, 석유업계 임원 등 다양한 그룹을 인터뷰한 블룸버그 통신은 인터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사우디가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강해졌고 이와 함께 모하메드 왕세자의 위치도 예전보다 더 공고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향후 수년간 사우디 석유에 대한 국제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사우디가 다시 국제 에너지시장을 주도할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사우디의 석유 생산이 2022년에 8년 만에 하루 1000만 배럴 이상, 역사상 최고치인 하루 평균 생산량 1070만 배럴을 기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국제 석유수요가 하향이 아닌 상향 추세이며 현재 미국 행정부 아래서 미국 셰일 생산이 예전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왕실인사인 현 압둘아지즈 에너지부 장관 아래서 사우디-러시아간 석유 연합체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할 것으로 분서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들이 사우디가 국제 에너지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는 월가의 자금 지원 속에 급속히 성장한 미국의 셰일 붐이 국제 석유시장의 파워 밸런스를 변화시키고 이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었던 불과 수년전과 비교할 때 상당히 대조적인 상황이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향후 늘어나는 사우디의 현금 수입을 정부 지출이나 세금 조정에 쓰기보다는 자산 규모 4500억 달러의 PIF(2025년 약 1조불 목표)를 통해 사우디를 ‘글로벌 투자 파워 허브 즉, ‘중동지역의 금융, 무역 및 물류 허브’로 변환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 등 국내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의 석유부문 수입은 2022년에 3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고유가로 증가하는 현금 수입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흑자로 인한 잉여자금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공무원을 대거 채용하는 방식으로 쓰였으나 이제 주로 외환 보유고를 개선하는데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4년 중반 한때 7500억 달러에 달했던 사우디 외환 보유고는 코로나19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작년 초 4370억 달러까지 감소했다가 최근에 4650억 달러 정도로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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