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전력산업, 이제 일자리를 만들자
[E·D칼럼] 전력산업, 이제 일자리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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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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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 가천대학교 교수 (경제학박사)

1990년대 이후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문제가 대두되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규범 이행 요구와 규제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나아가 일상생활과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무탄소 전력으로 공급하는 부담까지 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전력산업을 지탱해오던 전원, 수요, 기술, 전력망, 규제시스템 등 기본적인 틀이 모두 변하고 있다. 전력산업 나아가 에너지산업에 커다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양적인 성장에 익숙해진 전력산업은 수년 전까지도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송전망 구축에 힘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전력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전력수요는 과거와 같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산업으로 이동 중이다. 또한 전기차, 저장장치, 수소 등 전력화가 가속됨에 따라 수요구조도 바뀌고 있다.

공급자원의 구성도 크게 변하고 있다. 원전은 위축되고 석탄은 온실가스로 인해 줄줄이 퇴출되고 있다. 반면 신재생발전은 빠르게 늘어 작년 말 설비용량 29GW는 이미 원자력을 넘어섰고 증가폭도 커지고 있다. 전력시스템도 중앙관리형 대규모 송전에서 지역중심의 분산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속도의 완급은 있을지라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도, 산업구조나 생태계는 아직 과거체제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기술과 에너지원 확대도 시장보다는 대부분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어 새로운 산업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전력산업 종사자수는 많지 않으며, 기여도 또한 통신 등 타 유틸리티에 비해 높지 않다.

미국의 전력산업 종사자를 전원별로 보면, 태양광 32만명, 풍력 12만명, 가스 13만명, 석탄 7만명, 원전 5만명 등으로 인구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보다 상당히 많다. 캘리포니아주의 발전 및 송배전 관련 종사자가 대략 35만명이며, 전력회사 중 하나인 PG&E의 직원수 2만3000명은 한국전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전력회사가 약 2800개이니 종사자도 매우 많을 것이다. 유럽의 국가들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생에너지, 분산시스템 확대 그리고 시장체제 도입을 통해 전기요금은 다소 올랐지만, 산업과 일자리가 크게 늘어났다. 그동안 정체되었던 에너지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전력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시장의 부재와 과도한 요금규제다. 싸고 넘치는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며 정부의 책무도 아니다. 가격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자원배분과 산업구조의 왜곡을 가져온다. 일례로 과거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철강, 석유화학산업을 발전시켰으나, 지금은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전력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자 비싼 에너지를 사용하는 산업이었다. 자동화, 대규모화로 인해 인력소요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인건비가 생산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타 산업에 비해 낮고,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도 한자리 수로 낮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기술과 소규모 분산전원이 늘어나면서 산업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분산화와 기술다변화는 대규모 설비에 비해 더 많은 고용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여러 가지 이유로 전기요금을 제값보다 낮게 규제한다면 새로운 기술과 소규모 자원의 시장진입은 어려울 것이다. 보조금 정책은 초기시장 조성에는 기여하겠지만, 산업경쟁력 확보와 시장형성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라도 하루빨리 요금규제라는 족쇄를 풀어 산업이 스스로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탄소감축과 같은 정책목표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며, 좋은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게될 것이다. 

전력산업에서 새로운 사업과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하도록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넓혀나가야 한다. 정부, 지역, 소비자, 전력회사, 발전사, 혁신적 투자자 등이 참여할 수 있게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투자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주기 밸류체인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고 신규투자가 촉진될 것이다. RE-100과 같은 새로운 산업생태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전력산업은 이제 전력에서 벗어나 에너지산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지엽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전력시장 개편보다는 새로운 기술진입을 허용하는 산업구조와 이에 필요한 신 규제체제를 마련하여야 한다. 기존의 RPS, ETS와 진행 중인 HPS, EERS가 연계될 수 있도록 에너지통합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유럽의 전력-가스시장 개방, 미국의 유틸리티 시장 등 외국에서는 이미 통합적 에너지산업으로 재편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 에너지산업의 흐름 또한 재생에너지, 분산에너지, 수소에너지, 수요자원의 확산으로 공급과 수요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남을 때 전기나 열 또는 수소로 저장하고, 부족할 때 이를 다시 활용하는 섹터 커풀링을 통해 지역 에너지자립과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 새로운 에너지시스템, 산업생태계의 흐름은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발밑에 와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기술과 산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와 같은 경제적 기술적 규제적 잣대만으로는 산업도 일자리도 만들기 어렵다. 달라진 발상과 비전을 가지고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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