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15) - 건강의 신화와 건강을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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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6.1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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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의학

신앙으로 모든 질병을 치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종교단체는 수도 없이 많다.

미국의 대표적인 단체로는 모든 질병이 마음의 문제라고 하는 크리스찬 사이언스고, 한국에도 이른바 ‘귀신론’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개신교에서도 이단 시비가 제기 되고 있는 종교 단체가 있다. 이 단체에서는 질병의 많은 원인이 귀신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질병뿐만 아니라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어도 귀신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대부분의 개신교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조심스러워 한다. 즉 질병이 있다면 그것을 고치는 방법은 의학을 통해 고치도록 한 것이 하느님의 뜻이며, 예외적으로 간절한 치병에의 간구는 기도로 가능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것으로 본다.

귀신론을 주장하는, 즉 모든 병의 원인이 귀신이라고 주장하는 종교 단체는 의학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우려스럽다. 구체적으로 한번 이 단체에서 나온 글을 통해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2004년 5월 9일자로 나온 이 단체의 선교지 표지의 제목은 간증으로 ‘나를 아프게 한 것이 귀신이라니’가 제목이고, 소제목으로는 ‘하나님을 믿는 믿음만! 있으면 그 어떤 질병도 두렵지 않습니다’라고 하면서 신장병으로 고생하였다고 주장하는 신도의 간증을 실었다.

그런데 이 신도는 신장병을 앓았다고 하면서 의학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증상, 잠을 못자고, 황달이 생겼고, 기미가 끼고, 먹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기도를 통해 검은 중절 모자를 쓴 남자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본 후에 병이 나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남자는 귀신이었다는 것이다.

의사라면 알겠지만 이 환자의 증상은 이른바 비특이적 증상이다. 즉 계통적이지 않고 체계적이지 않은 증상이라는 것이다. 특이 증상이란 어떤 특정 질병이라면 이 질병의 특성에 부합하는 증상을 말한다.

즉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증상을 말하는 것이며, 비특이 증상이란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증상으로 신경증 환자가 주로 호소하는 증상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몸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가 몸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체계적이거나 계통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증상을 나타낸다.

의학적으로 볼 때 이 신도는 귀신이 나가서 병이 나은 것이 아니라, 신앙으로 자신의 마음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시켰기에 증상이 좋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신앙치료도 마음의 문제로 생긴 가벼운 정신병에는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수가 있다.

물론 광신으로 빠지고, 모든 문제를 귀신의 문제로 돌리면서 발생하는 더욱 더 심각한 질병은 조심해야 한다. 의학적 치료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질병조차 귀신과 신앙의 문제로 돌릴 경우 그 결과는 자명할 것이다.

신앙 치료는 그야말로 만병통치다. 위에서 본 소제목에서 보듯 믿음만 있으면 모든 질병이 두렵지 않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실제는 어떤가? 믿음으로 낫지 않으면? 이럴 때 신앙치료는 참으로 편리한 빠져나갈 구멍, 의사로서는 부러울만한 변명거리에 불과하다.

언제나 통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믿음이 부족해서’다. 낫지 않으면 믿음이 부족해서, 낫는다면 믿음 때문이라니 이보다 더 편리한 해결책이 어디 있겠는가?

이 신도의 간증이 사실이라면, 기독교를 믿지 않는 모든 사람들은 귀신 때문에 모두 질병에 허덕이게 되고, 믿음만 있으면 어떤 질병도 걸리지 않거나 나아야 하겠지만, 신도들이 질병에 걸려도 또 편리한 변명거리가 있다. 신의 시험이라는 것이다.

결국 신앙치료는 다른 사이비 치료와 같이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 나아도, 낫지 않아도 신앙치료는 유효한 것이라는 주장은 역으로 판단해 무효라는 주장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건전하고 독실한 신앙을 가진 사람은 투병생활을 더 잘하고, 더 건강하며,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광신과 현대 의학을 불신하는 맹목적인 신앙치료는 지극히 해롭다. 신이 있다면 의학도 신의 뜻일 것이다. 의학의 발전을 도모한 신의 뜻을 무시하고 맹목적인 기도로 병이 낫기를 바라는 것은 신의 뜻을 오해한 것이 아니겠는가.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장,
영동 응급의료 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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